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박항서 전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한국 국가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기 탈락에 책임을 지고 대한축구협회(KFA) 부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8일 아시아 축구계 및 국내외 스포츠 당국 종합 보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박항서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대표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직후 멕시코 현지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 부회장은 사직서 제출 당일 현지 기자회견을 열고 협회와 대표팀을 대표해 고개를 숙이며 팬들에게 공식 사죄했다. 지난 2025년 4월 대한축구협회에 합류한 박 부회장은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제55대 이사회의 핵심 일원으로, 협회 내 5명의 부회장 중 각급 국가대표팀의 지원 업무 총괄 매커니즘을 담당해 왔다.
KFA 이사회는 연이은 수뇌부 사퇴로 행정적 방어벽이 무너지는 정국을 맞이하고 있다. 앞서 기술 및 대외협력 부문을 담당하던 신태용 전 부회장이 올해 초 인도네시아 프로리그 페르시자 자카르타 감독직 복귀를 위해 사임한 데 이어, 박 부회장까지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지도부 공백이 심화됐다. 박 부회장 역시 월드컵 정국 이전부터 태국 1부 리그 칸차나부리 FC와 7월 취임 조건으로 감독 계약을 체결해 행보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한국으로 귀국한 뒤 베트남을 거쳐 태국 현지로 이동해 감독직 수행 가치사슬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번 사퇴 정국은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무대에서 보여준 최악의 성적 지표와 맞물려 있다. 한국은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비교적 수월한 A조에 편성됐으나, 무기력한 경기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을 향한 국민적 질타가 폭증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축구협회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구조적 개혁 매커니즘을 요구하자 정 회장과 홍 감독은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
다만 협회는 행정 공백에 따른 오작동을 우려해 이사회 전원 사퇴와 같은 극단적인 정국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당장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2027 아시안컵을 대비해 임시 감독 체제를 조속히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레바논, 그리고 박 부회장의 전 임지인 베트남과 한 조에 편성되어 있어 사태 수습의 시급성이 더욱 커진 지표를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