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보낼 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계실 것입니다.
특히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인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한국어 발달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언어는 수업이나 교재에서만 자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놀이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말 속에서 더 잘 자랍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연령별로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언어 자극
놀이를 소개해드립니다. 특별한 준비물도, 비용도 필요 없습니다. 오직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2~3세: 말문을 여는 첫걸음, 반복과 소리 중심 놀이
이 시기의 아이는 막 말문이 트여 단어를 붙여 말하고 말놀이를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풍부하게 듣고, 흥미롭게 따라 말해보는 경험입니다.
▷ 목욕놀이
“물이 첨벙첨벙”, “거품이 보글보글” 등 단순한 의성어를 반복해주세요.
“아, 뜨거워”, “차가워”, “시원해”, “따뜻해” 등 간단한 형용사도 물의 온도로 직접 느끼게 해주세요. “똑똑똑” 하며 물떨어지는 소리도 함께 내어보세요.
▷ 물컵 놀이
컵에 물을 따르며 “가득”, “조금”, “없어”, “더 많이” 등 양의 개념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또한 “컵에 물이 있었는데, 다 마셔서 없어졌네” 등 기본적인
인과관계를 익힐 수 있는 말들을 들 려주셔도 좋습니다.
▷ 촉감 중심의 요리 놀이
맛과 촉감 그리고 다양한 동사를 들려주기에 좋은 놀이입니다. ‘바나나 우유’를 만들면서 “바 나나 갖다줘”, “껍질 까”, “으깨자”, “물렁물렁”, “달콤해”, “이제 우유를 넣자” 등 간단한 동 작과 맛 표현을 사용합니다. 반죽을 만지며 함께 만들 수 있는 ‘수제비’, ‘쿠키’등도 좋습니다. “말랑말랑”, “끈적끈적”, “동그랗게”, “길게”, “넓적하게” 등 다양한 표현들을 들려주세요.
▷ 소꿉놀이 (컵과 숟가락만 있으면 충분해요!)
간혹 부모님들께서 우리아이는 활동적이어서, 남자아이라서, 소꿉놀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실 때가 있습니다. 소꿉놀이는 발달 상 중요한 인지 활동으로 무언가를 흉내내는 것입니다. 아직 말이 서툴러도, 컵에 물 붓는 시늉, 숟가락으로 밥 먹이는 흉내를 내며 “짜잔 ~ 맛있는 밥이요!”, “아기 배고파요” 같이 부모가 말을 붙여보세요. 이런 상황 중심 언어 자극은 표현 언어보다 더 먼저 이해 언어를 키워주며, 아이의 상상력도 함께 자랍니다.
4~5세: 상상력과 문장력이 자라는 시기, 역할놀이 중심 놀이
말이 많이 늘고 문장 표현이 가능해지는 이 시기의 아이는 놀이를 통해 어휘력, 문법, 순서 개념을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역할놀이: 마트놀이, 식당놀이, 유치원 놀이 등
인형, 장난감 음식, 장바구니 등을 활용해 “이거 얼마예요?”, “계산해주세요”, “맛있어요” 등상황 속 대화를 반복해보세요. 자연스럽게 문장 표현력과 사회적 언어 사용이 자극됩니다. 꼭인형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블록이나 자동차등을 사람처럼 생각하고 역할 놀이를 시도해보세요.
▷ 이야기 이어 말하기
“옛날에 어떤 강아지가 있었어요…”로 시작하여 부모와 아이가 한 문장씩 번갈아가며 이야기 를 이어가 보세요. 아이의 창의력, 문장 구성력, 인과관계 이해까지 한꺼번에 훈련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앞뒤가 맞지 않고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우선은 들어주세요. 매일 밤, 그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도 좋습니다.
▷ 감정 따라 말하기
“화가 났어요”, “기뻐요”, “속상해요”, “아쉬웠지?”, “부끄러웠겠다”, “쑥스러워” 같은 감정표현을 따라 하게 해보세요.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얘는 기분이 어땠을 것 같아?”라고 물어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정서 표현 능력과 언어 표현력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좋은 활동입니다.
▷ 레시피가 있는 요리 놀이
‘김밥 만들기’를 시도해 보세요. 준비물을 준비하면서 “김하고 달걀하고 햄 갖다줘” 두 가지또는 세 가지 사물을 한꺼번에 가져오도록 지시하거나, “냉장고에서 참기름을 가져와서 밥에뿌려줘”와 같이 순차적인 지시를 해보세요. 다음엔 레시피에 따라 “이제 김을 펼쳐보자”, “밥을 고르게 펴볼까?” 등 순서를 설명하며 동작 어휘를 늘려갑니다. “단무지는 노랗고 달콤해”, “시금치는 초록색이야” 등 색깔과 맛을 연결해서 표현합니다. ‘샌드위치 만들기’도 좋습니다. “빵 위에 올려”, “햄 다음엔 치즈, 그 다음엔 오이야”, “겹겹이 쌓자” 등 위치와 동작을 함께 표현합니다.
