
– 로봇 시대에 대한 가이드북, 그리고 승차권 –
변화는 결코 갑자기 오지 않습니다. 요즘 거울을 볼때마다 제 기억속에 남아있는 아버지 얼굴이 나타나서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실상 대학을 다닐때부터 독립에 가까운 생활을 했고, 취업을 하고 곧 주재원 생활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제 기억속의 아버지 얼굴은 50대 초반까지의 아버지 얼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묵묵히 따르던 큰형님, 아버지를 피하던 작은 형님에 비해, 유독 아버지와 ‘욱하는’ 성질이 비슷했던 저는 집안에서 아버지와 소리 높여 잦은 갈등을 벌였던 유일한 가족 구성원이었습니다. 그런 주제에도 제가 필요한 순간에는 아버지의 기분을 살살 잘 맞추어서 위기를 극복하거나 ( 문제집 살돈 삥땅친것 걸렸을때 ),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용돈을 타내거나, 지금 돌아보면 본인도 부담되셨으리라 생각되는 커다란 경제적 지원 (해외 어학 연수) 같은 것을 곧잘 이끌어 내었죠.
그런 저를 보며 어머니는 지금도 묘한 감정이 섞이신 눈빛과 함께 복잡한 뉘앙스가 담긴 말투로 ‘신통방통한 녀석’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결국 선친께서는 6년전에 본인이 힘들게 모으신 자산을 시원하게 써보시지도 못하고 자식들 좋은 일만 시키고 가셨지만, 저는 덕분에 공부할때 큰 고민 안하면서 집중할 수 있었고, 큰 인물은 되지 못했지만 자기 앞가림은 하고 사는 사회인으로서 편하게 살고 있으니, 거울 속의 제 얼굴에서 아버지 모습을 볼때 가끔은 눈이 찡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3.5kg의 핏덩이로 만난 제 딸아이가 어느새 학생이 되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꿈꾸는 미래를 당당하게 얘기하는 상황을 만났습니다. 저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할때 마다 아버지께 미래의 ‘해외여행 티켓’과 성공한 저로 인해 누리게 될 ‘부모가 느낄 무한한 영광’을 담보로 제공했는데, 제 딸은 한 술 더떠서 ‘퍼스트 클래스 티켓’과 ‘자기집에서 함께 살기’까지 담보로 제안합니다.

신통방통했던 아들이, 신통방통한 딸을 만나 ‘알면서 속아주기 신공’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제야 그때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원하셨던 것은 ‘그냥 너만 잘살면 된다’ 였던 것 같습니다.
대학만 졸업하면 좋은 직장을 잡고, 월급을 모아 집을 사고, 집값은 당연히 오르고, 괜히 위험한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고, 회사에서 밤낮으로 주말까지 일하면서 사고 안치면, 55세까지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나온후에는 퇴직금으로 식당이나 슈퍼를 차려 부지런함을 무기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1997년 말에 IMF 구제 금융 위기가 오기 전까지 말이죠. 그 시절을 전후로 초고속 인터넷 보급으로 인한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 팩스가 사라지고 이메일의 시대가 왔습니다. 컴퓨터에 시디를 넣어 영화를 보는 신기한 일이 일어나더니, 곧 영화 1편을 몇 시간만에 다운로드 받아 손쉽게 방안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MP3플레이어의 등장으로 슬슬 레코드점이 사라지더니,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이었던 ‘비디오 대여점’이 동네에서 사라졌습니다.
‘한국 지형에 강하다’라는 카피로 통화품질을 경쟁우위로 내세우며 경쟁하던 핸드폰은 스마트폰으로 바뀌어 음악, 영화, 사진을 즐기던 방법을 통채로 바꾼것은 물론 업무방식까지 바꾸어 버렸습니다. 현재 기준 카카오톡과 Zalo 없이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겠죠? 제가 학생시절 마케팅을 공부할때는 ‘TV, 신문,라디오, 잡지’ 소위 4대 매체 광고를 광고의 기본으로 생각했는데 이제 TV,신문,라디오, 잡지는 마치 무협지의 전설의 고수처럼 강호에서 전설로만 남아 있습니다.
