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조지 거쉰’ (George Gershwin)의 랩소디 – 두번째 이야기

20세기 초중반 무렵,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낸 클래식 음악가들은 대부분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유럽을 뛰쳐 나온 망명인들이었다. 본래 클래식 음악은 유럽에서 태동한 후 유럽이 몇 백년 동안 꽃 피워온 문화적 유산이다. 따라서 짧은 역사를 지닌 미국이 온전히 자국의 흙과 정신을 대변할 순수 토종 미국 클래식 음악가를 배출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런 시기에 등장한 조지 거쉰은 미국인들에게 정서적 단비같은 존재였다. <랩소디 인 블루>와 <피아노 협주곡 F장조>, 그리고 다수의 뮤지컬과 수많은 팝송 및 영화음악 등을 성공시키며 단기간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가 된 거쉰은 어느덧 유럽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국제적인 음악가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오래 묵은 마음의 숙제가 있었는데, 바로 유럽 정통 클래식 작곡기법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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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행의 매력

붕따우 파라다이스 골프장 라운딩 소감 지난 주 붕따우로 골프 여행 1박 2일을 다녀왔습니다. 호치민 교민사회에서 오래 알고 지내던 동연배 친구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 있었는데 이제 곧 7순이 되는 시니어들의 모임입니다. 매달 한번씩 모이는 정기모임을 주로 정산 골프장에서 하곤 했는데, 이는 정산 골프장이 시니어 골퍼에게 회원 못지 않은 특별한 가격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매번 같은 골프장에서 하는 게 심심한지라, 이달에는 코로나로 관광객이 줄어든 붕따우 파라다이스 골프장에서 하기로 하고, 붕따우에서 자리 잡고있는 우리 모임의 한 명이자 호찌민 평통 자문위원장으로 있는 박남종 위원장의 초대로 다녀왔습니다. 붕따우는 예전부터 호찌민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으로 호찌민 시민들의 가장 친근한 해변으로 널리 애용되던 곳입니다. 약 20여년 전 베트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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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벗어나는 법

어제까지, 남방 팔꿈치 부분이 해진 줄 모르고 다녔다. 곧 큰 구멍이 날 기세였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팔을 흔들며 다녔다. 직장 동료들에겐 팔을 올려가며 인사했고 커피를 들고 마실 때마다 팔꿈치가 구부러지며 아슬아슬하게 피부가 보였다 말았다 했을 테다. 아무려면 어떤가, 아무 일 없는 듯 넘어가면 될 일이지만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모르면 몰랐겠지만, 알고 난 다음 왠지 칠칠치 못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영 마음이 편칠 않다. 누군가는 눈치채지 못했을 테고 또 누군가는 나를 꽤나 어지간한 사람이라 여겼을 테고 더러는 안타깝게 봤을 터.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해진 남방에 나는 왜 부끄러울까 싶은 것이다. 해진 옷을 입은 사람을 사람들은 왜 안타까워하는가, 궁핍과 가난은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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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백제 그리고 신라

지난 이야기 고구려와 당나라의 전쟁은 고구려의 승리로 끝났지만. 요동벌판을 피로 물들이고 지구전 수성전 청야전으로 버틴 고구려는 농토가 황폐화 되고 많은 전사자를 내고 10만이 넘는 고구려 백성들은 노예로 끌려갑니다. 농토와 농부가 없는 고구려는 한동안 정상적인 경작이 불가능하여 향후 몇년간 대기근을 겪게 됩니다. 세계 전쟁 사학자들도 극찬한 대제국 수 당과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고구려는 국력이 소진됩니다. 하지만 건국이래 다시 없는 고구려의 위상을 자랑합니다. 전쟁 승리로 연개소문 정권은 힘을 받아 독재자의 길을 갑니다. 고려의 탄생 고구려가 중국을 상대로 싸울때 백제와 신라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을까요? 한번 살펴봅시다. 먼저 삼국통일 시대보다 조금 과거로 돌아갑시다. 서기 371년 광개토 대왕의 할아버지 고국원왕은 평양성 전투에서 근초고왕에게 패하고 전사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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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3월이다. 새해가 시작 된지 2개월이 지났다. 왜 일년은 12개월일까? 십진법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마치 1년은 원래 10개월 이었는데 그동안 10개월을 잘 보냈으니 수고했다 하며 덤으로 2개월을 던져준 듯하다. 더구나 음력을 함께 사용하는 우리 동양인들에게는 음력설이 지나야 진짜 한 해가 시작된 듯이 느껴지니, 서양친구들과는 달리 년말 년시의 시점이 감정적으로는 조금 다르다. 동양의 시간은 그렇게 서양보다 2개월 이상은 늦게 시작했다. 그래서 새해가 시작된 지 이미 3개월 째인데, 이제서야 지난 해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으니 나이가 들면서 늦어지는 것은 드라이버 스윙 속도 만은 아니구나 싶다. 그렇게 지난 해가 지났다. 지난 해는 유난했다. 마치 죽어가듯이 살아왔다. 한국전쟁으로 시작된 한 남자의 일생에 팬데믹이라는 생소한 세월이 더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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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사로잡힌 그대에게

