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정점에 달하면서 베트남 증시를 이끄는 거물급 회장들의 발언이 연일 화제다. 경영 실적만큼이나 주주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주가 변동’을 두고, 각 기업 수장들은 때로는 공감으로, 때로는 파격적인 자신감으로 주주들을 대면하고 있다.
23일 베트남 증권업계와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열린 주요 기업 주총 현장에서는 주가 하락에 대한 경영진의 솔직한 심경과 투자 제안이 쏟아져 나오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FPT 쯔엉 자 빙 회장: “주가 하락에 깊은 공감… 우리는 재탄생 중”
지난 16일 열린 FPT 그룹 주총에서 쯔엉 자 빙(Truong Gia Bình) 회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FPT 주가가 2025년 고점 대비 44%나 폭락하며 주주들의 자산 가치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빙 회장은 “주가가 오랫동안 깊게 하락해 미래 자산을 걱정하는 주주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FPT는 현재 AI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재탄생’하고 있다”며, 5~10년 내에 국가 핵심 기술을 장악하고 세계적인 AI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며 주주들을 달랬다.
화팟 쩐 đình 롱 회장: “내가 이 자리에 있는 한, 주식 사라고 안 한다”
21일 열린 ‘국민주’ 화팟(HPG) 주총에서는 쩐 đình 롱(Trần Đình Long) 회장의 소신 발언이 화제가 됐다. 약 30만 명의 주주를 보유한 화팟은 올해 사상 최대 매출 목표(210조 동)를 세웠음에도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 주주가 “최근 화팟 주식은 ‘발전(Phát)’보다 ‘본전(Hòa)’에 가깝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자, 롱 회장은 “주가 변동은 시장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내가 회장직에 있는 동안, 주주들에게 화팟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매수와 매도는 투자자의 독립적인 판단임을 강조했다.
PAN 그룹 응우옌 주이 흥 회장: “롱 회장 말에 동의… 나도 권유 안 해”
같은 날 주총을 연 PAN 그룹의 응우옌 주이 흥(Nguyễn Duy Hưng) 회장 역시 롱 회장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1분기 순이익이 40배나 폭등하고 50%의 고배당을 예고하며 분위기가 고조됐음에도, 흥 회장은 “추가 매수하겠다는 주주들의 문자를 받지만, 나 역시 주식을 사라고 권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킨박(KBC) 당 타잉 따므 회장: “반대매매 당한 주주들 생각하면 가슴 아파”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로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과 반대매매가 속출하자, 킨박 시티(KBC)의 당 타잉 따므(Đặng Thành Tâm) 회장은 주주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그는 “불안감에 부적절한 시기에 매도하거나, 반대매매로 큰 손실을 본 주주들을 생각하면 매우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킨박은 올해 3,000억 동의 세후 이익 목표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 신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HAGL 바우 득 회장: “나처럼 사라, 2년 뒤 손해면 나를 욕해라”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황안지아라이(HAG)의 바우 득(Bầu Đức, 본명 Đoàn Nguyên Đức) 회장이다. 그는 지난 17일 주총에서 “최근 400만 주를 매수했고 앞으로 더 살 것”이라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주주들에게 “돈이 있다면 나처럼 사라. 1~2년 뒤에 손해를 본다면 나를 찾아와 욕을 해도 좋다”며 압도적인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해 순이익 목표를 전년 대비 두 배인 4조 2,020억 동으로 잡은 것이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