▷ 야외 활동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저기 간판은 빨간색이네”, “저 아저씨는 세모 모자를 썼어.”등 광경을묘사해 주세요. 공원에 가서는 “나무가 바람에 흔들흔들해”, “개미가 줄을 서서 걸어가” 등관찰한 것을 문장으로 표현하게 합니다. 물풍선을 던지면서 “벽에 세게 던져봐”, “빨간 풍선을 위로 던질까?”, 놀이터에서 “그네를 이제 세게 밀어줄게.” “손으로 꽉 잡아야돼”, “빙빙이를 세게 돌려줄까? 약하게 돌려줄까?” 등 아이의 행동을 묘사하고 물어보고 답하는 말들을상황에 맞게 많이 들려주세요. 신체놀이를 하며 배우는 말들은 아이들이 오래도록 잘 기억합니다.
6~7세: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힘을 기르는 시기
초등 입학 전후의 아이들은 단어 나열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문장으로 설명하는연습이 필요합니다. 이 시기의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사고력, 사회성, 학습 능력과도 연결됩니다.
▷ 하루 그림일기 말하기
하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그림으로 그리게 한 뒤, “무슨 일이 있었어?”, “언제?”, “누구랑?” 등의 질문을 던지며 말로 풀어보게 해보세요. 자연스럽게 시간 순서, 감정 표현, 이야기 구성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림이 어렵다면 사진도 좋습니다. 사진을 보여주고 육하원칙 에 맞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물어봐 주세요.
▷ 책 속 인물 인터뷰 놀이
함께 읽은 동화 속 주인공을 인터뷰하듯 질문해 보세요. 아기 돼지 삼형제 책을 읽고 “막내 돼지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왜 벽돌로 집을 지었나요?”, “늑대가 나타났을 때, 마음이 어땠나요?”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질문을 하고 아이가 답하게 했다면 역할을 바꿔 아이가 질문을 만들고 부모님이 답하는 것도 해보세요. 이 활동은 언어 이해, 추론력, 감정 이입 능력을 확장시켜 줍니다.
▷ 보드게임
보드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순서를 지키는 것을 자연스럽게 놀이로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추천하는 것은 윷놀이입니다. “도 하나 나왔으니 한 칸 앞으로”, “윷이 나와서 한 번 더 던질 수 있어” 등의 규칙을 말해주세요. 윷을 던질 때에는 작은 담요를 깔아주시고 그 밖으로나가지 않게 행동을 조절하게 해주세요. 놀이 안에서 충동성을 조절 할 수 있는 훈련이 됩니다. 단순하지만 여러 가지 전략을 적용할 수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승부에 집착하는 아이일수록 지는 경험을 잘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의 감정도 함께 이야기 해주세요. 한 가지 더, “도”, “개”, “걸”, “윷”, “모”를 외치는 것만으로도 발음연습이 됩니다.
▷ 동요 바꿔부르기
동요 속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해보세요. “곰 세 마리” 대신 “호랑이 세 마리”로 바꿔 부르고,”아빠 호랑이는 겁쟁이, 엄마 호랑이는 거울공주, 아기 호랑이는 먹보” 특징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들을 유도해 보세요.
▷ 스무고개, 끝말잇기, 거꾸로 말하기
명불허전 가장 좋은 말놀이입니다. ‘스무고개’를 통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범주화의 오류를 발견할 수도 있고 추론 능력을 도울 수 있습니다. ‘끝말잇기’는 학령기 발달 과업인 글자 습득을위해 필요한 음운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단어를 음절 단위로 분리하고 합성하는 가장좋은 놀이입니다. ‘거꾸로 말하기’는 “도시락”을 들려주면 거꾸로 “락시도” 대답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2음절 단어로 시작해서 점점 길이를 늘려보세요. 음운인식과 작업기억을 높이데도움이 됩니다.
놀이할 때, 꼭 기억하세요!
첫째, 아이가 실수해도 바로 고치려 하지 마세요. “아, 그렇구나!” 하고 받아준 후 올바른 표현을 자연스럽게 들려주세요. “정확히 말해봐” 대신, “내가 잘 못 알아들었어, 다시 한번 말해주라” 이렇게 기회를 주세요.
둘째, 아이의 관심사를 파악해 그에 맞는 놀이를 선택하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고른 놀이를 더 풍성하게 해 줄 수 있을 뿐, 놀이의 중심은 늘 아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그리고 그렇게 고른 놀이라 하더라도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싫어하면 즉시 중단하세요. 놀이는즐거워야 효과적입니다.
셋째, 부모님께서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놀이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숙제처럼 공부처럼 한다면, 금방 지치고 아이도 분명히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여름,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아이와 눈을 맞추고, 함께 웃으며 말하는 시간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 시간이 곧, 언어 자극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에게 가장 값진 선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