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Story – 산책만으론 부족하다… ‘반려견 헬스장’ 시대가 온다

한국 인천의 한 반려견 유치원. 네 살 포메라니안 ‘구찌’가 교사의 신호에 맞춰 장애물을 넘고, 양쪽에 놓인 짐볼을 번갈아 발로 짚는다. 민첩성과 균형감각을 기르면서 신호에 집중하는 반응력까지 키우는 운동이다. 연합뉴스가 이달 중순 전한 이 장면은 이제 한국 반려견 업계에서 낯설지 않다. 구찌의 보호자는 집에는 전문 시설과 장비가 없어 다양한 운동을 시키기 어렵다며 유치원 프로그램에 만족한다고 했다.

산책 너머 ‘반려견 PT’

사람이 헬스장에서 개인 트레이너에게 PT를 받듯, 반려견도 전문가의 지도 아래 근육을 단련하는 ‘도그 피트니스(Dog Fitness)’가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책이 배변과 냄새 맡기 같은 기본 욕구를 채우는 활동이라면, 도그 피트니스는 관절 주변 근육과 유연성을 세밀하게 단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는 전 세계 펫 피트니스 케어 시장이 2025년 67억 달러에서 2035년 126억 달러로 커져 연평균 6.6%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10년 만에 시장이 두 배 가까이 불어난다는 전망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장이 나라마다 다른 얼굴로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반려견 유치원과 펫호텔이 운동 프로그램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퍼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사람 헬스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전용 시설이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러닝머신을 실은 차량이 집 앞까지 찾아간다. 베트남에서는 아직 ‘피트니스’라는 이름 대신 ‘반려견 수영장’이라는 모습으로 싹을 틔우는 중이다.

한국, 유치원·호텔이 먼저 움직였다

한국 시장을 이끄는 쪽은 전문 헬스장보다 기존 반려견 서비스 업체들이다. 반려견 유치원 브랜드 바우라움은 전문 코치를 두고 매너 교육과 놀이에 추나마사지·근육 테이핑·도그 피트니스를 묶은 ‘올 – 핏 케어 (All-Fit Care)’를 최근 선보였다. 슬개골 탈구나 고관절 이형성증을 앓는 개, 노령견, 비만견이 주 대상이다. 다만 바우라움은 이 수업이 질병 치료나 의료 행위가 아니라 신체 균형을 돕는 케어 수업이라고 선을 긋는다.

▲ 소노펫 스쿨 모습


▲ 반려견 유치원 브랜드 바우라움 모습

대기업 레저 계열사도 뛰어들었다. 소노트리니티그룹은 전문 훈련사를 배치한 ‘소노펫 스쿨’에서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원그룹의 반려동물 전용 호텔 ‘키녹’은 올여름 신체활동과 균형감각,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켄싱턴리조트 충주는 지난 8월 보호자와 반려견이 함께 스트레칭하는 ‘펫요가’를 진행했다.

동물병원 재활센터도 한 축이다. 2019년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서울 중랑구의 로얄동물메디컬센터는 지하층에 재활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재활 전문가가 수조 속 러닝머신을 걷는 강아지를 지켜보고, 반구형 기구 위에서 균형 잡는 훈련을 시킨다.

지방자치단체도 거든다. 서울시는 10월 24~25일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2026 서울펫림픽’을 연다. 올해로 두 번째인 이 행사는 선수들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도그 스포츠의 문턱을 낮춰, 일반 시민도 반려견과 함께 운동을 즐기도록 기획됐다. 경주시 동물사랑보호센터는 키녹과 손잡고 10월 3일부터 11월 28일까지 동물등록을 마친 시민에게 도그 피트니스와 마사지, 행동 상담을 무료로 가르친다.

전문 인력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애견연맹이 운영하는 ‘도그 피트니스 트레이너’ 자격 과정은 지난해에만 372명의 수료자를 배출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분야는 소수 개척자의 영역이었다. 2019년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비만견 편에 나온 변우진 코치가 대표적이다. 스포츠재활을 전공한 그는 반려견의 고관절 이상을 계기로 도그 피트니스를 공부했고, 서울 합정동에 전문 센터 ‘독핏’을 열었다. 당시 언론은 국내에서 ‘전문 코치’를 내걸고 활동하는 사람은 그뿐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월 42만 원짜리 ‘반려견 헬스장’

중국은 훨씬 과감하다. 상하이 쉬후이구에 문을 연 ‘고고짐(GOGOGYM)’은 중국 최초의 반려견 전용 피트니스 센터를 표방한다. 싱가포르계 반려동물 헬스케어 브랜드 힐 펫케어(Heal Petcare)가 만든 곳이다. 운동 구역과 스파·재활 구역, 마사지실, 용품 매장으로 이뤄져 있다. 2025년 여름 정식 개장을 앞두고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개들의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며 화제가 됐다.

