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명적인 수족구병 바이러스인 EV71이 다시 기승을 부리며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어린이 8명이 목숨을 잃자 보건부가 긴급 방역 조치에 나섰다. 29일(현지시간) 응우옌 티 리엔 흐엉(Nguyen Thi Lien Huong) 보건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실무진은 호찌민(Ho Chi Minh)시를 방문해 수족구병 방역 실태를 직접 점검하고 ‘전염병 복합 위기’ 차단을 지시했다.
호찌민시 질병통제센터(HCDC)의 레 홍 응아(Le Hong Nga) 부소장에 따르면 올해 12주 차까지 호찌민 내 병원에서 접수된 수족구병 환자는 총 1만 88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급증했다. 이 중 입원 환자는 1,992명이며, 중증 환자(2B 등급 이상)는 221명에 달한다. 특히 중증 환자의 51%가 다른 지방에서 유입된 어린이들로 나타나 호찌민 내 대형 병원들의 치료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중증 수족구병의 주원인인 EV71 바이러스의 재출현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나타난 이 바이러스는 올해 전체 검사 샘플의 약 24%를 차지하고 있다. 제2아동병원(Benh vien Nhi dong 2) 관계자는 EV71이 신경계, 심혈관, 호흡기 합병증을 유발하며 불과 24시간 만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해당 병원에서는 6명이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으며 2명은 지속적 혈액투석을 받는 등 위중한 상태다.
파스퇴르 연구소(Vien Pasteur) 응우옌 부 트엉(Nguyen Vu Thuong) 부소장은 현재까지 호찌민 4명을 포함해 안장(An Giang), 껀터(Can Tho), 동나이(Dong Nai), 동탑(Dong Thap)에서 각각 1명씩 총 8명의 아동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그는 중증 환자의 80%가 36개월 미만 영유아인 만큼,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감염 확산의 ‘최전방 저지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을 방문한 흐엉(Huong) 차관은 수족구병뿐만 아니라 뎅기열, 홍역, 뇌수막염 등 다른 전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dịch chồng dịch(전염병 겹침 현상)’ 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건부 집계 결과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2만 5,000건 이상의 수족구병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는 2025년 같은 기간보다 약 5배 증가한 수치다.
보건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조기 발견과 격리를 독려하는 한편, 중증 환자 발생 시 상급 병원과의 원격 협진 및 신속한 전원 체계를 가동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의료기관 내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한 위생 관리를 강화하고, 향후 도입될 수족구병 백신이 실질적인 방역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노이(Ha Noi)와 인근 지역에서도 환자 발생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전국적인 방역 고삐를 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