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그룹의 탁월한 선택: 중국 고속철이 ‘복병’이라면 지멘스는 ‘신룡(神龍)’

빈그룹의 탁월한 선택: 중국 고속철이 '복병'이라면 지멘스는 '신룡(神龍)'

출처: Cafef
날짜: 2026. 4. 28.

고속철도 산업의 발전은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한 국가의 공업력과 과학 기술 수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자원 최적화 능력을 상징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독일 지멘스의 모빌리티 부문은 ‘벨라로(Velaro)’ 시리즈와 혁신적인 ‘벨라로 노보(Velaro Novo)’를 통해 전 세계 고속철의 황금 표준을 정립하고 있다.

최근 빈그룹(Vingroup)이 추진하는 56억 달러 규모의 하노이-꽝닌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지멘스의 벨라로 노보가 채택된 것은 독일 기술의 압도적인 위상과 신뢰를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서구권 국가들이 초기 도입 비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멘스를 고집하는지, 그 기술적 배경과 경제적 가치를 분석했다.

지멘스는 1990년대 후반, 독일의 자부심인 ICE 시리즈를 개발하며 기존의 집중 동력식(기관차가 앞에서 끄는 방식)에서 벗어나 동력 장치를 열차 하부에 분산 배치하는 ‘동력 분산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단순히 기계적 개선을 넘어 공간 최적화의 극치로 불린다.

동력 분산식은 거대한 기관차가 차지하던 공간을 승객용 좌석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며, 동일한 길이의 기존 열차보다 좌석 수를 약 20% 더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스페인(Velaro E), 러시아(Velaro RUS), 중국(Velaro CN) 등으로 수출되며 각국의 혹독한 환경에 맞춰 진화했다. 특히 스페인의 벨라로 E는 2006년 상업용 열차 세계 최고 속도인 403.7km/h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8년 공개된 벨라로 노보는 단순한 속도 향상을 넘어 에너지 효율과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지멘스는 기계적 설계와 공기 역학의 개선을 통해 이전 세대보다 에너지 소비를 30%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열차 하부와 대차(Bogie) 시스템을 완전히 밀폐형으로 설계해 공기 저항을 15% 줄였고, 이는 시속 300km 이상 주행 시 소음 감소로 이어졌다. 또한 첨단 용접 기술과 신소재를 적용해 열차 전체 무게를 15%(약 70톤) 줄였다. 무게 감량은 선로 압박과 바퀴 마모를 줄여 유지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기술의 심장’이라 불리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반도체 기반 변환기 기술은 지멘스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다. 기존 실리콘 방식보다 열 손실을 10~25% 줄이고 장치의 크기를 25% 축소시켜 열차 하부 공간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는 200m 길이의 열차에 최대 600명의 승객을 수용하면서도 쾌적한 실내 공간을 제공하는 기반이 됐다.

중국 고속철 기술이 ‘복병(Ngựa ô)’처럼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 근간에는 지멘스의 DNA가 깊게 박혀 있다. 2005년 지멘스는 중국과 기술 이전 협약을 맺고 현지 엔지니어 1,000여 명을 교육했으며, 중국의 초기 고속철 모델인 CRH3C는 사실상 벨라로 E의 변형 모델이다. 중국이 최신 모델인 ‘푸싱호’를 개발했음에도 여전히 핵심 부품과 정밀 제어 시스템에서는 지멘스의 기술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신칸센과 비교했을 때 지멘스의 최대 강점은 ‘범용성’이다. 신칸센은 선로와 신호체계가 하나로 묶인 폐쇄형 시스템이라 수출 시 해당 국가의 기존 인프라와 호환이 어렵다. 반면 지멘스는 유럽 표준(TSI)을 준수하여 설계되었기에 국가 간 경계를 넘나드는 복잡한 철도망에서도 멈춤 없이 운행할 수 있다.

서구권 국가들이 지멘스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LCC(Life Cycle Cost, 수명 주기 비용)’에 있다. 지멘스의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인 ‘레일리전트 X(Railigent X)’는 수천 개의 센서를 통해 열차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부품이 고장 나기 전 교체 시기를 예측하는 예방 정비 시스템을 통해 가동률을 거의 100%에 가깝게 유지한다.

지멘스는 단순히 열차만 파는 것이 아니라 신호체계(ETCS Level 2), 전력 공급, 통신 시스템을 아우르는 ‘턴키(Turn-key)’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베트남과 같은 열대 기온과 높은 습도, 염해 조건에서도 30년 이상의 수명을 보장하도록 특수 설계된 공조 시스템과 절연 재질은 장기적으로 수십억 유로의 에너지를 절감해 준다.

빈그룹의 이번 선택은 초기 구매가보다 30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에너지 비용과 유지보수비를 고려한 ‘스마트한 투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멘스의 기술은 베트남 고속철이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것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 초석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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