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자산 규모나 지점 수를 늘리는 외형 성장 스토리는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방상업은행(OCB)의 발자취는 확연히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다. 과거 시장에서 다소 미미한 입지에 머물렀던 OCB는 과감하고 깊이 있는 구조조정을 거치며 현재 베트남 금융권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민간 은행 중 하나로 전격 탈바꿈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OCB의 성장사는 속도를 내기 전에 먼저 기초 체력을 다지는 편이 어떻게 폭발적인 일어서기를 가능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96년 6월 10일 첫발을 내디딘 OCB는 서른 해 동안 수많은 경제 주기를 거치며 시장의 거친 파도를 정면으로 통과했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OCB가 이룩한 변화는 단순히 총자산이나 이익 지표의 증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실 OCB의 가장 결정적인 변곡점은 30년 전체가 아닌, 찐 반 뚜안(Trịnh Văn Tuấn) 이사회의장이 지휘봉을 잡은 최근 10여 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뚜안 의장은 OCB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핵심 설계자로 꼽힌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 15년 전 베트남 은행권의 상황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베트남 금융권은 이른바 ‘과열 성장기’를 보냈다. 신용 대출이 급증하고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으며 자산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많은 은행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고 대출을 늘리는 치열한 속도전을 벌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밀려오고 2011년 경제 조정기가 시작되면서 부실채권(NPL) 폭등, 유동성 위기,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부메랑이 날아왔다. 이에 중앙은행(SBV)은 부실 축적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권 전반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발동했다.
당시 상위권 은행에 끼지 못했던 OCB는 성장 만능주의 경쟁에 무모하게 뛰어드는 대신 내부의 내실을 다지는 정공법을 택했다. 은행을 하나의 건축물에 비유한다면, OCB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바닥의 기초를 완전히 새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배구조를 표준화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고도화했으며,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비하는 동시에 인적 자원과 디지털 전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늘어나 타사보다 성장세가 더뎌 보일 수 있는 모험이었지만, 이는 장기 성장의 든든한 주춧돌이 됐다. OCB는 글로벌 표준 관리 체계를 적극 도입해 베트남 은행권 최초로 중앙은행 기준의 바젤 II를 조기 준수했으며, 유동성 관리 부문에서도 가장 먼저 바젤 III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 시기 OCB는 소매금융(리테일) 및 중소기업(SME)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 정립, 전사 데이터 창고 구축, 결과 중심의 성과 관리 문화 도입 등 이른바 ‘5대 혁신 가이드라인’을 완수했다. 뚜안 의장은 “초기 5년은 핵심 역량을 재구축하는 기간이었기에 단기 이익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며 “기반이 단단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내실을 다진 OCB는 201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폭주 기관차로 변신했다.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일시적인 이벤트 없이, 오직 잘 짜인 전략만으로 질주를 시작했다. 2015년 기준 약 49조 5,000억 동에 불과했던 OCB의 총자산은 10년 만인 2025년 말 기준 320조 동을 돌파하며 무려 7배 가까이 덩치를 키웠다. 연평균 신용성장률은 22%에 달해 업계 최고 수준의 지표를 기록했다.
특히 경제의 중추인 소매금융과 중소기업 부문은 매년 각각 19%와 21%의 높은 복합 성장률을 유지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체계 덕분에 부동산 대출에서도 남롱, 캉디엔, 손킴랜드 등 실거주 중심의 유력 시행사들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부동산 침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을 증명했다. 아울러 단기 마진(NIM) 축소를 감수하더라도 고객들의 내 집 마련 꿈을 돕기 위해 경쟁사보다 낮은 대출 금리 가이드라인을 유지하는 상생 전술을 폈다. 이는 장기적으로 거대한 고객 자산을 끌어모으는 부메랑 효과로 돌아왔다.
그 결과 2015년 기준 2,670억 동 수준에 머물던 OCB의 세전이익은 2025년 5조 동을 가볍게 돌파했다. 자기자본 역시 같은 기간 8배 이상 늘어났다. 일본 아오조라 은행을 전략적 주주로 맞이하고 2021년 호찌민증권거래소(HOSE)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OCB는 이제 시장을 뒤흔드는 핵심 금융사로 우뚝 섰다. 지난 30년 동안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함을 스스로 입증해 낸 OCB는 안정적인 자산 인프라와 디지털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가올 차세대 금융 영토 확장을 향해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