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terview – 대전광역시 베트남 사무소

베트남 사업 10년 경험 살려 대전 기업의 ‘현장형 가교’ 자처

한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베트남에 사무소를 낸다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호치민에는 KOTRA 무역관을 비롯해 부산, 대구 등 여러 지자체의 통상사무소가 자리 잡고 있다. 대전시도 그중 하나다. 2017년 6월 문을 연 대전시 호치민 해외사무소는 대전 기업과 베트남 시장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이 사무소를 이끄는 이진우 소장의 이력은 여느 공공기관장과 조금 다르다. 그는 베트남에서 직접 사업을 하며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겪은 기업인 출신이다. 파트너를 찾느라 애태우고, 낯선 법과 제도 앞에서 막막해했던 경험이 지금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기업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시장 정보가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기회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입니다.”
사무소의 업무는 폭넓다. 베트남 시장 조사와 현지 바이어·파트너 발굴, 수출 상담회와 무역사절단 운영에서부터 투자 상담, 현지 진출 과정의 애로사항 해결까지 맡는다. 대전시는 물론 호치민시 인민위원회, 빈롱(Vĩnh Long)성 인민위원회, 현지 경제단체 및 유관기관과 협력하며 기업을 지원한다. 사무소 안에는 대전 기업의 우수 제품을 소개하는 전시 공간도 운영 중이며, 전시 품목을 꾸준히 보강하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20년, 버텨낸 3년”
이 소장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4년이다. 청년 시절부터 중국, 홍콩, 이탈리아 등지에서 해외 생활을 했고, KOTRA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무역협회 같은 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 전시회와 바이어 미팅을 위해 여러 나라를 누볐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은 참 매력 있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베트남과의 인연은 수출에서 시작됐다. 베트남에서 30년간 사업을 해온 대만 기업에 연간 50억 규모의 물량을 수출하던 중, 그 회사 총재가 베트남 투자를 제안했다. 그렇게 2017년 베트남에 문화쇼핑공간을 열었다. 패션과 화장품, 생활용품 등 소비재 분야의 사업이었다.
당시 베트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젊은 소비자들은 세계적 트렌드에 민감했고, 한류 확산과 함께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여러 문제로 경영이 어려워졌고, 곧이어 코로나19가 닥쳤다. “힘든 3년이었습니다. 기다림은 고통스러웠지만 인내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물론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도약하고 싶었습니다.”
그를 베트남에 붙잡아 둔 것은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살아온 방식과 습관이 달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지에서 만난 분들의 진정성과 열린 마음, 서로 협력하려는 긍정적인 태도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런 사람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이 지금까지 베트남과 인연을 이어온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그러던 중 대전시 해외사무소장 자리에 지원할 기회가 찾아왔다. 대전은 그가 학창 시절을 보낸 고향이다. “고향 대전의 기업들에 기여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 사업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대전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든든한 가교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한국의 성공 모델, 그대로는 안 통한다”
사업을 하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을 묻자 이 소장은 망설이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성공하려면 한국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지 문화와 시장을 깊이 이해하고, 파트너와의 신뢰를 차근차근 쌓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베트남 비즈니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진정성과 꾸준함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이 경험은 지금의 업무 방식에 그대로 녹아 있다. 외국 기업인으로서 파트너를 찾고, 시장을 파악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과정의 어려움을 몸소 겪었기에, 그는 지원기관이 아닌 기업인의 눈으로 문제를 보려 한다고 했다.
그가 가장 공들이는 일은 ‘맞는 파트너’를 연결하는 것이다. “만남 자체를 주선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서로에게 맞는 파트너를 찾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만드는 데는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무소는 베트남 기업과 연결하기에 앞서 대전 기업의 사업 분야와 필요 사항부터 충분히 파악한다.
이용 절차는 간단하다. 기업이 사무소에 연락해 상담하면, 사무소가 제품과 사업 분야, 수출 목표를 파악한 뒤 시장과 산업 동향, 소비자 트렌드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적합한 기관이나 현지 기업, 파트너와 연결해 준다.