▲  상하이에 문을 연 고고짐의 모습

월 회원권은 1,980위안(약 42만 원)이다. 매일 러닝머신 운동에 수영 4회, 마사지 4회가 포함되고, 모든 수업은 코치가 1대1로 30분씩 진행한다. 예약은 하루 전에 해야 하며, 다른 개와 마주치지 않도록 시간 간격을 두고 받는다. 보호자가 곁에 없어도 업체가 운동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보내준다.

장비도 사람 헬스장 못지않다. 반려견이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무동력 러닝머신과 전동 트레드밀, 밸런스볼과 경사판 같은 지상 훈련 장비를 갖췄다. 물의 부력으로 관절 부담을 줄이는 수중 러닝머신도 있어 수술 뒤 재활 중인 개도 이용할 수 있다고 업체는 설명한다. 이곳의 한 반려동물 치료사는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중 운동이 지상 러닝머신보다 몸에 훨씬 무리가 덜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소비 데이터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는 2025년 반려동물 트렌드 키워드로 ‘피트니스’를 꼽았다. 그해 2월 이후 펫 러닝머신 거래액은 1년 전보다 70% 가까이, 프리스비 거래액은 120% 가까이 늘었다.

다만 중국에서도 아직은 대도시 현상이다. 현지 투자업계의 한 인사는 반려견 헬스장이 워낙 새로운 업종이라, 상하이처럼 국제적이고 경제력 있는 도시에서나 시장 기반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일본, 러닝머신 싣고 집 앞까지

미국에서는 작은 스튜디오와 ‘이동식 헬스장’이 시장을 넓히고 있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 올해 3월 문을 연 ‘베터 도그 컴퍼니(Better Dog Co.)’는 개 전용 러닝머신인 ‘슬랫밀(slat mill)’로 1대1 운동을 시키는 반려견 피트니스 스튜디오다. 공동 운영자인 맥레인 부부는 바쁜 일정 탓에 개에게 충분한 운동을 시켜주기 어려운 보호자들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오리건주 벤드의 ‘벤드 바크스 앤드 렉(Bend Barks & Rec)’은 아예 헬스장을 차에 실었다. 발로 굴리는 러닝머신을 싣고 냉난방이 되는 차량이 보호자의 집 앞까지 찾아간다. 창업자 스테파니 즈베거스는 폭염과 산불 연기로 개와 보호자가 실내에 갇혀 지낸 지난여름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그는 러닝머신 30분이 1시간 30분 산책에 맞먹는다고 주장한다. 운동이 끝나면 최고 속도와 이동 거리 같은 기록을 보호자에게 알려준다.

라스베이거스의 ‘런 도그(Run Dawg)’도 무동력 러닝머신을 갖춘 에어컨 차량으로 출장 운동을 한다. 30분 세션에 최대 4마리까지 함께 뛰게 하고, 코치들은 반려견 심폐소생술과 건강관리 교육을 받았다고 업체는 소개한다.

일본은 ‘도그짐’이 이미 전국에 퍼져 있다. 일본 반려동물 매체 페토코토는 도쿄 메구로, 요코하마, 오사카 도요나카, 후쿠오카 야나가와 등지의 반려견 피트니스 시설을 소개한다. 요코하마의 ‘완코트(WANCOTT)’는 도그 피트니스·재활 시설에 각종 검사 장비를 갖춘 진료실을 붙였고, 야간 응급 의료 연계까지 마련했다. 오키나와의 ‘보니코(Bonico)’는 90~120분짜리 그룹 레슨을 1회 3,000엔, 4회권 1만 엔(세금 별도)에 운영한다.

베트남, 수영장에서 시작된다

베트남의 사정은 또 다르다. 반려견 전용 헬스장이라 부를 만한 시설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호찌민을 중심으로 반려견 수영장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 대부분 미용·호텔·데이케어를 함께 운영하는 반려동물 업체가 수영장을 덧붙인 형태다. 유치원과 호텔이 운동 프로그램을 끼워 넣은 한국과 닮은 구조다.

