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트남 거주 한인을 위한 마일리지 통합 사용설명서 –
12월 17일이면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법인이 사라진다. 2020년 11월 대한항공이 인수를 공식화한 지 6년여 만이다. 하지만 하노이와 호찌민, 다낭과 하이퐁에서 이 뉴스를 접한 한인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건 회사의 운명이 아니라 자기 계좌에 쌓인 숫자다. 아시아나클럽에 붙어 있는 3만, 5만, 때로는 10만 마일. 그게 어떻게 되는가.
아시아나는 베트남에서 하노이·호찌민·다낭·나트랑·푸꾸옥 5개 도시에 취항해 있다. 베트남에 자리 잡은 한인 가정 상당수가 이 노선들을 타고 한국을 오가며 마일을 쌓았고, 주재원과 자영업자, 공단 근무자들의 카드 실적이 거기에 얹혔다. 그 계좌의 주인이 석 달 뒤 바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14일 대한항공이 제출한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최종 승인했다. 2022년 5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걸어둔 시정조치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6월 첫 안을 제출한 뒤 대국민 의견수렴과 전원회의 심의, 일곱 차례의 대면회의와 네 차례의 수정·보완 요구를 거쳐 15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장 뭘 해야 하는 건 없다. 그런데 정확히 알아둬야 할 것은 꽤 많다.
안 바꿔도 된다 – 10년이라는 유예
핵심은 ‘별도 운영’이다. 아시아나 법인이 소멸해도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합병일로부터 10년간 별도로 관리된다. 10년이라는 기간은 항공사 마일리지의 일반적 유효기간이 10년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합병 직전에 적립한 마일까지 기존 유효기간을 온전히 보장하려면 그만큼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통합 시점에 아시아나클럽 마일리지는 보유량과 유효기간 그대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이관된다. 회원은 하나의 스카이패스 계정 안에 스카이패스 마일리지와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각각 따로 보유하게 된다. 지갑이 두 개 생기는 셈이다.
전환하지 않아도 기존 아시아나 공제기준과 소멸시효를 그대로 적용받으면서, 합병 후 대한항공이 운항하는 전 노선에서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캐시 앤 마일즈, 쇼핑에 쓸 수 있다. 아시아나가 띄우지 않던 대한항공 단독 노선까지 열린다는 점에서 사용처는 오히려 넓어진다.
주의할 것은 10년 별도 관리가 유효기간 10년 연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멸시효는 기존 그대로다. 2027년에 소멸 예정인 마일은 2027년에 사라진다. 통합일 이후 새로 쌓이는 마일은 모두 스카이패스로만 적립되고,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쓰기만 하는 계정이 된다.
하노이든 푸꾸옥이든, 숫자는 같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그대로 쓸 경우 적용되는 것은 기존 아시아나 공제표다. 여기서 베트남 거주자가 먼저 알아둘 점이 있다. 공제표는 노선이 아니라 지역 단위로 짜여 있고, 베트남 전역이 ‘동남아시아/괌’ 한 구간에 들어간다. 인천-하노이가 2683㎞, 인천-호찌민이 3561㎞로 거리가 900㎞ 가까이 차이 나지만 공제 마일은 똑같다. 북부에 살든 남부에 살든, 푸꾸옥에서 출발하든 계산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출도착 편도 기준 숫자는 이렇다.
왕복으로 평수기에 일반석을 끊으면 4만 마일, 성수기면 6만 마일이다. 승급만 노린다면 편도 1만2500마일로 프레스티지석에 앉을 수 있다. 참고로 장거리는 유럽·북미·대양주 일반석이 편도 3만5000마일(성수기 5만2500마일), 프레스티지석이 6만2500마일 (성수기 9만3750마일)이다. 한국-북미 일반석 왕복이 평수기 7만 마일이라는 계산이 여기서 나온다. 베트남에서 마일을 모아 미주나 유럽 여행에 쓰려던 사람에게 필요한 숫자다.
귀국 후 지방으로 연결하는 경우도 따로 계산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내선은 편도 5000마일(성수기 7500마일)이 별도로 공제된다. 국내선과 국제선을 이어 여행하면 두 구간의 공제 마일이 각각 적용되기 때문이다. 부산이나 대구에 본가가 있는 가정이라면 왕복 1만 마일을 더 얹어 계산해야 한다.
