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k Talk 569 – 위선과 예절

최근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에서 U-23 이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내리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언행이 금메달 못지않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병역 면제를 자랑스레 내세우는 듯한 태도가 그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논란의 뿌리는 단순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유난히 예민해져 있습니다. 병역 자원이 부족해지며 징병률은 94%에 이르렀고, 예전 같으면 입대하지 않았을 이들까지 군복을 입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최근 목함지뢰 폭발 사고로 두 장병이 희생되면서, 군 복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한층 무거워졌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좋게 보면 솔직한, 나쁘게 보면 예의 없고 오만한 선수들의 행동이 불씨를 키운 셈입니다.

시대가 변한 탓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변화가 꼭 나은 쪽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예전에도 국가대표가 금메달로 병역을 면제받는 일은 있었습니다. 다만 그때는 속내가 어떻든, 적어도 카메라 앞에서는 “팀의 승리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병역 면제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듯 몸을 낮췄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인터넷 정서에서는 그조차 위선으로 보이겠지만, 그것이 바로 예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습니다.
SNS에서 돈을 흥청망청 쓰는 모습을 자랑하고, 제 눈에 거슬리는 이를 응징하며,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조롱하는 영상이 범람하더니, 이제는 금메달로 병역을 면제받으면 전역모를 눌러쓴 사진을 올리며 자랑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시대까지 왔습니다.

누구의 말인지는 모르나,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어리석을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 흔적이 쉬이 지워졌지만, 요즘은 영상과 사진으로 고스란히 박제된다.” 이 말이 나온 지도 십여 년이 지났습니다. 짧은 영상, 이른바 쇼츠의 시대가 열린 지금은 그 어리석음의 순간마저 낱낱이 기록으로 남습니다.
예절과 위선은 분명 다른 것이지만, 그 경계가 겹치는 자리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가 예의로 여기는 겸손도 때로는 위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위선이 사회를 매끄럽게 돌아가게 하고, 적어도 서로의 갈등을 미리 눌러 주는 구실을 합니다. 바로 그 완충이 2000년대 들어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수면 아래에서 진행된 이 변화가 끝내 2026년, 국가대표팀이 예절의 선을 넘어서는 장면으로까지 번진 것입니다.

SNS가 일상이 된 시대에,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 자식들의 손에서 그것을 떼어 놓기란 어렵습니다. 호주가 시행한 미성년자 SNS 금지 같은 법률을 집집마다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지난 세대가 TV와 만화책을 아무리 막으려 해도 아이들이 기어이 보고야 말았던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금지보다 교육입니다. 아이들의 눈에는 위선으로 비칠 법한 것도 실은 사회를 지탱하는 예의범절임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리고 겸손이 한낱 격식이 아니라, 끝내 자신을 지켜 주는 방패가 될 수 있음을 일러 주시기 바랍니다.

길을 잘못 들면, 그 폐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것은 그다음 세대입니다. 앞선 세대의 의무는 최소한의 리더십을 보이며, 뒷세대가 그릇된 길로 접어들 때 이를 짚어 바로잡아 주는 데 있습니다. 때로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을 마땅히, 그러나 온당하게 교정하는 ‘꼰대’가 되기를 마다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동안의 잘못된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적어도 교정된 미래를 틔울 씨앗을 심는 것, 그것이 선배 세대의 의무입니다.
예의범절은 설령 그것이 위선일지라도 사회를 부드럽게 굴러가게 하는 윤활유임을 기억해 주십시오. 모두가 마지막 한 겹까지 벗어 던지는 순간, 사회에 남는 것은 오직 황금만능주의와 복수, 그리고 마녀사냥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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