지난 성공은 독(毒)이다. 과거에 이루어 낸 일들에 대한 집착은 다가올 성공을 가로 막는다. 지금 오르는 봉우리를 위해서는 이전에 올랐던 봉우리는 잊어야 한다. 오직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사람만이 과거의 빛나던 순간을 회상한다. 과거는 대부분 그 당시에 빛나지 않았더라도 회상하는 순간 빛났던 것으로 뒤 바뀌는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 전체가 부정 당하기 때문이다. 회상에 의한 과거의 의식적 분칠은 삶이 허망하다는 사실을 부인하려는 인간의 방어기제다. 아무도 그대의 빛났던 과거를 부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일은 탁월했고 지금, 과거 자신과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은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꼰대들이 세상에는 많다. 그때는 모든 것이 좋았고 지금은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더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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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통일 이야기 – 2편

지난 이야기 중국의 혼란기를 통일한 수나라는 창업주 수 문제와 아들 수 양제 2대에 걸쳐 4번이나 고구려를 침략 했습니다. 그러나 4전 4패한 수나라는 멸망하고 승리한 고구려도 엄청난 국력을 소모 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일반 백성들 입니다. 고구려를 4번이나 침략한 수나라는 무모한 전쟁으로 멸망합니다. 이때부터 중국에는 “요동랑사가” 라는 노래가 유행합니다. “요동에 (고구려) 가서 헛된 죽음을 당하지 말자” 라는 내용입니다. 중국의 백성들도 고구려 침략은 힘들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승리한 고구려도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고구려 보다 20배의 인구와 50배의 경제력을 가진 중국과의 전쟁을 4번이나 이긴 고구려는 참으로 대단합니다. 하지만 승리해도 중국보다 더 지쳐갑니다. 무엇보다 전쟁을 겪는 백성들의 삶은 너무 고달프죠. 아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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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거쉰’의 랩소디 – 첫번째 이야기

클래식, 재즈, 뮤지컬, 팝 영역을 종횡무진하며 장르의 정형성을 뛰어 넘었던 작곡가 ‘조지 거쉰’. 그는 미국 작곡가로서는 최초로 클래식와 재즈를 완벽히 융합해 냈다. 가끔, 그를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지점에 머물러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했던 애매한 장르의 주인공이라고 야박한 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조지 거쉰은 누가 뭐라 해도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의 기운을 받은, 미국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음악을 창조한 천재 음악가이다. 비록 짧지만 39년이라는 생애 동안 그 어느 작곡가보다 다양한 장르를 통해 500여곡 이상의 작품을 우리에게 남겨준 조지 거쉰. 그는 어떻게 미국 크로스오버 음악의 ‘파이오니아’가 되었을까? 그 첫번째 이야기이다. ‘크로스오버’의 태동 거쉰은 유태계 러시안 ‘모리스 게르쇼비츠’의 4남매 중 차남이다. 1890년대, 러시아 본국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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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세상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의 이유로 불행하다.” 작가 중에 작가라는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은 모두 한가지 이유로 불행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이 세상을 만난다면 그는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참으로 잔혹한 세상이다. 지난 해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이제 전 세계적으로 1억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그리고도 아직 원론적 해결책은 요원해 보인다. 그래도 세상은 흐르고, 베트남 최대의 명절인 뗏 연휴가 공식적으로 9일, 통상적으로 약 보름 이상의 긴 연휴가 진행되었다. 긴 설 연휴를 어찌 보낼 것인가, 예전과는 달리 어디 여행이라도 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동년배 친구와 어울려 가까운 골프장을 두어 번 찾는 것으로 연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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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통일 이야기 – 1편

