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이머이(Đổi Mới) 40년을 지나 베트남 경제가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혁신·지속가능 성장 모델로 전환하면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역할을 보는 시각도 바뀌고 있다. 빠르게 왔다 빠르게 빠져나가는 ‘흐름’이 아니라, 공급망을 거쳐 운영 표준을 쌓고 베트남 기업의 역량을 키우며 혁신과 녹색·디지털 전환을 살찌우는, 경제에 깊이 스며드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FDI는 1986년 도이머이 이후 지금까지 베트남 경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동력 중 하나였다. FDI 부문은 2026년 3월 31일까지 누계로 발전 투자에 약 3천550억 달러를 기여했으며, 이는 사회 전체 투자액의 약 20∼25%에 해당한다.
정치국의 2026년 6월 8일자 결의 제10호(제10-NQ/TW호)는 개혁·개방 약 40년 동안 외국인 투자 부문이 중요한 투자 재원을 보태고 경제 구조 전환과 성장 모델 혁신을 촉진했으며, 일부 주력 산업을 형성하고 수출 시장을 넓혀 베트남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와 가치사슬에 더 깊이 참여하도록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결의는 넘어서야 할 한계도 분명히 했다. 외국인 투자의 유치·관리·활용의 질과 효율이 잠재력에 못 미치고, 노동·자원·토지·에너지를 많이 쓰는 임가공·조립 사업 비중이 여전히 높으며, 국산화율과 베트남 내에서 형성되는 부가가치가 낮고, 국내 기업과의 연계나 기술 이전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한계는 FDI를 단순히 ‘유입되는 자금’으로만 볼 경우 단기적으로 투자 규모는 키울 수 있어도 장기적 발전 역량은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기조는 최신 FDI 정책 메시지에서 더 뚜렷해졌다. 지난 6월 30일 결의 제10호 이행 회의에서 또럼(Tô Lâm) 총비서 겸 국가주석은 베트남이 더 이상 단순히 자금을 받아들이기 위해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국제 자원을 능동적으로 선택·활용해 국가 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 유치는 내부 역량(내자)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더 강하게 하고 경제의 자립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다.
바꿔 말해 베트남은 무리해서라도 FDI를 끌어오려 하지 않고, 전략적이고 선별적이며 경제의 실질 역량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금을 원한다는 것이다. 2030년 목표에 따르면 베트남은 등록 기준 FDI 2천억∼3천억 달러를 유치하고 이 중 집행액을 1천500억∼2천억 달러로 끌어올리는 한편, 약 1만 개의 베트남 기업이 FDI 기업의 공급망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목표가 단지 더 많은 자금이 아니라 더 많은 역량이 베트남 경제에 남는 데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질 높은 FDI가 자본 규모나 공장, 생산량만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경제에 남기는 역량으로 판단된다고 본다. 데이터 기반 생산 역량, 실시간 품질 관리, 안전 관리, 공급업체 연계, 지속가능성 요구를 가치사슬에 반영하는 역량 등이다.
이런 관점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베트남에 오래 자리 잡은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생산·협력 방식이 거론된다.
예컨대 유니레버(Unilever)의 꾸찌(Củ Chi) 공장은 12㏊ 부지에 40개가 넘는 생산 라인과 95% 이상의 자동화율을 갖췄으며, 국내외 140개 이상의 공급업체와 연결돼 4개 대륙 35개국 이상에 제품을 수출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이 공장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불량 식별 시스템 등을 도입해 품질 관련 성과를 개선했으며, 지난 5년간 환경청과의 민관 협력을 통해 6만t이 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재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질 높은 투자의 진짜 가치가 표면의 선언이 아니라 그 아래에 쌓이는 역량, 즉 더 나은 데이터와 안정된 공정, 권한을 부여받은 인력, 더 깊이 연결된 공급업체, 가치사슬로 되돌아가는 자원에 있다고 지적한다. 자금이 경제를 스쳐 지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 역량의 층으로 스며들어 장기적으로 시장의 내구성을 키우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결국 활력 있는 경제는 몇몇 큰 자금이 유입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그 자금이 국내 기업을 성장시키고 기술을 확산시키며 인력의 수준을 높이고 공급망을 더 깊이 연결하며 지속가능 발전 모델을 확산하는, 경제의 올바른 역량 층으로 유입되느냐에 내구성이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