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진영을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미국 주요 박물관의 전시 내용을 정조준한 백악관 보고서까지 내놓으며 이념·문화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민주당 내 민주사회주의 세력의 부상을 계기로 이번 중간선거를 이념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자신을 미국의 전통적 가치 수호자로 내세워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 포섭을 노리는 선거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는 미 건국 250주년 기념일인 지난 4일 밤(현지시간) ‘미국 역사 구하기’ 보고서를 공개하고 국립 박물관·미술관들을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 국립미국사박물관(NMAH)이 왜곡된 역사관과 부적절한 이념을 조장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해당 박물관이 “미국의 이야기를 더이상 가르치거나 기념해야 할 공유된 국가적 유산으로 다루지 않고, 시민들을 분열시키고 사기를 꺾으며 낙담하게 하는 정치적 도구로서의 이념적 틀을 명시적으로 채택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물관의 현재 서사에 따르면 미국은 무엇보다도 백인 우월주의, 노예제도, 정복, 배제, 계급, 인종 차별, 외국인 혐오, 여성 혐오, 체계적인 불의로 정의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박물관이 “위대한 미국의 고귀하고 정직한 역사를 전달하는 데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급진적 행동주의 이념에 제도적으로 장악돼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물관은 우리가 애정을 품을 만하고 미래 세대에 전할 가치가 있는 미국 국가의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스미소니언 재단과 산하 기관의 역사 전시 방식을 재검토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작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스미소니언 재단의 전시·학술 활동이 인종·성소수자 차별 등에 반대하는 진보 진영의 ‘워크'(Woke) 의제에 치우쳐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건국 250주년 당일인 이날 위원회가 보고서를 공개한 것도 역사 서술 수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박물관이 활동가들에 의해 이념적으로 장악돼 있다고 규정한 부분이 주목된다.
이는 단순히 전시 내용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 미국의 역사·문화기관이 급진 좌파에게 잠식됐다는 인식을 부각해 보수 지지층의 위기의식을 자극하고 결집을 꾀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설을 통해서도 민주당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민주사회주의를 공산주의와 동일시하며 이념 프레임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DC에서 한 건국 250주년 연설에서 “공산주의는 패배자이며,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라며 “그것은 암과 같아서 빨리 잘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산주의 체제는 미국 체제의 정반대이며, 공산주의 체제는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다”며 “미국은 결코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앞서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한 연설에서도 “우리 땅에서 이제 공산주의자의 위협이 부상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승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를 공화당 대 민주당의 대결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 대 공산주의’의 이념 대결로 규정해 선거 구도상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민주사회주의 성향 후보들의 약진을 민주당 전체의 급진화로 연결 지으면서 공화당 지지층은 물론 중도 유권자까지 흡수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대로 민주사회주의를 공산주의와 동일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사회주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의 사회안전망 확대, 부유층 증세, 보다 엄격한 기업 규제를 지향하는 반면 공산주의는 사유재산 폐지와 중앙계획경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