지난 이야기 2천년 동안 지속된 순장제도는 수 백만명을 희생 시켰습니다. 변화를 거부하고 국가 멸망때까지 순장제도를 지킨 가야는 인구 부족으로 생산성 감소, 국방력 약화로 신라에게 멸망 당합니다. 또한 인도적 차원에서 유교 학자들의 순장제도 반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욕심으로 순장제도의 반대가 많은 가운데 천년 동안 순장제도는 더 지속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층의 욕심으로 국민들만 힘듭니다. 우리민족 최초의 통일인 삼국 통일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라가 통일한 삼국 통일의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을 더 많이 이야기 합니다. 그 이유는 통일 후 우리 민족의 영토가 대동강 이남으로 축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고구려가 통일 했다면 만주 땅은 우리 국토가 되었을 것이고, 남북 분단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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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더 잘하지 못할까’ 자책하는 그대에게

[고전에서 길어 올린 ‘깊은 인생’] – 물론 일상은 고달프다. 가끔 힘에 부쳐 숨 쉴 때마다 절망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 저 아래로 처박히는 느낌은 수시로 들락거린다. 모두가 나보다 잘난 것 같고 잘난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수록 나는 점점 낮아지는 것 같다. 그런 일상에서 꿈이고 지랄이고 언감생심이고 나로 살아가는 인생은 하루하루 멀어지는 것 같다. 생긴 대로 산다는 건 만만한 게 아니었던 게다. 그런데도 나는 왜 더 잘하지 못할까 자책한다. 그러나 그대 보아라. 삶은 그저 똥이다. 산해진미 지나간 끼니가 지금을 배부르게 할 수 없는 건 내가 먹은 모든 것이 똥이 되었기 때문이다. 밥뿐이랴, 내가 했던 생각, 입 밖으로 뱉었던 이야기, 쏘다닌 길, 분노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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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괜찮아

제목으로 뽑은 윗글이 좀 도발적이죠, 그렇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도발적이고 단도직입적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데 거침이 없습니다. 그녀의 강연을 인터넷으로 들을 때 마음이 정신없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그동안 그저 머리 속 어딘가에 무의식적으로 잠자는 우리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부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유미리, 최돈미 작가 그리고 세계적 베스트 셀러가 된 ‘파친코’의 저자 이민진 교수   오늘은 골프 얘기가 아닌 좀 다른 얘기를 하려 합니다. 베트남에 살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고국의 문화에 대한 무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진다는 것입니다. 이건 단지 베트남에 사는 우리 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외에서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이 겪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외국으로 떠난 이민자들의 문화적 사고는 고국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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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그대에게

오 나의 영혼아, 불멸의 삶을 갈망하지 말고 가능의 영역을 남김없이 다 살려고 노력하라 – 핀다로스, 아폴로 기념 경기 우승자에게 바치는 축가3 –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답은 확연하다. 무덤이다. 이 엄숙한 사실 앞에서는 누구도 속수무책이다. 거인의 어깨까지 올랐던 뉴턴도 죽었고 전 세계를 제패했던 알렉산더도 죽었다. 내 오랜 조상 중에 살아 있는 분들은 없다. 우리는 꽤 자주 이 사실을 잊어버린다. 그저 ‘내’가 지금 여기에 살고 있고 오늘 산 하루만큼 목적지로 갈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스 서정 시인 핀다로스는 일찌감치 알았던 모양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모두 쓰고 가는 삶이 진정한 승자임을 강조했다. 그렇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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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순장제도

지난 이야기 2천년 동안 지속된 순장제도는 수 백만명을 희생 시켰습니다. 변화를 거부하고 국가 멸망때까지 순장제도를 지킨 가야는 인구 부족으로 생산성 감소, 국방력 약화로 신라에게 멸망 당합니다. 또한 인도적 차원에서 유교 학자들의 순장제도 반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욕심으로 순장제도의 반대가 많은 가운데 천년 동안 순장제도는 더 지속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층의 욕심으로 국민들만 힘듭니다. 결초보은이 기록된 배경 위과는 아버지 위주의 장례때 단 한명도 순장하지 않고 장례를 마칩니다. 장례 절차 도중에 동생 위기는 “형님 왜 아버지의 유언을 지켜 조희를 무덤에 넣지 않았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위과는 장례가 끝나고 동생 위기, 조희, 조희 아버지 세명을 불러놓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합니다. “아버지께서 늘 조희를 아끼셨고 사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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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의 낭만 피아니즘

