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명예로운 사회 돼야”…베트남 ‘숨은 달러 억만장자’ 10여 명 더 있다

출처: Cafef
날짜: 2026. 6. 1.

베트남이 도이모이(Đổi mới·개방) 2.0 시대를 맞아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포브스(Forbes) 등 글로벌 조사에 공식 등재된 인물 외에도 사회적 시선과 규제 부담 탓에 자산을 드러내지 않고 ‘숨은 부자’로 살아가는 달러 억만장자가 10여 명 이상 더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제의 스케일을 키우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부자가 되는 것이 곧 애국이자 영광”이라는 인식의 대전환과 함께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 시비를 거두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일 하노이 경제학계 및 현지 싱크탱크에 따르면 올해 2026년 초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베트남 기업인은 총 8명이다. 그러나 자산 분석 전문가들과 금융권의 정밀 추산에 따르면, 상장 주식 자산 중심의 평가 한계와 의도적인 노출 기피로 인해 공식 명단에서 빠진 ‘숨은 억만장자’가 최소 10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들이 자산을 감추는 가장 큰 원인으로 베트남 사회에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는 ‘부(富)에 대한 이중적 잣대와 시기심’을 꼽았다. 과거 빈곤했던 역사적 배경과 자본 축적 과정에 대한 불신이 맞물리면서, 기업이 고속 성장하면 이를 축하하기보다 ‘부정부패나 편법, 노동 착취의 결과물’로 의심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글로벌 무대에서는 포브스 등재가 기업과 국가의 신용도를 높이는 훈장으로 통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오히려 당국의 현미경 사법 감시나 언론의 표적이 되는 ‘독이 든 성배’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빈그룹(Vingroup) 등 대형 민간 기업들이 국가 주도의 초대형 인프라 및 도시 재개발 사업에 민관협력(PPP) 방식으로 대거 참여하면서 이 같은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팜 녓 부엉(Phạm Nhật Vượng) 회장이 이끄는 빈그룹이 국도 확장이나 도심 철도 이설 등 조 단위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인근 핵심 부지를 개발할 수 있는 이른바 ‘황금 땅’ 인센티브를 부여받자, 일각에서는 기업이 특혜로 막대한 부동산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시각이 지극히 편협하고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척박했던 시골 땅이나 불모지가 대기업의 대규모 자본 투입과 인프라 혁신을 통해 가치가 수십 배 뛰는 것은 기업이 무에서 유를 창출해 낸 ‘지대 개척 효과’지, 단순히 땅 투기로 이익을 챙긴 것이 아니라는 반박이다. 하노이의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민간 대기업이라는 ‘우두머리 두루미(Sếu đầu đàn)’들이 리스크를 짊어지고 신속하게 인프라를 깔아준 덕분에 지역 경제 전체의 가치가 상승하고 주민들의 자산도 함께 늘어나는 낙수효과가 발생했다”라며 “만약 이를 민간에 맡기지 않고 과거 방식으로 공공 예산으로만 추진했다면 예산 부족과 관료주의 탓에 수십 년이 걸려도 완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푸꾸옥, 하롱베이, 냐짱, 뀌뇬 등이 글로벌 휴양지로 천지개벽한 것 역시 민간 자본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가이드라인이다.

국제 금융가에서도 한 국가의 공식 달러 억만장자 수와 자산 가치는 단순히 개인의 부를 넘어 그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역동성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현재 명목 기준 세계 32위, 구매력 평가(PPP) 기준 세계 23위권까지 도약했으나, 세계 무대에 공표된 억만장자 수가 dăm bảy명(대여섯 명) 수준에 불과한 것은 베트남 경제의 진짜 잠재력을 대외적으로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고의 인재들과 자산가들이 사회적 매장을 두려워해 음지(그늘)로 숨어버리면 국가적으로 거대한 지적·경제적 자산 낭비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도이모이 2.0이라는 새로운 도약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 농경 사회 수준에 머물러 있는 ‘노동만이 신성하다’는 도덕적 도그마에서 벗어나,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부를 축적한 기업인을 국가적 영웅으로 예우하는 문화적 토양이 다져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정당국 역시 규제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가들이 사법 리스크에 떨지 않도록 법적 보호막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지 경제계 관계자는 “민간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베트남의 경제적 주권을 지키는 민족 기업이자 국가의 핵심 기둥”이라며 “이들이 사회적 시선에 갇혀 도심 철도 주변에서 벼나 베고 있게 만들어서는 안 되며, 자당의 자산을 당당히 밝히고 글로벌 초일류 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온 사회가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매년 빈곤의 악순환을 끊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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