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 결과가 자신의 경력이나 사회적 위치를 위협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통증을 숨기고 병원 방문을 미루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투안(32) 씨는 만성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승진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진료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직장 의무 검진에서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판정을 받았고, 정밀 검사 결과 신체 나이가 50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다구의 탐(59) 여사 역시 1년 넘게 허리 통증을 참으며 처방전 없는 진통제로 버텼다. “병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낫다”는 막연한 공포심 때문이었다. 결국 통증이 극심해져 찾은 병원에서 신장 결석 진단을 받았지만, 다행히 생활 습관 개선으로 치료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건강검진을 신체를 지키는 ‘방패’에 비유한다. 미국심장협회(AHA)는 18세 이상 성인에게 정기적인 혈압 측정을 권고하고 있으나, 베트남 내 예방 의료 서비스 이용률은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푸엉동 종합병원 국제 심혈관·뇌졸중 센터의 도안 주 마잉 부원장은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문화가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검진 기피 현상은 복잡한 행정 절차, 긴 대기 시간, 치료비 부담 등 과거의 부정적 경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진단 결과가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심리적 방어 기제가 작용하면서 병원 대신 소셜 미디어나 AI 플랫폼을 통한 자가 진단에 의존하는 위험한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검진 기피의 결과는 질병의 ‘연령 하향화’로 나타나고 있다. 2023년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뇌졸중 환자의 5~7%가 45세 미만이며, 매년 2%씩 증가하는 추세다. 국립심혈관연구소의 연간 시술 환자 중 40세 미만이 17%를 차지하며, 세계암연구기구(Globocan)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의 40세 미만 대장암 발생률은 약 30%에 달한다.
정부는 이러한 장벽을 허물기 위해 개인별 맞춤형 검진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하노이 의과대학 병원의 응우옌 런 히에우 원장은 연령, 성별, 직업에 따른 정교한 검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인은 전자 기록을 통해 관리하고, 만성질환자는 6개월 단위로 추적 관찰하며, 자유직 노동자를 위한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한 보건부는 2030년까지 전 국민 정기 건강검진 100% 실시와 건강보험 가입률 100% 달성을 목표로 로드맵을 수립했다. 특히 조기 진단 및 스크리닝 서비스에 대한 보험 혜택을 확대하고, 2045년까지는 건강보험 이용 시 본인 부담금을 제로(0)화한다는 방침이다. 마잉 전문의는 “비용 부담 해소와 간소화된 검진 절차만이 환자가 공포를 버리고 스스로의 생존권을 지키게 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