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노동총연맹(노총)이 2027년 지역별 최저임금을 최대 9.8%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사용자 측은 아직 공식 인상률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23일 오후 국가임금위원회는 2027년 최저임금 방안을 두고 1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베트남 노총은 2026년 대비 8.5%와 9.8% 인상이라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으며, 인상 시점은 2027년 1월 1일부터다.
1안은 지역별 최저임금을 월 36만∼52만 동(VND) 올리는 것으로 평균 9.8% 인상에 해당한다. 2안은 월 31만5천∼45만 동 인상으로 평균 8.5% 인상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에 대해 노총은 월 최저임금을 환산하고 적절한 조정 계수를 적용해 산정할 것을 건의했다.
쩐 티 타인 하(Trần Thị Thanh Hà) 노총 노동관계국 부국장은 2027년 지역별 최저임금 조정 방안 두 가지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소비자물가지수(CPI), 노동생산성,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근거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40%가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24%는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 부국장은 “현재 최저임금은 실제 상황에 비해 뒤처져 있다. 이번 제안 수준은 노동자의 기본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적정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호앙 꽝 퐁(Hoàng Quang Phòng) 베트남상공회의소(VCCI) 부회장은 2027년 1월 1일 인상은 다소 촉박해 기업이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기업들이 바라는 인상 시점은 2027년 7월 1일이라고 밝혔다. VCCI 측은 최저임금 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의견을 수렴 중이며 공식 인상률은 아직 제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퐁 부회장은 “관세 부과와 노동 상황 등으로 기업이 어려운데 임금을 너무 높이 올리면 비용이 불어나는 만큼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국가임금위원회가 조정 시점과 적정 비율을 두고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팜 민 후언(Phạm Minh Huân) 전 노동보훈사회부(현 내무부) 차관은 노총 제안에 대해 높은 임금 인상은 노동자에게 좋으며, 점진적 인상 기조 위에서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을 보전해 실질임금을 보장하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기업이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후언 전 차관에 따르면 섬유·신발·수산 등 업종은 이익률이 매우 얇은데, 원자재 가격과 전기료, 운송비 상승 부담이 고스란히 기업에 쏠린다. 그는 “베트남 기업은 여전히 임가공 위주여서 기업을 ‘살리려면’ 역내 국가들과의 경쟁력을 지켜야 한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 방안은 균형 있고 조화롭게 짜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총이 2026년 3∼4월 7개 성·시의 196개 기업과 노동자 약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노동자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소득으로 기본 생활비를 겨우 충당한다고 답했고, 약 5분의 1은 생계가 부족해 초과근무로 소득을 메운다고 했다. 저축 여력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여전히 낮았다.
재정 압박은 갈수록 뚜렷해져, 노동자의 약 60%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상시 또는 정기적으로 돈을 빌린다고 답했다. 2025년과 비교해 차입 빈도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로, 생활비가 실질 소득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양 측면에서는 약 절반만이 주된 식사에서 고기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할 여건이 된다고 답해, 건강과 노동생산성에 필요한 영양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비도 노동자 가정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임금으로는 자녀 학업 수요의 일부만 감당할 수 있어 다른 지원에 의존한다고 답했다. 의료 분야에서도 대다수가 소득으로 기본적인 진료나 일부 일반 의약품 구입만 가능하다고 답해, 종합적인 건강 관리 여력은 제한적이었다. 주거의 경우 민간 셋집에 사는 노동자가 전년보다 크게 늘었고, 1인당 평균 주거 면적은 약 7.6㎡로 도시 주거 기준에 크게 못 미쳐 비좁은 생활 여건이 드러났다.
소득은 인생의 중대한 결정에도 직접 영향을 미쳤다. 미혼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임금이 결혼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고, 기혼 노동자의 약 73%는 자녀 양육비 증가 우려로 소득이 추가 출산을 고민하거나 미루게 하는 요인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