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중앙은행(SBV)이 시중은행의 단기 자금난을 해소하고 금리 상승 압박을 차단하기 위해 최근 일주일간 30조 동이 넘는 대규모 유동성을 시장에 전격 공급했다. 상반기 마감을 앞두고 여신 성장세가 가팔라진 반면, 수신 자금 조달은 정체되면서 발생한 금융권의 유동성 경색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3일 베트남 중앙은행과 현지 금융 업계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지난 5월 25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공개시장운영(OMO)을 통해 총 30조 7천330억 동(한화 약 1조 6천600억 원)을 시중은행 시스템에 순공급했다. 이는 최근 한 달 사이 주간 단위로 가장 큰 스케일의 자금 주입이다.
구체적인 조달 지침을 보면 중앙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레포·Repo) 매입 채널을 통해 7일물, 35일물, 56일물 만기로 총 139조 동 규모의 입찰을 공모했다. 담보 대출 금리는 연 4.5%로 동결됐으며, 시중 금융기관들이 이 중 129조 4천800억 동을 대거 흡수했다. 같은 기간 만기가 도래해 중앙은행이 회수한 기존 자금이 약 98 smart 7천480억 동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30조 동이 넘는 순수 자금이 은행권에 신규 수혈된 셈이다.
당국이 이처럼 자금 공급 파이프라인을 전격 가동한 것은 금융기관 간 단기 자금 거래 시장인 연간 은행간(콜) 금리가 폭등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9일 마감 기준 은행간 익일물(오버나이트) 금리는 전주 대비 0.3%포인트 오른 연 7.0%까지 치솟았다. 1주일물과 2주일물 금리 역시 연 7.4%로 올랐고, 1개월물은 연 7.35%를 기록하는 등 단기 차입 비용이 한계치에 다다랐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기 자금 경색의 1차적 원인으로 여신(대출) 성장세의 가속화를 꼽았다. 경기 회복 흐름과 맞물려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반면,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수신 유입은 예년만 못해 자금의 ‘미스매치(불일치)’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자금 압박을 느낀 일부 시중은행들이 중장기 수신 금리를 슬그머니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중앙은행의 강한 ‘저금리 기조 고수’ 가이드라인도 대규모 자금 공급을 부추겼다. 앞서 지난 4월 초 팜 덕 안(Phạm Đức Ấn) Thống đốc(총재) 주재로 열린 전 금융권 회의에서 베트남 은행들은 서민과 기업의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예금 및 대출 금리를 추가 인하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5월 들어 은행들의 돈줄이 마르며 다시 예금 금리가 꿈틀거리자, 중앙은행은 지역본부를 통해 우대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변칙 금융기관에 대한 고강도 사법적 행정 검사를 지시하는 동시에 OMO 채널로 직접 융자를 지원하는 돌파구를 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상승 압박이 단순한 계절적 요인을 넘어 베트남 금융권의 만성적인 ‘장단기 구조적 왜곡’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투자증권(SHS)의 부 투안 주이 매크로 분석가는 “베트남 은행권은 수년째 ‘만기 불일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라며 “부동산 대출 등 여신은 만기가 긴 중장기 자금으로 묶이는 반면, 예수금 조달의 대다수는 1년 미만의 단기 자금에 편중돼 있어 단기 유동성 변동에 대단히 취약한 메커니즘”이라고 진단했다.
용오름증권(VDSC) 역시 거시경제 가이드라인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가 연 3.5~3.75%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베트남으로의 대규모 외화 자금 유입이 없는 한 향후 3개월 내에 자생적인 금리 인하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는 대단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