성수기 일자 산정 방식과 세금·유류할증료 부과 규정은 스카이패스 보너스와 동일하다. 유·소아 공제는 좌석을 점유하는 만 2세 미만 유아와 소아(국내선 만 2~12세, 국제선 만 2~11세)가 성인의 75%, 좌석을 점유하지 않는 유아는 국제선에서 성인의 10%다. 혼자 여행하는 어린이는 성인과 같은 마일을 공제한다. 방학마다 아이를 한국에 보내는 베트남 한인 가정에서 실제로 체감되는 조항이다.
1 대 0.82의 산수
전환을 원하면 비율은 적립 출처에 따라 갈린다. 항공권 구매·탑승으로 쌓은 탑승 마일리지는 1 대 1, 신용카드 등 제휴로 쌓은 마일리지는 1 대 0.82다. 카드로 모은 10만 마일은 8만2000마일이 된다. 18%가 날아간다는 뜻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시장가치가 더 크다는 판단이 근거인데, 이 비율은 논란 끝에도 최초 제출안 그대로 유지됐다.
문제는 ‘일부만 바꾸기’가 안 된다는 점이다. 전환은 10년 중 언제든 신청할 수 있지만 보유 마일리지 전량이 대상이다. 탑승분만 골라 1 대 1로 옮기고 카드분은 남겨두는 식의 최적화는 불가능하다. 전환 후 취소도 안 된다. 10년이 지나면 남은 마일은 같은 비율로 일괄 자동 전환된다. 소수점 이하는 1마일 단위로 올림 처리한다.

이 지점에서 베트남 한인의 사정은 한국 거주자와 조금 다르다. 현지에서 생활하며 한국 신용카드 사용이 줄어든 가정은 자연히 탑승 적립 비중이 높고, 반대로 한국 카드로 생활비와 사업 결제를 돌리는 경우는 제휴 적립이 두텁다. 전자라면 전환에 따른 손실이 거의 없지만, 후자라면 굳이 바꾸지 않는 쪽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환하지 않아도 대한항공 일반석과 비즈니스석 보너스 항공권을 살 수 있고 좌석 승급에도 쓸 수 있는데, 18%를 깎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본인 계좌의 탑승 적립분과 제휴 적립분 구분은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환 여부를 따지려면 이 숫자부터 봐야 한다.

그럼에도 전환해야만 열리는 문
반대 논리도 분명하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로는 못 하는 일이 있다.
가장 크게 걸리는 것은 두 마일리지를 한 보너스에 합쳐 쓸 수 없다는 조항이다. 아시아나 마일과 스카이패스 마일을 둘 다 보유한 고객은 쓸 때마다 어느 쪽을 쓸지 고를 수는 있지만, 하나의 보너스 항공권에 두 마일리지를 섞을 수는 없다. 아시아나 3만 마일과 스카이패스 2만 마일을 갖고 있어도 5만 마일짜리 좌석은 끊지 못한다. 합쳐 쓰려면 전환하는 수밖에 없고, 전환하는 순간 아시아나 마일리지의 별도 보유는 종료된다. 양사에 실적이 어정쩡하게 갈려 있는 사람일수록 뼈아픈 조항이다.
사용처도 좁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대한항공 운항 노선에 한해서만 보너스를 이용할 수 있고, 스카이팀이나 기타 제휴 항공사 보너스에는 쓸 수 없다. 아시아나에 공제 기준 자체가 없는 좌석 – 대한항공 일등석, 향후 도입될 프리미엄 이코노미 – 도 구 아시아나 마일리지로는 살 수 없다. 이런 좌석을 원한다면 전환해 대한항공 공제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 스카이패스 마일리지가 부가서비스, F&B, 호텔, 여행 상품까지 뻗어 있는 것과 대비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마일리지 전용 쇼핑몰을 따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사용처의 폭 자체는 여전히 차이가 난다.
캐시 앤 마일즈는 양쪽 다 열려 있다. 일반 항공권 구매 시 최소 100마일부터 운임의 최대 40%까지 마일로 결제할 수 있다. 기존 ‘최소 500마일, 운임의 30%’에서 완화된 것으로, 소멸시효가 지나 사라지는 소액 마일을 줄이려는 취지다. 2000마일 미만으로 살 수 있는 비항공 상품도 두 배로 늘어난다. 한국을 자주 오가며 자투리 마일이 애매하게 남는 사람에게는 이 조항이 공제표보다 실용적일 수 있다.
