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하반기 베트남 전역에 강력한 엘니뇨(El Niño) 현상이 발생해 극심한 폭염과 가뭄, 용수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베트남 기상수문기후변화연구소(IMHEN) 기상기후센터의 쯔엉 바 끼엔(Truong Ba Kien) 부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2026년 여름부터 엘니뇨로의 전환 가능성이 60% 이상이며, 연말에는 매우 강한 강도의 엘니뇨로 발달할 확률이 약 25%에 달한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전 지구적인 대기 순환을 방해해 기상 이변을 일으킨다. 끼엔 부소장은 “해수면 온도 편차를 나타내는 해양엘니뇨지수(ONI)가 2.0℃를 넘어서는 ‘매우 강함’ 단계, 이른바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과거 1997~1998년이나 2015~2016년의 사례와 똑같은 양상이 반복되지는 않겠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과 가뭄의 강도는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기상 당국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기온이 0.5~1℃가량 높아지고 증발량은 늘어나는 반면, 강수량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부와 남부 지역, 그리고 중부 고원(Central Highlands) 지대의 가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북부 지역은 폭염의 일수와 강도가 예년보다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동해(남중국해)상의 태풍 발생 횟수는 평년보다 줄어들 수 있으나, 일단 발생하면 경로가 불규칙하거나 급격히 강해지는 ‘괴물 태풍’이 될 위험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구가 이미 뜨거워진 상태에서 엘니뇨가 겹치는 ‘복합 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끼엔 부소장은 “지구 온난화가 기온의 베이스라인을 높여놓은 상태에서 엘니뇨가 발생하면 폭염은 더 길고 잔인하게 이어진다”며 “여름철에는 북부와 중부의 전력 수요 급증과 용수 부족이, 하반기부터 내년 건기까지는 남부 메콩 델타 지역의 염수 유입과 강물 수위 저하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농업 분야에서는 작물 재배 시기를 조정하고 물 절약형 관개 시설을 도입해야 하며, 에너지 분야는 폭염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 급증과 가뭄에 따른 수력 발전량 감소라는 이중고에 대비해야 한다. 끼엔 부소장은 “단순한 기상 예보를 넘어 농업, 에너지, 수자원 관리가 통합된 ‘다중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가 작동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달간 엘니뇨의 발달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각 지방정부가 산불 방지와 용수 확보 계획을 철저히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