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증권시장에서 최근 수년간 이른바 ‘젠지(Gen Z·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로 불리는 젊은 자산가들이 조 단위의 주식 자산을 보유하며 신흥 부호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대형 은행이나 그룹을 이끄는 오너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이제 막 학업을 마친 20대 초반의 후계자들이 증시의 핵심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11일 베트남 금융투자 업계 및 호찌민 증권거래소(HOSE) 등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베트남 대형 민간은행인 테크콤뱅크(Techcombank·TCB) 호 훙 안(Hồ Hùng Anh) 이사회 의장의 차녀 호 뚜이 안(Hồ Thủy Anh·2001년생) 씨다. 현재 자산 평가 가치 기준으로 뚜이 안 씨가 보유한 주식 자산은 약 10조 7천억 동(한화 약 5천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막대한 자산 규모는 베트남 정보통신(IT) 업계의 거두인 FPT 그룹 쯔엉 자 빈(Trương Gia Bình) 회장, 부동산 재벌 노바그룹(Novaland)의 창업주 부이 타인 논(Bùi Thành Nhơn) 회장, 지parent렉스(Gelex) 그룹 응우옌 반 뚜안(Nguyễn Văn Tuấn) 회장 등 수십 년간 시장을 호령해 온 베테랑 기업인들의 주식 평가액을 훌륭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현재 호 뚜이 안 씨는 테크콤뱅크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으나, 은행의 직접적인 경영이나 핵심 관리직 전면에는 나서지 않고 지분 소유 형태로만 참여하고 있다.
그의 자산 증식 과정은 증시에서 대규모 주식 매입(블록딜)을 단행할 때마다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21년 7월 당시 20세의 나이로 약 1조 1천억 동을 투입해 테크콤뱅크 주식 2천250만 주를 사들이며 증시에 화려하게 등장한 이후, 2023년 말에도 약 2조 1천억 동을 추가로 투입해 은행 지분율을 기존 3% 미만에서 4.9%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러한 광폭 행보 끝에 그는 23세이던 2024년 말 기준 베트남 주식시장 12대 부호 명단에 최연소로 이름을 올리며 자산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호 의장 일가의 자산 승계는 뚜이 안 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형제들인 호 안 민(Hồ Anh Minh) 씨와 호 민 안(Hồ Minh Anh) 씨 역시 각각 테크콤뱅크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특히 1995년생인 장남 호 안 민 씨는 현재 테크콤뱅크 지분 4.87%에 해당하는 약 3억 4천400만 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마스터라이즈 그룹(Masterise Group) 총감독(CEO)직을 수행함과 동시에 빈그룹과 테크콤뱅크가 공동 설립한 기술 생태계 기업 원마운트 그룹(One Mount Group)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는 등 경영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현지 부동산 및 금융 전문가들은 베트남 1세대 창업주들이 장성한 자녀들에게 자산을 본격적으로 이전하는 ‘부의 세대교체’가 주식시장에서 시각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크콤뱅크가뿐만 아니라 비엣젯항공의 모기업을 이끄는 응우옌 틔 푸엉 타오(Nguyễn Thị Phương Thảo) 회장의 아들 응우옌 푸억 흥 안 빅터(Nguyễn Phước Hùng Anh Victor) 씨, LP뱅크를 이끄는 응우옌 득 투이(Nguyễn Đức Thụy) 회장의 아들 응우옌 쑤언 타이(Nguyễn Xuân Thái) 씨 등 차세대 유망 승계자들이 증시 주요 주주 명부에 속속 등장하면서 향후 베트남 자본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