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에서 대형 화학물질 저장 탱크가 과열되어 폭발할 위험이 커지자 주정부가 이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인근 주민 4만여 명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현지 지역 사회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2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오렌지카운티 가든그로브(Garden Grove)시에 위치한 항공 부품 제조업체 ‘GKN 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발생한 위험 화학물질 누출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전날 전격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정부는 지방 행정 당국의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는 한편, 주정부 소유 시설을 긴급 징용해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대피소로 전격 전환했다.
이번 위기는 지난 21일 공장 내 대형 저장 탱크의 압력 조절 밸브가 고장 나거나 막히면서 시작됐다. 이 탱크에는 플라스틱 제조 공정에 주로 사용되는 가연성 독성 화학물질인 ‘메틸메타크릴레이트’ 약 2만 6천 리터가 보관되어 있다. 소방 당국은 탱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며 가스 누출이 시작되자 초기에는 냉각수를 분사해 온도를 낮추려 시도했다. 그러나 내부 온도가 하루 만에 7도 이상 급상승해 32도에 도달하는 등 화학 반응 과열 제어에 실패하면서 폭발 위험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해당 탱크 바로 옆에는 5만 6천700리터가 넘는 대형 화학 탱크가 인접해 있어, 연쇄 폭발이 일어날 경우 초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현지 의학계에 따르면 메틸메타크릴레이트 가스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호흡기 질환과 피부 및 안구 통증을 유발하며, 고농도 노출 시 의식을 잃거나 신경계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당국은 드론을 투입해 10分 간격으로 탱크의 열화상 온도를 체크하며 방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GKN 에어로스페이스 측은 대변인을 통해 “관련 분야의 모든 전문 인력을 총동원해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며 “긴급 대피로 인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지역 주민과 인근 소상공인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공시했다.
위험이 커지자 당국은 최초 공장 주변에만 내렸던 대피령을 인근 사이프리스, 스탠턴, 애너하임, 뷰에나파크를 비롯해 베트남계 이주민 밀집 지역인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등 오렌지카운티 내 5개 도시 전역으로 전격 확대 발령했다. 이에 따라 대피 인파만 4만 명에 이르고 있다.
현지 대피 구역 내에 거주하는 베트남계 미국인 주민 T.H 씨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급박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H 씨는 “사고가 난 공장이 집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있다”라며 “지난 22일 금요일 저녁 6시에 대피령이 내렸다가 밤 8시 45분에 돌연 취소되는 등 당국의 초동 대처에 혼선이 있어 주민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튿날 토요일 새벽에 다시 대피령이 떨어져 아침 8시 반쯤 집을 나설 때는 이미 이웃 주민 대부분이 동네를 빠져나간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당국의 급작스러운 대피 구역 확대와 전면 통제 조치로 인해 미처 생필품을 챙기지 못한 주민들의 발이 묶인 상태다. H 씨는 “단순히 일시적인 누출인 줄 알고 다들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왔는데, 대피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가스 폭발 위험 때문에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현재 당국이 공장 주변 진입로를 철저히 봉쇄하고 구역을 확장하고 있어, 집으로 돌아가 옷가지나 상비약을 받아 올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며 현지의 답답한 대피 장기화 우려를 전했다. 현지 수습 워킹그룹은 탱크 내부의 화학 반응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봉쇄 전선과 대피 조치를 장기간 유지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