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찌민시 경찰이 전방위적인 수사를 통해 대규모 마약 유통 및 투약 조직을 일제히 소탕한 가운데, 1990년대를 풍미한 대형 스타 가수 롱 녓(Long Nhật)과 유명 연예인들이 무더기로 구속되어 베트남 연예계에 거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특히 핵심 피의자인 롱 녓은 구속된 후 수사관 앞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덤덤하고 rành mạch(일목요연)하게 범행을 진술해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22일 호찌민시 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PC04)와 사법 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관내에서 암약하던 초대형 마약 공급망을 적발해 총 74명을 체포하고, 이 중 71명을 마약 매매·불법 소지·투약 장소 제공(조직적 투약)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다. 나머지 3명은 행정 처분됐다.
이번 연예계 마약 스캔들의 중심에 선 인물은 본명이 딘 롱 녓(Đinh Long Nhật·59)인 중견 가수 롱 녓과 아이돌 출신 가수 선 응옥 민(Sơn Ngọc Minh·36)이다. 이들은 단순 투약을 넘어 자신의 거처를 마약 투약 장소로 제공한 혐의(Tổ chức sử dụng trái phép chất ma túy) 등으로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경찰 조사 결과, 가수 롱 녓은 호찌민시 탄타오 구에 위치한 자신의 저택에서 가사도우미(집사) 및 자신의 수석 매니저인 응우옌 민 녓과 함께 상습적으로 필로폰(마약류 메스암페타민)을 투약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롱 녓은 마약 공급책인 끼에우 국 나에게 한 번에 50만 동(약 20달러) 상당의 필로폰을 주문했으며, 배달원이 도착하면 그의 방 바로 옆방에 거주하던 매니저 민 녓이 물건을 받아 투약 기구 등을 관리해 왔다. 지난 23일에도 롱 녓은 차량 배송비를 포함해 총 100만 동을 송금해 마약을 구매한 뒤, 세 사람이 함께 집에서 필로폰을 ‘nấu(가열)’해 집단 흡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눈길을 끈 것은 롱 녓의 뻔뻔하고 태연한 태도였다. 그는 범행이 발각되어 구속된 상황에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심문관의 질문에 차분하게 답변했다. 심지어 자신이 직접 마약 뭉치를 보지 못했다며 거래 날짜를 “지난 23일부터 목요일(27일)까지 투약했다”라고 정정하는 치밀함을 보여 수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함께 구속된 가수 선 응옥 민 역시 “올해 설(뗏) 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필로폰을 투약해 왔다”라고 범죄 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
올해 59세인 롱 녓은 1990년대 베트남 전통 가요와 서정적인 민요풍 음악(nhạc quê hương)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국민 가수로, 최근까지도 각종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과 음악 무대에 활발히 출연해 왔다. 과거에도 남성 성매매 조직 연루 의혹 및 마약 투약 루머가 돌았을 당시 “악성 루머일 뿐이며 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라고 강력히 부인해 위기를 모면했으나, 이번 현장 적발로 인해 과거의 해명이 모두 거짓이었음이 천하에 드러나게 됐다.
베트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연예계에서는 한때 시대를 풍미하고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중견 예술가가 마약 소굴의 우두머리로 전락한 것에 대해 거센 비판과 함께 깊은 멸시를 쏟아내고 있다. 호찌민 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이번에 적발된 공급망이 연예계 전반에 퍼져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상선과 하선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