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Trend – 사이공 조깅 허브, 뚜티엠·살라의 매력

– 호찌민 러너들이 열광하는 ‘성지’의 탄생

잡초 무성하던 강변이 달라졌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호찌민시 투득시(TP. Thủ Đức) 뚜티엠(Thủ Thiêm) 강변은 거칠고 쓸쓸한 곳이었다. 바로 강 건너 1군(Quận 1)의 빽빽한 고층 빌딩과 고급 호텔들이 사이공강(Sông Sài Gòn)을 사이에 두고 버젓이 들어서 있는 반면, 뚜티엠 쪽 강변은 잡초와 갈대가 무성하게 자란 좁은 흙길과 방치된 공사장 구조물이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그랬던 곳이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바썬(Ba Son) 다리 교두부에서 뚜티엠 터널 입구까지 이어지는 강변에는 꽃과 조경수가 들어서고, 깔끔하게 포장된 보행로와 푸른 잔디밭이 조성됐다. 야간 조명이 설치되고, 벤치와 이정표까지 갖춰지면서 이곳은 어느새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고, 아이와 손을 잡고 산책하는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뚜티엠 문화창의센터(Trung tâm Văn hóa Sáng tạo Thủ Thiêm)라는 현대적 복합 문화 시설까지 들어서며 강변의 무게감도 달라졌다.

강 너머 1군 쪽에서 봐도 변화는 확연하다. 사이공강 양쪽 경관이 비로소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달리기를 즐기는 이들, 즉 ‘러너(Runner)’들에게 이 변화는 단순한 환경 개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뚜티엠 강변과 그 배후에 자리한 살라(Sala) 도시 단지가 결합하면서, 호찌민 최고의 조깅 허브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러너들이 뚜티엠·살라로 몰리는 이유

호찌민시는 달리기 하기 어려운 도시로 꼽혀왔다.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뒤엉킨 도로, 수시로 인도를 침범하는 노점상, 뜨거운 습기와 배기가스. 이런 환경에서 쾌적하게 러닝을 즐기려면 일부러 ‘탈출구’를 찾아야 했다. 그 해답이 바로 뚜티엠이다.

뚜티엠·살라 일대는 대로가 넓고 인도가 탁 트여 있으며 오토바이 통행량이 현저히 적다.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대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강변 공원이 나오고, 거기서 시선을 들면 사이공강 너머 1군의 스카이라인, 랜드마크 81(Landmark 81),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Bitexco Financial Tower) 등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 경관이 러너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된다. 고된 훈련 중에도 눈이 즐거우니 발걸음이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일대는 러닝 코스의 다양성이 탁월하다. 뚜티엠2교(Cầu Thủ Thiêm 2)에서 시작해 강변을 따라 달리다가 살라 도시 단지를 관통하는 루프를 돌면, 코스 설계에 따라 3km·6km·10km 이상의 거리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평지 일색이 아니라 뚜티엠교를 넘는 구간에서 해발 고도 변화를 경험할 수도 있어 경사 훈련(Hill Training)이 필요한 러너들에게도 적합하다.

달리기에 최적인 시간대도 분명하다. 이른 아침 5시 30분에서 7시 30분 사이, 그리고 늦은 오후 5시에서 7시 30분 사이가 가장 이상적이다. 이 시간대에 강변을 찾으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러너들과 함께 달릴 수 있다. 고독하지 않은 러닝, 자연스럽게 경쟁심이 생기는 러닝이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살라의 도로 체계는 러닝에 특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구간이 1~2km 단위로 구획되어 있고, 노면은 청결하게 포장되어 있으며 차량 통행이 적다. 양옆에 심어진 가로수는 그늘을 만들어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고, 호수와 공원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달리는 내내 시선을 환기시켜 준다. 바람이 통하는 넓은 공간 덕분에 도심 다른 지역에 비해 공기질도 확연히 좋다는 것이 러너들의 공통된 평가다.

달리기를 마친 후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써클K(Circle K), 패밀리마트(FamilyMart), GS25 같은 편의점이 곳곳에 있어 보충 음료와 간식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달리기 전용 스포츠 용품점인 ‘세계달리기(Thế Giới Chạy Bộ)’와 ‘키파워스포트(Key Power Sport)’, ‘트라이스포츠(Trisports, 현재 Xedap.vn)’ 등이 입점해 있어 러닝화, 운동복, 영양 보충제 등을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러닝 전문 영양 브랜드 ‘파미넛츠 하우스(Faminuts House)’도 살라 내에 지점을 두고 있어, 식물성 견과류 단백질 음료와 에너지 식품 등을 제공한다.
뚜티엠2교 접근성도 살라 러닝의 큰 강점이다. 교량 구간을 포함한 루프를 설계하면 고도 변화가 생기면서 훈련 강도를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다.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의 경우 인근 수영장과 자전거 도로를 연계해 복합 훈련 루트를 짜는 경우도 많다.