호찌민 푸미흥(Phú Mỹ Hưng)의 반려동물 업체 펫월드(Pet World)는 공간을 새로 단장하며 반려견 수영장을 들였다. 작은 개부터 큰 개까지 쓸 수 있도록 크기가 다른 풀을 갖췄고, 직원이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논다. 이용료는 10만 동으로 시간 제한이 없고, 수영 뒤 털 말리기까지 해준다. 떤흥(Tân Hưng) 지역 응우옌티텁(Nguyễn Thị Thập) 거리에 있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투득(Thủ Đức) 안푸(An Phú) 지역의 부이펫(VuiPet)은 수영장과 운동장을 묶은 복합 시설을 운영한다. 천연 잔디 운동장에 장애물 코스를 놓았고, 수영장 물은 순환 여과와 자외선 살균으로 관리한다. 물을 무서워하는 개를 위해 계단식으로 천천히 들어가도록 설계했고, 구명조끼와 직원 지도도 제공한다. 5회권·10회권과 횟수 제한 없는 월 이용권이 있으며, 요금에는 목욕과 드라이가 포함된다. 생후 4개월 이상이면서 예방접종을 마친 개만 받는다. 업체에 따르면 개들은 보통 30~45분 수영하면 지치고 몸이 차가워진다.

프억롱(Phước Long)의 ‘펫 라이크 파크(Pet Like Park)’는 호텔·미용·진료실·수영장·놀이터를 한곳에 모은 복합 반려동물 시설이다. 대표 시설은 반려견 전용 수영장 ‘풀 파크(Pool Park)’다. 작은 개부터 큰 개까지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수심을 맞췄고, 물은 정기적으로 처리하고 갈아준다. 장애물·계단·점프링·트랙을 갖춘 운동 구역과 잔디밭도 운영하고, 수영 대회 같은 행사도 연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외국계 동물병원도 수영장을 내세운다. 태국 방콕에 본원을 둔 통로(Thonglor) 동물병원의 호찌민 지점은 타오디엔(Thảo Điền)에 있다. 이 병원은 반려동물 수영장에 미국 NSF50 기준 인증을 받은 수처리 시스템을 쓴다고 강조한다. 넘친 물로 털을 걸러내는 오버플로 방식을 적용했고, 전문 인력이 수영 내내 곁을 지킨다. 병원 측은 수영이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칼로리를 태운다며, 뼈나 관절이 약한 반려동물에게 특히 좋다고 소개한다.

일 년 내내 더운 베트남에서 수영이 먼저 뜬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낮 산책이 부담스러운 날씨에서 물속 운동은 더위를 식히면서 운동량을 채우는 방법이다.

왜 지금 ‘펫 피트니스’인가

나라마다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수요를 밀어 올리는 힘은 같다. 첫째는 비만이다. 미국 반려동물비만예방협회(APOP)가 2022년 조사한 결과 미국 반려견의 59%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었고, 이전 조사보다 비율이 높아졌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수의사에게 비만 판정을 받은 반려동물은 14.7%였다. 수도권, 그리고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사는 반려동물일수록 비만 판정 비율이 높았다. 한국인이 즐겨 키우는 소형견일수록 문제가 두드러진다. 요크셔테리어의 비만율은 29.2%, 치와와 27.0%, 포메라니안 22.2%에 달했다.

둘째는 돈이다. 비만은 곧 병원비로 돌아온다. KB 조사에서 비만 판정을 받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월 양육비로 평균 28만3천 원을 썼다. 그렇지 않은 가구(17만8천 원)의 1.6배다. 최근 2년간 치료비는 190만5천 원으로 2.3배나 많았다. 병이 난 뒤에 치료하기보다 미리 몸을 만들어 두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보호자들 사이에 퍼지는 이유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한 업계 관계자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이 보편화하면서, 질병 치료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예방 관리가 중요한 소비 기준이 됐다고 짚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여전히 밥그릇부터 손본다. KB 조사에서 반려동물 비만 관리 방법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간식량 조절(69.9%)과 사료량 조절(63.5%)이었다. 운동량 조절(51.5%)이 그 뒤를 이었지만, 반려동물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하는 가구는 일부에 그쳤다. 의욕적으로 사들인 운동기구가 얼마 못 가 방치되거나 쉽게 고장 난다는 불만도 나왔다.

그럼에도 보호자들은 스스로 관리하되 전문가와 기관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답했다. 비용이 들더라도 효과만 있다면 해보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문 도그 피트니스가 파고들 빈자리가 여기에 있다.

씬짜오가 함께 운영합니다 — 베트남 살이 실전노트 비자·환전·교통 실전 정보·vnkorlife 업소록·구인·부동산

베트남 살이 실전노트 — 최근 글

전체 글 보기 →

About chaovietnam

chaovietnam

Check Also

Pet Story – “물그릇은 옛말”… 반려동물 급수기, 스마트 시대 열다

베트남에서 구할 수 있는 반려견·반려묘용 급수기 완전 가이드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한때 스테인리스 물그릇 하나면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