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전 세계가 3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에너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에너지 안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과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국제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검토 중이다. 특히 셰일 오일 생산국인 미국은 국내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베네수엘라 및 가이아나 등 남미 지역으로부터의 원유 수입 비중을 높이며 중동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 역시 천연가스 비축량을 늘리고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는 등 에너지 자립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대응도 긴박하다. 원유 수입의 8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은 에너지 수급 위기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가동했다. 한국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고 정유업계와 협력해 아프리카 및 미국산 원유 수입 시 운송비 차액을 지원하는 등 수입선 다변화를 독려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파이프라인 협력을 강화하며 해상 봉쇄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근본적인 재편을 불러올 것으로 분석했다. 각국은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이거나 수소 에너지 등 차세대 연료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계에는 에너지 절감 기술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중동의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은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인플레이션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금리 정책 조정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제 사회는 에너지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공급망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