엘리트가 먼저 알아본 ‘성지’

뚜티엠·살라가 호찌민 러닝 커뮤니티의 ‘성지(聖地)’로 불리게 된 데는 그 이름값을 먼저 증명한 엘리트 러너들의 역할이 컸다. 베트남 국가 기록 보유 마라토너 호앙응우옌타잉(Hoàng Nguyên Thanh), 베트남 전국 종주 마라톤으로 유명한 기인 응우옌반롱(Nguyễn Văn Long), ‘경보의 여왕’ 응우옌티타잉푹(Nguyễn Thị Thanh Phúc) 등 베트남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이 일대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풀뿌리 러닝 커뮤니티의 유명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단꾸옛(Đan Quyết), 띠에우프엉(Tiểu Phương), 쯔엉찌떰(Trương Trí Tâm), 응이아보(Nghĩa Võ), 시몬호(Simon Hồ), 녀쫑(Nhơn Trọng), 꽝쩐(Quang Trần), 찌응우옌(Chi Nguyễn) 등 호찌민 러닝 씬(Scene)을 이끄는 주요 러너들이 살라와 뚜티엠을 홈 트레이닝 기지로 삼고 있다. 이들이 SNS를 통해 이 일대의 훈련 영상을 공유하면서 살라는 자연스럽게 러닝 커뮤니티의 집합소가 됐다.

대형 러닝 클럽들도 이곳을 근거지로 활용한다. SRC, 비엣러너스(Vietrunners), 런클럽(Run.club), 아디다스 사이공(Adidas Sài Gòn) 등 수백 명 규모의 클럽들이 정기 합동 훈련 장소로 살라를 택한다. 주말이면 수백 명이 모여 페이서(Pacer) 가이드를 따라 뛰는 광경이 연출된다. 초보 러너들이 이 물결에 합류하면서 러닝을 시작하는 계기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24년 5월에는 이런 분위기에 더욱 불을 붙인 행사가 열렸다. 러닝 전문 리테일 브랜드 ‘세계달리기’와 파미넛츠 하우스가 살라 내에 복합 러닝 허브인 ‘살라 러닝 허브(Sala Running Hub)’를 공식 개점하면서 기념 10km 러닝 페스티벌 ‘살라 런 페스트(Sala Run Fest)’를 개최했다. 당일 1,000명이 넘는 러너가 참가했으며 A, B, C, Z 4개의 출발 그룹으로 나뉘어 레이스가 펼쳐졌다. 국가 기록 보유자부터 처음 대회에 나선 초보까지, 살라 강변을 달리며 각자의 퍼스널 베스트(PR)를 경신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제 살라는 비단 호찌민 러너만의 공간이 아니다. 빈증(Bình Dương), 붕따우(Vũng Tàu) 등 인근 지역에서도 주말이면 원정 러너들이 찾아온다. 외국인 러너들, 특히 호찌민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러닝 클럽들도 이 일대를 정기 코스로 활용하고 있다. 호찌민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타오디엔(Thảo Điền) 지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이 한국 교민 러너들에게 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강 너머 두 얼굴이 하나로

지금 뚜티엠·살라 일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사이공강을 사이에 두고 1군 쪽 고층 빌딩 숲과 4군(Quận 4)의 빼곡한 연립 주택들이 강변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반면, 그 맞은편 뚜티엠·살라 쪽에는 이제 현대식 문화센터와 카페, 쇼핑 시설, 그리고 달리는 사람들이 가득 찬 강변 보행로가 자리해 있다. 사이공강 양쪽 경관이 비로소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뚜티엠 문화창의센터는 이 변화의 상징물이다. 개방적인 현대 건축 양식으로 설계된 이 시설은 전시, 소규모 공연, 청년 문화 행사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센터 주변은 강변 광장과 야외 무대가 배치된 열린 공공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 달리기를 마친 러너들이 이곳에 앉아 강바람을 맞으며 1군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2025년 6월 항공 사진에 포착된 이 일대의 모습은 2023년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강변을 따라 카페와 상점이 줄지어 들어섰고, 야간에는 가로등 불빛이 수면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늦은 오후면 강변 잔디밭에 모여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이른 아침이면 달리기 복장을 갖춘 러너들이 강변 보행로를 종종걸음으로 지나간다.

호찌민에서 이곳 만한 곳은 당분간 없다

물론 아직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뚜티엠 신도시 개발이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구역이 남아 있고, 일부 도로는 공사 차량의 진입으로 러너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 공중 화장실 수가 더 늘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강변 상권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오토바이 및 차량 통행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티엠·살라 일대는 호찌민시 내에서 달리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곳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사이공강 수변 공간의 체계적 정비, 살라 도시 단지의 현대식 인프라, 러닝 전문 상업 시설의 집적이 삼위일체를 이루며 호찌민 러닝 문화의 구심점을 만들어냈다. 러닝은 더 이상 소수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침마다 강변을 달리는 수백 명의 발소리가 그것을 증명한다.
도심의 소음을 벗어나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싶다면, 그리고 달린 후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사이공강 너머 스카이라인을 바라보고 싶다면, 답은 하나다. 뚜티엠 강변과 살라로 향하면 된다. 호찌민 러너들의 성지는 이미 거기에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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