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역동적인 디지털 결제 시장으로 부상하며 ‘지갑이 필요 없는 모바일 온리(Mobile-only)’ 라이프스타일을 빠르게 정착시키고 있다는 글로벌 금융 거물의 분석이 나왔다.
2일 글로벌 결제 기술 기업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샤라드 자인(Sharad Jain)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총괄 지사장은 현지 언론 빌럼프레press(VnExpress)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디지털 결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대전환 양상을 이같이 진단했다. 자인 지사장은 베트남을 “지금까지 본 시장 중 가장 역동적인 디지털 결제 마켓 중 하나”라고 치켜세우며 대도시나 젊은 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국민의 일상 깊숙이 디지털 결제가 default(기본값)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마스터카드의 최신 ‘신결제 지수(New Payments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소비자의 70퍼센트가 신규 및 현대식 결제 수단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자인 지사장은 “베트남에서는 대형 카페나 택시는 물론 길거리 노점상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나 큐알(QR) 코드를 볼 수 있다”라며 “베트남 소비자들은 편리함이 입증되면 기존 습관을 엄청난 속도로 바꾸고 신기술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으로서 베트남에 거주 중인 그는 자신의 경험을 ‘편의성’과 ‘심층적 통합’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했다. 많은 국가에서 현대식 유통망과 영세 개인 상점 간의 결제 인프라 격차가 존재하는 것과 달리, 베트남에서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지갑 없이도 온종일 이동, 공공요금 납부, 길거리 음식 구매 등 모든 일상 소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부상한 QR 결제는 베트남 디지털 라이프의 핵심 축이 됐다. 2024년 데이터 기준 베트남 소비자의 약 65퍼센트가 QR 결제를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와 유사한 메가 트렌드다. 나아가 베트남 사용자들의 93퍼센트는 5가지 이상의 결제 수단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다각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QR 결제의 독점이 초래한 뜻밖의 부작용도 도출됐다. 영세 상인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전통적인 결제 단말기(POS) 도입을 기피하고 개인 폰을 활용한 계좌 이체형 QR만 선호하면서, 신용카드나 글로벌 디지털 월렛 사용에 익숙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결제에 애를 먹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관광객이 지갑을 쉽게 열어야 지역 경제와 관광 인프라가 활성화된다는 관점에서 이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자인 지사장은 “핵심 가이드라인은 QR코드와 카드가 서로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며 연결되도록 가교를 놓는 것”이라며 “마스터카드는 현지 금융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해외 관광객들이 국내 QR 결제망에서 국제 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연동하고 있으며, 소상공인들이 별도 단말기 없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POS 기기로 전환할 수 있는 ‘탭 온 폰(Tap on Phone)’ 기술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스터카드는 디지털 결제 대중화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금융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금융 포용성을 확대하는 경제적 기폭제가 된다고 확약했다. 디지털 트랜잭션 데이터가 누적되면 과거 신용 증빙이 어려웠던 소상공인들도 제도권 금융을 통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5~10년 동안 디지털 결제 산업의 다음 격전지는 단순한 이용자 수 확대를 넘어 ‘사용자 경험의 고도화’와 ‘보이지 않는 금융’이 될 전망이다. 자인 지사장은 이커머스와 소셜미디어상에서 제품 발견부터 최종 구매까지의 단계를 완전히 없애는 ‘임베디드 파이낸스(내재형 결제)’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와 비서가 사용자를 대신해 차량 호출, 정기 구매, 여행 계획 및 결제까지 전격 대행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결제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동화될수록,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마스터플랜에 대한 ‘디지털 신뢰(Digital Trust)’가 시장의 생존을 가르는 최종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