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대도시와 대형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청년 근로자와 저소득층의 임대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정작 민간 부동산 개발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와 제도적 미비점을 이유로 임대용 주택 공급을 꺼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베트남 건설부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전역에서 공급된 임대용 사회주택(Nhà ở xã hội)은 약 4만 2,275가구에 불과하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주택 건설에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대부분 ‘분양형’에 치우쳐 있어 정작 초기 자금이 부족한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형’ 주택 비율은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현지 전문가들과 기업인들은 임대주택 시장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3대 걸림돌’로 현금 흐름(수익성) 문제, 법적 공백, 그리고 국민들의 강한 주택 소유 심리를 꼽았다.
부동산 개발사인 DRH 홀딩스의 응오 덕 손(Ngo Duc Son) 최고경영자(CEO)는 민간 기업이 진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현실적인 금융 구조’를 지적했다. 분양형 아파트는 착공 후 2~3년 내에 분양 대금을 회수해 자금을 순환시킬 수 있지만, 임대형 주택은 투자금 회수 기간이 최소 15~20년에 달해 초기 자금 압박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현재 베트남의 시중은행 상업대출 금리가 연 9~11% 수준인 상황에서 민간 기업의 재무 모델로는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손 CEO는 “총사업비 1조 동(약 530억 원)을 투입해 1,0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을 짓는다고 가정할 때, 시장 시세인 가구당 월 500만~600만 동의 임대료를 받으면 연간 매출은 600억~720억 동 수준”이라며 “여기서 운영 관리비를 제외한 순영업이익은 400억~500억 동에 불과한데, 사업비의 70%인 7,000억 동을 상업 대출로 조달했을 때 발생하는 연간 이자만 630억~770억 동에 달해 첫해부터 막대한 적자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의 금리 체계 아래서는 어떤 건전한 개발사도 선뜻 사업에 나설 수 없는 구조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법적 행정 절차의 공백도 문제다. 주택법 2023과 부동산사업법 2023의 제정으로 일부 규제가 정비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모호하다. 특히 임대주택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꼽히는 ‘분양 전환형 임대(Rent-to-own)’ 방식의 경우, 임대 계약에서 매매 계약으로의 전환 절차나 기존에 납부한 임대료의 자산 가치 인정 범위, 세입자의 채무 불이행 시 자산 처리 기준 등이 여전히 법적 회색지대로 남아 있다. 대규모 임대 전용 건물의 관리·운영 표준 규정이 없다 보니 분쟁 발생 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고, 민간 사업자가 임대주택용 우대 토지를 확보하는 절차 역시 까다롭기만 하다.
여기에 당장 먹고 입을 비용이 부족하더라도 무리를 해서 집을 사야 직성이 풀리는 베트남 특유의 ‘안거낙업(An cư lạc nghiệp·안정된 주거가 있어야 생업이 번창한다)’ 정서와 집 소유 심리 역시 임대 시장 발전을 더디게 하는 문화적 요인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싱가포르의 주택개발청(HDB) 모델이나 일본의 도시재생기구(UR) 사례처럼 국가가 직접 금융 비용을 보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연 3~4%대 저금리에 거치기간 5년 이상, 상환 기간 20~25년에 달하는 임대주택 전용 ‘특수 정책 금융 패키지’가 신설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응우옌 문 신(Nguyen Van Sinh) 건설부 차관은 올해 초 건설부가 각 지자체에 관내 임대주택 수요를 전수조사하고, 지방 주택기금을 활용한 2026년 및 향후 2027~2030년 단계별 임대주택 개발 목표를 수립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건설부는 앞으로 국방부, 공안부, 베트남 노동총연맹 및 각 지방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올해 사회주택 공급 목표를 차질 없이 완수할 계획이다. 특히 아직 지방 주택기금을 조성하지 못한 21개 지자체에 기금 설립을 재촉하는 한편, 이미 부지 정리(보상)가 완료되고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요충지를 중심으로 임대주택 전용 부지를 우선 배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