불과 30년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돌아보면 변화는 슬금슬금와서 누군가가 무언가를 쓰기 시작하면 나도 따라 쓰기 시작하고 어느새 당연한듯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Chat GPT, 구글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화형 범용 AI도 이제 자리를 잡았고, 이제 세상은 충분히 발달한 인공지능 두뇌를 금속 몸체에 이식함으로써, 로봇의 시대로 슬금슬금 나아가고 있습니다. 유튜브 동영상으로 중국, 미국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들이 사람처럼, 아니 사람 이상의 운동 능력을 보여주는 영상은 이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덤블링을 하는 눈요깃거리 로봇을 넘어 이제 로봇은 아마존 물류 센터에서 짐을 옮기고 있고, 중국의 제조공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판매단가가 가장 비싼 로봇 ( 보스톤 다이나믹스 아틀라스, 2억원 추정)을 2028년 미국의 자동차 조립 공장에 투입할 경우, 미국 노동자 평균 연봉 1억원을 감안했을때 2명분 일을 함으로써, 1년이면 BEP를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돌봄 로봇이 독거하는 치매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고, 요양소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침상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도와줍니다. 사람이 하기에 위험한, 지루하고 힘들어서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 사람을 쓰기에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일부터 큰 저항없이 로봇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IT, AI 전문가 김덕진 교수와, 경기 연구원의 AI 연구실장 이승환 연구원의 공저인 < 피지컬 AI 2026>은 로봇이 더이상 비싼 장난감이 아니라,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혁명, AI 혁명 이상의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거대 산업임을, 그리고 우리는 그 시작점에 이미 들어서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중국, 미국의 로봇 기업들이 얼마나 앞서가고 있는지, 한국의 로봇 기업들은 현재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대한민국이 가진 기회와 문제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사례와 현실속 데이터를 가지고 자세히 설명해줍니다. 너무 많은 회사들과 사례들이 나와 1번만 읽고서 내용을 다 알았다고 하기는 힘든책이라, 저는 재독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2026년 CES 2026을 방문하며 느꼈던 개인의 경험으로 시작하는 이책을 보면 현재의 로봇 기술의 발전 모습과 앞으로 바뀔 세상의 모습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미지의 국가로 가기전에 사보는 가이드북이자, 안드로메다 성운으로 가기 위해 철이가 메텔로부터 받았던 은하철도 999의 승차권 같은 책입니다. 로봇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신세계가 열리는 기쁨을 맛볼수 있는 책이고, 앞으로 로봇으로 인해 변화할 세상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적응할 독자에게는 필독서가 되는 책입니다.
이미 직장과 사회에서 자리 잡으신 40~50대 이상의 사회인들에게 AI와 로봇 혁명은 당장 자신의 미래에 와닿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곧 대학이나 사회로 나아갈 자식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너무 복잡한 퍼즐이 됩니다. 지금 40~50대분들이 부모님들에게 들은 ‘좋은 대학만 가면 모든게 해결된다’는 수준의 조언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걸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이제 어느정도는 알고 느끼고 계십니다.
AI혁명은 결국 AI를 통해 스스로 배우고 판단하고 일하는 로봇(휴마노이드와 어떤 형태의 로봇이든)으로 귀결될 것이고, 그것은 미래 사회의 직업과 경제구조, 강대국의 기준, 인간을 중심으로 쓰여졌던 철학과 윤리의 기준까지 새롭게 바꿀 거대한 혁명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싫든 좋든 간에 로봇과 공존하는 길로 가고 있고, 갈 수밖에 없는 현실속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시면 더 자세히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노후와 자식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부모님들께 이책의 필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