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형 병원 체인들이 환자들에게 독립형 의료 시설보다 최대 2배 이상 비싼 비용을 청구해온 사실이 드러나 미 의회의 강력한 질타를 받았다. 병원 측은 공적 의료보험의 낮은 수가를 메우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항변했으나, 정치권은 ‘시설 이용료’라는 명목의 비정상적인 비용 부풀리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6일 미 정치권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최근 HCA 헬스케어, 커먼스피릿 헬스 등 미국 내 주요 병원 시스템 CEO들을 소환해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번 청문회는 병원들이 운영하는 외래 진료소에서 청구하는 이른바 ‘시설 이용료(facility fees)’의 적절성을 따지기 위해 마련됐다.
공화당 의원들은 병원 체인들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주리주의 제이슨 스미스 의원은 “미국인들은 비정상적으로 부풀려진 터무니없는 병원비에 지쳐 있다”며 병원들의 가격 책정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구체적인 사례도 제시됐다. 테네시주의 데이비드 커스토프 의원은 “독립형 외래 수술 센터에서는 대장 내시경 시설 이용료로 656달러를 받지만, 특정 병원 소속 시설은 동일한 서비스에 1천222달러를 청구한다”며 “두 배 가까이 비싼 비용이 과연 합리적이냐”고 몰아세웠다. 실제 2024년 미국의 전체 의료 지출 1조 6천억 달러 중 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 1에 달한다.
이에 대해 병원 CEO들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나 메디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등 공적 보험으로부터 받는 환급금이 실제 진료비에 못 미치기 때문에, 이를 보전하기 위해 외래 진료비용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또한 연방법에 따라 지불 능력이 없는 환자까지 모두 수용해야 하는 병원만의 특수성도 비용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정치권 내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당파적 시각차도 드러났다. 공화당은 병원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비용 투명성을 강조하며 예산 감축의 필요성을 역설한 반면,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가 공화당의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 시도를 정당화하기 위한 ‘관심 돌리기’라고 맞섰다.
매사추세츠주의 리처드 닐 의원(민주당)은 “문제의 원인이 오직 의료 공급자에게만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공화당의 보건 정책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미국 내 거대 병원 체인들의 독과점과 불투명한 비용 청구 관행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