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지수가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돌며 일반 근로자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수십 년 동안 모아야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베트남 당국은 주택 소유 중심에서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국가 주거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4일 베트남 부동산 업계와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 열린 2026 베트남 부동산 포럼에서 베트남부동산협회 부회장이자 시오(CEO)그룹 의장인 도안 반 빈 박사는 현재 베트남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지수(PIR)가 23.7배에서 최대 30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민들이 평균적인 주택을 한 채 구입하기 위해 전체 소득을 전혀 소비하지 않고 23년에서 30년 동안 전액 축적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 평균 지수인 11~15배와 비교하면 1.6~2배 높은 수준이며, 적정 기준치인 5~7배를 크게 초과한 수치다.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주택 소유율은 약 90퍼센트로 전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베트남의 부동산 가격은 약 59퍼센트 급등해 미국(54퍼센트), 호주(49퍼센트), 일본(41퍼센트), 싱가포르(37퍼센트) 등 주요국 상승률을 넘어섰다. 반면 주택 임대 수익률은 연 2~4퍼센트 수준에 그쳐 동남아시아 주변국 평균인 5~7퍼센트보다 크게 낮아 임대 목적으로 공급되는 주택 자산의 재무적 매력도가 떨어지는 불균형이 이어져 왔다.
도안 반 빈 박사는 그동안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분양형 주택 공급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었던 원인으로 내 집 마련을 성공의 척도로 삼는 전통적 문화와 장기 자본 시장의 부재, 고금리 환경 등을 꼽았다. 특히 토지사용료 부담이 커 단기 분양을 통해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려는 개발사들의 사업 메커니즘과 사법적 제도가 이러한 쏠림 현상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응해 베트남 최고지도부는 주거 안정을 위한 전략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나섰다. 또 람 총비서기장 겸 국가주석은 오는 2030년까지 기존 분양 주택 개발과 더불어 임대주택 확충을 국가 주거 정책의 핵심 전략 축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제도 정비와 도시 계획을 리드하고 민간 기업은 적정 이윤을 바탕으로 시공과 운영을 맡아 국민들에게 감당 가능한 비용의 주거지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팜 민 찐 총리 역시 공업단지 근로자와 공공기관 공무원, 군인 등을 위한 임대주택을 장기 성장 분간으로 지정하고 사모펀드나 금융기관 등 장기 자본 파이프라인을 유치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그러나 현재 임대주택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시장 내부의 걸림돌도 여전히 많은 상태다. 프로젝트 총원가에서 토지사용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33퍼센트에 달하는 데다, 연 10~12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대출 금리와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건축비 폭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건축 비용은 2025년 한 해 동안 30퍼센트 상승한 데 이어 2026년 1분기에도 10퍼센트 추가 상승한 것으로 측정됐다.
게다가 기존의 민간 임대 시장은 미니 아파트나 노후 주차 시설을 개조한 소규모 임대차 위주로 형성되어 있어 안전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낮고 소방 및 법적 리스크가 크다. 호찌민시의 경우 소방 기준 위반으로 적발된 임대 시설이 1만8천347개소에 달하며 이 중 344개소가 폐쇄 및 중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단순히 물리적 공간만 제공하는 임대차 형태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자산 관리와 주거 서비스 인프라가 결합된 선진국형 기업형 임대주택 모델로 시장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