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거두인 미국 엔비디아(NVIDIA)가 베트남 현지에서 최고급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엔지니어 채용에 나섰다. 전 세계 프리미엄 전자제품 생산 기지로 급부상한 베트남이 반도체 및 첨단 AI 하드웨어 제조 분야에서도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침하는 모양새다.
21일 반도체 업계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베트남 내 GPU 생산 및 공정 관리를 전담할 기술 인력을 대거 모집하고 있다. 구체적인 채용 분야는 SXM 제조 검사 엔지니어(SXM Manufacturing Test Engineer)를 비롯해 공장 기획자, 제품 엔지니어, 재고 관리자, 고위 운영 책임자 등 수십 개 직무에 달한다.
이번 채용 공고의 직무 설명서(JD)에 따르면 채용된 인력들은 주로 폭스콘(Foxconn)의 베트남 현지 공장에 상주하며 근무하게 된다. 업무 내용에는 새로운 세대의 GPU 보드 및 제품 개발, 진단 패키지 설계, 검사 장비 검증, 불량률 개선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엔비디아가 대만 폭스콘의 베트남 생산 라인을 활용해 핵심 반도체 하드웨어를 본격적으로 위탁 생산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이 생산하게 될 ‘SXM 모듈’은 엔비디아의 핵심 AI siêu máy tính(슈퍼컴퓨터) 플랫폼인 HGX와 DGX에 탑재되는 최상위 등급의 데이터센터용 GPU 라인업이다. 그동안 단순 조립 및 저가 부품 생산에 머물렀던 베트남 가전·전자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의 가장 핵심적인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지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인재 조건이 까다로워 초기 인력 매칭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의 특성상 영어는 기본이며, 대만계 위탁생산 업체인 폭스콘 본사 및 기술진과의 원활한 협업을 위해 ‘중국어 능통자’를 필수 조건으로 내건 직무가 많기 때문이다. 베트남 내 반도체 전문 인력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고급 언어 장벽까지 겹쳐 적격자를 제때 수급하는 것이 현지 공장 안착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앞서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은 지난 2024년 12월 베트남을 방문해 정부와 AI 연구개발(R&D) 센터 및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고 베트남을 엔비디아의 ‘제2의 고향’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베트남 기획투자부는 엔비디아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생산 체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를 통해 향후 수년간 4,000개의 직접 일자리와 최대 5만 개의 간접 고용 효과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