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라자스탄주의 역사적 성지에서 4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회 수 톤의 음식을 조리해 빈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온 초대형 가마솥이 종교적 화합과 나눔의 상징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9일 인도 라자스탄주 문화유산 보존위원회 및 아즈메르 수피 성지 관리소 종합 공시 보도에 따르면, 아즈메르 샤리프 다르가(Ajmer Sharif Dargah) 사원 단지 내에 위치한 거대 가마솥 ‘바디 데그(Badi Deg)’가 수세기를 이어온 나눔 문화와 종교적 평등 가치를 대변하는 문화유산으로 조명받고 있다. 이 가마솥은 무굴 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악바르(Akbar) 대왕과 깊은 역사적 연관성을 지닌다. 1569년 악바르 대왕은 후사를 기원하는 자신의 기도가 이 사원에서 성취되자 감사의 증표로 이 거대한 가마솥을 기증했다. 이후 4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에서의 무료 급식 조리 행사는 단 한 차례도 중단되지 않고 이어져 왔다.
바디 데그는 1회 조리 시 최소 4천800kg에서 최대 5천kg(약 5톤)에 달하는 음식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며, 한 번에 수만 명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사원 경내에는 바디 데그 외에도 약 2천400kg의 조리 수용력을 갖춘 조금 더 작은 크기의 제2 가마솥 ‘초티 데그(Choti Deg)’도 함께 가동 중이다. 사원 측은 힌두교, 이슬람교 등 서로 다른 종교적 배경이나 카스트 신분 계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거부감 없이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가마솥에서 만드는 모든 요리를 철저한 채식(비건)으로만 구성한다. 주원료는 쌀, 식물성 버터, 설탕, 사프란이며 여기에 아몬드, 캐슈너트, 피스타치오, 건포도 등 다양한 견과류를 풍부하게 혼합해 영양을 맞춘다. 조리가 완료되면 성직자들의 축복 기도를 거친 후 전량 무료로 배급된다.
글로벌 여행 블로거 조 해탭(Joe HaTTab)의 현장 밀착 취재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과 외지 관광객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직접 가마솥 요리 봉사에 참여해 빈민들에게 나누어주는 문화도 정착되어 있다. 현지인들은 이 같은 자선 행위를 통해 가족의 안녕과 행운을 기원하며 염원하는 소원이 성취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다만, 취재 과정에서 조리 및 배급 요원들이 음식을 퍼내기 위해 장화를 신거나 맨발로 가마솥 내부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위생적 관점에서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 대해 현지 주민들과 사원 관계자들은 수십 년간 이 가마솥 음식을 매일같이 먹어왔으나 단 한 번도 식중독이나 수인성 질병 등의 보건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역사적 전통에 대한 강한 신뢰와 자부심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