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대법원(SCOTUS)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권력을 전격 확장하는 동시에 강력한 헌법적 족쇄를 채우는 양면적 판결을 연이어 고시하며 백악관과 주요 헌정 기관 간의 권력 균형 체제를 전면 재편했다.
2일 워싱턴발 외신 종합 공시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이민 공약인 ‘출생지주의 시민권(속지주의) 폐지’ 행정명령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는 한편, 독립 행정 기구 수장들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 관할권은 대폭 확대 조율하는 두 가지 기념비적 판결을 공포했다. 이번 판결들은 법적 한계를 지속적으로 시험하며 대법원과 날을 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의 2025~2026년 재판기 회기를 마감하는 종착지 지표가 됐다. 전문가들은 9명의 대법관이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트럼프의 집행 권한은 인정하면서도, 의회와 헌법이 규정한 제도적 마지노선은 단호하게 고수했다는 정밀 진단을 내놓고 있다.
대법원이 그은 가장 강력한 경계선은 시민권 획득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직후 불법 체류자나 임시 체류자 신분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동에게 미국 여권 및 시민권 발급을 전면 중단하는 초강강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30일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한 다수의 의견으로 위헌 판결을 확정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백악관의 조치를 “깊은 수정주의적 해석”이라 비판하며 1세기 이상 유지된 수정헌법 제14조의 시민권 조항을 대통령의 행정명령만으로 뒤집을 수 없다고 확약했다. 또한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승인 없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동원해 글로벌 보복 관세를 무차별 부과하려던 시도에 대해서도 지난 2월 부당 판결을 고시해 제동을 걸었다. 100년 역사상 유례없는 트럼프의 리사 쿡(Lisa Cook)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전격 해임 조치에 대해서도 법적 최종 판결 전까지 직위를 유지하도록 조율해 연준의 독립적 방어벽을 사수했다.
반면 행정 장악력 면에서는 트럼프의 판정승이 고시됐다. 대법원은 지난 29일 판결을 통해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민주당 소속 위원 리베카 슬로터(Rebecca Slaughter) 해임 건과 관련해 1935년 이래 유지되던 판례를 90년 만에 전격 뒤집었다. 기존에는 중대한 범죄나 직무유기 등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독립 기구 수장을 해임할 수 있었으나, 대법원은 이 규정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해임권을 대폭 인정했다. 다만 이번에도 연준 이사회만큼은 해임 제한 보호망을 유지하도록 특례를 지표화했다. 이는 행정 권력이 독립 기관으로 분산되지 않고 대통령에게 전격 집중되어야 한다는 보수 법학계의 가치사슬이 투영된 결과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불법 이민자 추방 유예 제도 폐지, 망명 절차 강화, 국경수비대 권한 조율 등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추방 작전 서류에 대부분 승인 도장을 찍어주며 이민 정책에 힘을 실었다. 더불어 지난 4월 투표권법의 범위를 축소해 소수계 유권자들이 인종 차별적 선거구 조정을 고발하기 까다롭게 기준을 상향 조율했으며, 정당과 후보자 간의 합동 선거 자금 지출 제한도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해제 고시했다. 사회적 지표 면에서도 공립학교 여성 체육팀에 대한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 금지 조항을 옹호하고 총기 소유권을 확대 조율하는 등 보수 진영의 오랜 목표를 대거 관철했다. 1일자로 여름 휴가에 돌입하는 대법관들은 오는 10월 복귀해 차기 회기에서 AR-15 반자동 소총 금지 위헌 여부와 선거인 등록 시 국적 증명 의무화 등 미국의 권력 지형을 뒤흔들 메가톤급 사건들을 가동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