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를 휩쓴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파리 외곽의 한 현대식 병원 의료진이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얼음을 공수해 환자를 살리는 전례 없는 비상 의료 사태가 발생했다.
4일 프랑스 보건 당국 및 현지 응급의료계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20일부터 시작된 역사적인 폭염으로 인해 파리사클레 병원 응급실에는 심근경색, 탈수, 신부전 증상을 보이는 온열질환 환자가 전 연령대에 걸쳐 무더기로 이송됐다. 체온이 40도까지 치솟아 의식을 잃은 중증 열사병 환자들을 긴급 해열시키기 위해 의료진은 얼음물 욕조를 동원해야 했으나, 병원 내에 제빙기가 없어 큰 차질을 빚었다. 이에 병원 직원들은 인근 패스트푸드점을 찾아가 창고에 있던 얼음을 전량 지원받고, 사비로 인근 마트에서 얼음을 추가 구입해 환자들의 체온을 내리는 사투를 벌였다.
니콜라 곤잘레스 파리사클레 병원 응급의학과장은 폭염이 신체에 가하는 직접적인 타격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인체의 체온 조절 능력이 상실되면 환자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언제든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냉방 설비가 비교적 잘 갖춰진 신축 병원마저 한계에 부딪혔으며, 노후화된 다른 연계 병원들은 의약품 변질을 막기 위해 선풍기와 얼음덩어리로 버티는 등 더 큰 조율의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정신과 병동 상층부는 실내 온도가 33도까지 치솟아 간호 학생들을 긴급 투입해 환자들에게 수분을 지속 공급하는 방어벽을 가동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기후변화에 직면한 유럽 의료 시스템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의 기온 상승 속도가 글로벌 평균보다 두 배 빠르다고 지적하며, 이번 폭염은 향후 맞이할 더 가혹한 여름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긴급 대책 회의를 소집하고 대대적인 재정 투입을 결정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이번 여름 내에 전국의 병원 냉방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1억 유로(한화 약 1천5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고, 7월 첫째 주부터 각 의료시설에 에어컨 3만 대를 순차적으로 보급하겠다고 공시했다.
현재 사태를 겪은 병원들은 추가 폭염 정국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인프라 개선에 착수했다. 파리사클레 병원은 전용 제빙기를 긴급 주문해 인도 정차 중이며, 각 병동마다 쿨링룸을 설치하고 고령 환자 병동을 신축 시설로 이전하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의료진은 과거 겨울철에 독감이나 코로나19와 싸웠다면, 이제는 매년 여름마다 기후 위기라는 새로운 거대 질병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