등급은 떨어지지 않는다

우수회원 등급은 통합 시점에 자동 매칭된다. 플래티늄은 밀리언 마일러 클럽, 다이아몬드 플러스는 모닝캄 프리미엄 클럽, 다이아몬드 플러스(기간제)와 다이아몬드는 신설되는 모닝캄 셀렉트 클럽, 골드는 모닝캄 클럽으로 간다. 대한항공이 기존 3개 등급에 ‘모닝캄 셀렉트’를 새로 만들어 4개 구간으로 늘린 것은 아시아나의 5개 등급을 받아내기 위한 조치다.
양사 회원번호를 모두 가진 사람은 아시아나 매칭 등급과 기존 대한항공 등급 중 더 높은 쪽이 최종 등급이 된다. 기존 우수회원 기간도 그대로 유지된다. 합병 전에 이미 등급 유지조건을 충족한 기간제(24개월) 회원은 자격 종료일 이후 24개월간 그 등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별도 보완됐다.
전환을 신청하면 그 시점에 등급이 재심사된다. 기존 대한항공 자격 마일에 아시아나 운항편 탑승 마일을 합산해 다시 따지고, 합산 등급이 더 높으면 그 등급을 부여한다. 같거나 낮으면 기존 등급과 자격 기간이 그대로 간다. 강등은 없다는 뜻이다. 주재원처럼 노선과 항공사를 가리지 않고 타온 탓에 양쪽 어디에서도 등급을 못 받던 사람에게는 전환이 오히려 기회가 된다.
통합일 이후에는 대한항공 등급만 운영되므로 아시아나 우수회원 혜택은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 다만 통합 전에 받은 쿠폰과 바우처는 유효기간까지 쓸 수 있다.
좌석은 정말 있을까
마일리지가 아무리 남아 있어도 보너스 좌석이 안 열리면 무의미하다. 공정위가 마지막까지 붙든 지점이 이것이다.
대한항공은 보너스 좌석을 통합 이전 보너스 탑승 실적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미주·유럽·대양주 등 장거리는 최근 10년간 가장 높았던 보너스 탑승 실적 이상으로 공급한다. 연간 총사용량은 통합 전 양사 회원 합산 사용량보다 약 20% 이상 수준으로 관리한다. 비수기에만 좌석을 늘리고 성수기에는 조이는 편법을 막기 위해, 성수기 기간의 보너스 좌석 공급 현황을 연도별로 이행감독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향후 10년간 이 위원회를 통해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약속은 촘촘하지만, 설과 추석, 여름방학에 몰리는 베트남 – 한국 수요가 실제로 해소될지는 첫 성수기를 지나봐야 안다. 마일리지 통합방안은 좌석 공급을 규율할 뿐, 통합 이후의 노선 운영과 감편까지 정하지는 않는다. 아시아나가 단독으로 띄우던 나트랑·푸꾸옥 같은 노선의 향방은 이번 발표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남아 있다.
지금 해야 할 세 가지
첫째, 계정을 연결해둔다. 통합 시점에 아시아나클럽 계정이 스카이패스로 통합되는 만큼, 대한항공은 원활한 회원 정보 이관을 위해 미리 본인 계정을 찾아 연결할 것을 권하고 있다. 별도 페이지가 열려 있다.
둘째, 내 마일의 출처를 확인한다. 탑승 적립분과 제휴 적립분 비율을 모르면 전환 계산 자체가 안 된다.
셋째, 서두르지 않는다. 실제 전환 신청은 통합 이후에나 가능하고, 신청하면 영업일 기준 5일 안에 처리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전환 예상 마일리지와 우수회원 등급을 미리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을 제공하고, 마일리지 통합 안내 사이트(oneskypass.koreanair.com)와 이메일로 개별 안내한다. 전환은 10년 안에 아무 때나 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다. 급할수록 손해인 구조다.
베트남과 한국을 잇는 하늘길에서 두 개의 태극 마크가 경쟁하던 시대는 12월 17일로 끝난다. 남는 것은 두 개의 지갑과 하나의 항공사다. 10년이라는 유예는 길어 보이지만, 정작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은 그와 무관하게 흘러간다. 통합 이후 첫 한국행 티켓을 끊을 때 어느 지갑을 여는 게 유리한지는, 결국 각자가 계산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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