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내부의 강력한 반대와 보수 진영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인 대내외 정책 결정을 잇달아 강행하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내부가 심각한 내홍과 분열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24일 미국 워싱턴 정가 및 백악관 출입기자단 공시 보도에 따르면, 재임 17개월 차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이나 의회 보수파, 오랜 정치적 동맹들의 조언을 전면 묵살한 채 철저히 개인적 직관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소식통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근 결정들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매번 “내가 대통령이고 당신들은 아니다!”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독선적 행보는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트럼프의 당내 장악력을 시험대 위에 올림과 동시에 중간선거 패배라는 공화당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가장 큰 폭발력은 외교 전선에서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이란과의 잠정 합의(Thỏa thuận sơ bộ)에 기습 서명했는데, 공화당 강경 보수파들은 이 합의가 이란의 핵 야망을 완전히 저지하지 못한 채 테헤란 당국에 면죄부라는 ‘선물’만 쥐여준 꼴이라며 격분하고 있다. 공화당의 빌 캐시디 의원은 이번 합의를 두고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외교사에서 발생한 최악의 외교적 참사”라고 정면 비판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의 재정적 어려움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오직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만 생각한다”라는 폭탄 발언을 던져 유권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고, 국가안보 보좌관들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일부 탄도 미사일을 보유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동맹들을 경악케 했다.
국내 정치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와의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임명한 정보수장 권한대행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정식 임명 후보자의 상원 청문회 출석을 가로막아 인사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또한, 공화당 지도부가 의회 통과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온 해외정보감시법(FISA) 연장안에 대해서도, 의회가 유권자 신원 확인법(Dự luật định danh cử tri)을 먼저 통과시키지 않으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공화당 지도부는 해당 법안이 의회 내에서 통과에 필요한 충분한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득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존 툰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무능을 탓하며 이들의 소통 창구를 사실상 차단했다.
백악관 내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인사 처리에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인 빌 풀티를 국가정보국장(DNI) 권한대행으로 전격 임명하자, 평소 풀티와 깊은 갈등을 빚어온 백악관 핵심 보좌진 사이에서 강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이 중간선거를 의식해 강경한 이민 정책 언급을 만류했다며 부하 직원들을 거칠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트럼프의 그늘에 가려 공세를 자제해 온 공화당 중진 의원들도 이제는 공개적인 비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공화당 소속인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마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작전 성과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양보를 했다며 정면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워싱턴 정계의 베테랑 정무 분석가인 론 본진 전 의회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국회에서 누리던 절대적인 통제권은 이제 무너졌다”며 “11월 선거에서 표심을 잃기 딱 좋은 입법 요구를 강요하면서 당과의 관계가 완전히 금이 갔다”고 진단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헌 조치 이후 국제 유가와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폭등하자, 참모들은 주간 단위로 전략비축유 고갈 위험을 경고했으나 트럼프는 이를 수개월간 묵살했다. 뒤늦게 “4주 내에 석유 비축량이 바닥나 경제 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아들여 이란과의 협상 타결로 선회하긴 했으나, 이 과정에서도 배석한 참모들이 준비한 공식 서명식 일정(19일)을 깨고 17일 만찬 도중 돌발적으로 서명하는 기행을 보여 백악관 관료들을 끝까지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