라흐마니노프의 큰 손은 유명하다. 가온 ‘도’에서 쫙 펼치면 다음 옥타브의 ‘라’까지 닿았다니 도저히 믿기 힘든 사이즈이다. 그렇다. 라흐마니노프는 2m에 가까운 장신이었고, 엄청나게 큰 손을 가진 거인 ‘피아니스트’ 였다. 여기서 그를 피아니스트라 국한한 이유는 그가 만든 대부분의 피아노곡을 직접 연주했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범접하기 힘든 괴물같은 기량으로… 큰 손과 완벽한 테크닉을 갖췼던 만큼 그가 창작한 피아노 작품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모든 어려운 테크닉으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라흐마니노프는 비교적 손이 작은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이 되어 왔다. 너무나 정복하고 싶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그의 피아노 음악들. 라흐마니노프는 우리 피아니스트들을 애끓게 만들었고, 고단하게 만들었으며, 수없이 좌절시켰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의 음악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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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다시 시작하려는 그대에게

[고전에서 길어 올린 ‘깊은 인생’] – 서너 군데 나라에서 거처를 옮기며 살았다. 그래선가, 태어나 자란 곳과 지금 사는 곳이 다르고 말과 글이 다른, 낯선 곳을 억지로라도 적응하며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영토 개념이 사라지는 건 자연스런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더해서, 지구라는 공 위에서 보내는 하루라는 시간적 개념과 삶이라는 공간적 관념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도 알게 된다. 지구 입장에선 시간과 공간이란 개념이 보통 억울한 일이 아니다. 그저 둥글게 허공을 빙빙 도는 게 지구의 미덕이고 한번씩 쏟아 붓는 폭풍과 내리치는 번개, 가끔 바다를 뒤흔드는 일을 주 업무로 삼았을 뿐이니, 살고 죽고 여기니 저기니 하는 유혐간택(唯嫌揀擇)이 없는 것이다. 다만 할 뿐, 그저 최선을 다한다. 뒷다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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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넘어갔다

It’s so cool !! 작년 이맘때쯤 다음해 숫자가 2020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느낌이다. 2020, 인류 최악의 빈곤한 세월을 살아왔던 우리세대에는 허락할 것 같지 않은 멋진 외형의 숫자, 2020가 내가 살아가는 생을 기록하는 한 숫자로 사용 되었다는 것이 감사할 정도로 멋지지 않았는가? 그래서 새해는 뭔가 괜찮은 일이 일어날 줄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생전 처음 맞는 강제 안식년이란다. 세상이 어느날 자신이 가던 길을 잃은 듯, 또 자신이 하던 일을 망각한 듯, 임자를 놓아버린 시간은 이리저리 널뛰며 세상을 뒤집고 다닌다. 그러던 말던, 여전히 또 한 해가 간다. 이미 바이러스에 함몰된 경자년은 마지막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아무도 애석할 것 같지 않은 아쉬움을 삼킨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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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장제도 – 상편

지난 2020년 9월부터 작가의 사정으로 휴식기를 갖은 <전종길의 역사더하기>가 새해를 맞아 독자 여러분들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한국 역사이야기를 중심으로 당파싸움의 구조로 글을 작성하셨던 전종길 작가는 역사의 시기가 아닌, ‘역사기간에 동서고금, 어디에서나 있었던’ 테마를 중심으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2021년 첫 편은 순장제도(상편)입니다. – 순장제도는 사후 세계가 존재 한다는 믿음을 전제로 합니다 국왕이나 신분이 높은 귀족이 죽으면 주인을 모시던 노비 첩 등을 함께 매장하는 풍습입니다. 즉 자기가 모시던 주인이 죽으면 젊은 첩과 노비들은 저승까지 따라가서 모셔야 하는 슬픈 처지입니다. 발굴된 고대 시대의 무덤을 보면, 적게는 3 ~ 4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을 함께 묻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순장된 노비들이 많을수록 자식들은 효자라고 칭송 받았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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