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수만 명의 인파를 끌어모으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는 워런 버핏의 단순한 보고가 아닌, 5~6시간에 걸친 끝장 토론과 소통을 통해 전 세계 자본을 매료시킨다. 반면, 베트남의 주주총회는 여전히 형식적인 ‘예식’에 치우쳐 이미 공개된 숫자를 읽는 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년 이상의 시장 경력을 가진 찐 꾸인 자오(Trinh Quynh Giao) PVI 자산운용 대표는 이제 베트남 기업들도 주주총회를 투자자를 정복하고 자본을 붙잡기 위한 ‘전략적 무기’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자오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기사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다.
자오 대표는 지난 20년간 베트남 기업의 거버넌스 표준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평가한다. 과거에는 정보 접근 채널이 부족해 주주총회가 경영진의 얼굴을 보는 유일한 기회였으나, 이제는 모든 재무 수치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대다. 따라서 주주들이 주총에서 기대하는 것은 ‘숫자 이외의 것’이다.
“투자자들은 향후 전략, 잠재적 리스크, 그리고 무엇보다 경영진이 회사를 어떻게 이끌고 주주와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보고 싶어 합니다. 숫자는 서류로 충분합니다. 현장에서는 경영진의 실천 능력과 투명성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죠.”
실제로 PVI AM은 서류상으로는 완벽한 기업이라도 주총 현장에서 경영진이 민감한 질문에 회피하거나, 특정 그룹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태도를 보일 경우 즉각 투자를 철회하거나 회수(Exiting)하기도 한다. 경영진의 불투명성은 가장 큰 거버넌스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주총의 고질적 문제인 ‘일방향 보고’와 ‘형식적인 찬성’에 대해 자오 대표는 일침을 가했다. 주주들이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진정한 동의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주주들이 주총장에서는 고개를 끄덕일지 몰라도, 회의장을 나선 뒤 주식을 팔아치운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입니까? 정보의 비대칭성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여 결국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을 상승시킵니다. 투명한 대화는 오히려 기업의 자본 비용을 낮추는 지름길입니다.”
자오 대표는 주식을 ‘특별한 상품’으로 보고, 주주총회를 최고의 마케팅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품 홍보에는 수억 동을 쓰면서, 기업의 ‘주인’인 주주를 설득하는 데 소홀한 것은 기본 경영 마인드의 부재라는 지적이다.
“기업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주총만큼 좋은 장소는 없습니다. 주주를 단순한 투자자가 아닌 ‘동반자’로 만들면, 위기 상황에서 그들은 가장 든든한 우군이 됩니다. 팬데믹 당시 한 주주가 기업의 백신 접종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던 사례처럼, 수만 명의 주주와 공명할 때 창출되는 가치는 상상 이상입니다.”
변화하는 ‘주인’들: “MZ세대 주주의 전문성이 기업을 바꾼다”
최근 시장에 진입한 젊은 개인 투자자들의 전문성은 기업 경영진을 압박하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자오 대표는 “이제 주주들은 단순히 보고서를 읽어주는 것을 참지 않는다”며, 이러한 ‘세대의 변화’가 투명한 거버넌스를 강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주주들의 단호한 태도가 경영진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투명성과 전략적 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오 대표는 카페에프(CafeF)가 주최하는 **‘AGM Award 2026’**과 같은 주주총회 평가 시스템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서류상의 수치가 아닌 주주들의 ‘실제 경험’과 ‘대화의 질’을 평가하는 이러한 시도가 베트남 자본 시장의 신뢰를 구축하는 실질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