“과학도시 대전, 소비재 넘어 기술 협력으로”
호치민에 한국 기관이 여럿인 만큼, 대전 사무소만의 강점이 궁금했다. 이 소장은 다른 기관을 경쟁자가 아닌 협력 상대로 본다고 전제한 뒤,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대전 기업의 수요에 집중해 기업별 특성을 깊이 이해한다는 점, 다른 하나는 대전이라는 도시의 성격이다.
“대전은 한국의 대표적인 과학·기술 도시입니다. 반도체, 바이오, 로봇, 국방, 항공우주, 양자 같은 미래산업에 강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소비재 중심의 무역뿐 아니라 기술 협력, 투자, 기술 이전으로 협력 분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반도체와 로봇 분야에서 베트남과의 접점을 찾았다. 베트남이 전자·첨단 제조업을 키우고 있는 만큼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부품, 검사·측정 기술에서 협력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팩토리와 자동화 수요가 늘면서 대전의 로봇 기술기업이 베트남 제조기업과 손잡을 여지도 커졌다. “대전은 연구기관과 기술기업이 모인 도시이고, 베트남은 젊은 인력과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기반을 갖췄습니다. 두 강점을 연결하면 기술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한·베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성과도 쌓이고 있다. 최근 1~2년간 사무소는 100개 가까운 대전 기업의 베트남 진출과 시장 이해를 지원했다. 수출 상담회와 비즈니스 매칭, 시장조사, 파트너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 수입·유통업체와 연결했고, 일부는 실제 수출 계약과 주문으로 이어졌다. 다만 그는 숫자만으로 성과를 재는 데는 신중했다. “상담 횟수나 특정 시점의 계약 금액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이 맞는 파트너를 찾고 그 만남을 장기적인 협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인플루언서가 먼저 써보고, 라이브로 판다”
사무소가 요즘 힘을 싣는 것은 디지털이다.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이 추진하는 ‘2026 베트남 호치민 K-라이프 커넥트데이(K-Life Connect Day)’가 대표적이다. 제품을 소개하고 바이어를 연결하는 기존 방식에 더해, 현지 미디어와 전자상거래 채널로 베트남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두 가지다. 베트남 현지 인플루언서와 KOL(핵심 오피니언 리더)이 대전 기업 제품을 직접 써보고 평가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기업이 방송으로 제품을 소개하며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라이브커머스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유통·광고 채널로만 제품을 접하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숏폼 콘텐츠, 라이브커머스로 제품을 알아보고 비교한 뒤 구매를 결정합니다. 제품을 베트남에 가져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지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제품과 접근 방식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패션·소비재 사업을 해본 그에게 K-뷰티와 K-라이프스타일 제품의 성공 조건을 물었다. 그는 “‘K’라는 이름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첫째는 베트남의 기후와 생활환경, 뷰티 트렌드, 구매력에 맞는 제품과 가격이다. 둘째는 품질과 안전성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패키지가 예쁘다고 고르지 않습니다. 성분과 원산지, 효과, 실제 사용 후기를 꼼꼼히 확인합니다.” 셋째는 SNS와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품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은 꾸준함이었다.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잠깐 관심을 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사랑받으려면 계속 품질을 증명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베트남은 물건 파는 시장이 아니라 함께 클 파트너”
대전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벽은 세 가지라고 했다.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이해 부족, 믿을 만한 현지 파트너 찾기, 그리고 법·제도와 비즈니스 문화의 차이다. 사무소는 기업의 제품과 목표를 분석해 맞는 바이어와 유통업체를 찾아 연결하고, 상담 이후에도 양측의 소통이 이어지도록 후속 지원을 한다. 처음 베트남에 진출하며 파트너를 찾지 못해 애먹던 한 대전 기업은 이 과정을 거쳐 실제 거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했다.
지방정부 간 교류도 힘이 되고 있다. 2025년 대전시의회가 호치민을 찾았고, 호치민시 인민의회 대표단이 처음으로 대전을 방문해 두 의회가 교류의향서를 맺었다. 이 소장은 “의회 간 교류를 넘어 대전과 호치민의 실질적인 협력을 넓힐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 협력이 기업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과 성과로 이어지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 진출을 고민하는 중소기업에 그가 건넨 조언은 그 자신의 지난 10년을 압축한 것처럼 들렸다. “베트남을 제품을 파는 시장으로만 보지 말고, 함께 성장할 장기적인 파트너로 보십시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과 문화, 법·제도를 이해하고, 무엇보다 믿을 만한 현지 파트너를 고르셔야 합니다. 너무 빠른 성과를 기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베트남은 기회가 많은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재임 중 목표는 분명했다. 대전 기업이 베트남을 알아보거나 사업을 넓히려 할 때 가장 먼저 찾고 신뢰하는 기관이 되는 것이다. 대전의 과학·기술 역량을 베트남의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생태계와 연결해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 이전, 장기 투자로까지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사무소의 성공은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열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업이 실제로 새로운 기회를 찾고 계약을 맺고 시장을 넓혔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끝으로 그는 교민사회에 손을 내밀었다. 현지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교민 기업이야말로 대전 기업이 베트남에 더 빨리 적응하도록 도울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긴밀한 무역 상대를 넘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친구이자 파트너입니다. 대전 호치민 해외사무소는 언제나 문을 열어두고 기업과 교민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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