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극, 아오자이·두건 벗어나야”…사실과 상상의 경계 묻다

씬짜오베트남 편집부 번역·정리
출처: Thanh Nien
날짜: 2026. 9. 6.

막대한 제작비와 시대 고증에 대한 관객의 눈높이 탓에 역사물 제작은 늘 만드는 이의 용기를 요구한다. 베트남 판타지 사극 ‘호령장사-딘 왕릉의 비밀’의 역사 자문을 맡은 화가 까오비엣응우옌 씨와 연구자 응우옌응옥프엉동 씨가 사료와 창작의 경계, 그리고 ‘베트남다움’을 만드는 법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두 사람이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역사적 사실과 관객의 상상 사이의 간극이다. 응우옌응옥프엉동 씨는 “역사적으로 정확한 이미지가 오히려 다수의 상상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정확히 재현한 교령의·원령의 같은 전통 복식을 두고 일부 관객이 ‘중국 옷’으로 오해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복식이 오랫동안 아오자이와 두건(칸쎕) 이미지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관객을 이끌 것인가, 익숙한 기억에 맞출 것인가를 두고 까오비엣응우옌 씨는 “영화가 관객을 이끌어야지 그 반대가 되어선 안 된다”면서도 “이 작품은 미학과 오락성에 무게를 둔 판타지 사극인 만큼 정확함과 아름다움의 조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가 부족한 딘 왕조 같은 시대에 창작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해 응우옌응옥프엉동 씨는 “역사 연구처럼 절대적 정확성을 영화에 요구할 수는 없다”며 “근거 있는 추정과 창작으로 공백을 메우되, 그 창작에도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딘-전여 왕조 연회 장면을 예로 들며 “바나나와 코코넛 같은 토종 과일은 올릴 수 있지만, 콜럼버스 이후에야 아시아에 들어온 옥수수나 카사바를 올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복식도 마찬가지로 그 이전부터 존재한 원령의·교령의는 딘 왕조 인물에게 입힐 수 있으나, 응우옌 왕조 복식인 오신의를 입히는 것은 오류라고 덧붙였다.

한눈에 ‘베트남’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두 사람은 고유 풍습에 주목했다. 맨발로 다니는 풍습, 빈랑을 씹고 이를 검게 물들이는 문화, 여초 이전의 단발과 문신 등이 주변국과 구별되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까오비엣응우옌 씨는 “정자와 사찰, 대나무 삿갓, 연꽃 같은 익숙한 상징만으로는 더 이상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며 “인물이 입은 옷의 재질과 색이 그 인물의 계층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베트남 성곽이 대부분 흙과 대나무로 지어진 만큼, 값비싼 돌 성벽 대신 흙 성벽에 말뚝을 꽂는 편이 비용도 아끼고 고증에도 맞는다고 제안했다.

작아 보이지만 시대를 무너뜨리는 오류도 지적됐다. 응우옌응옥프엉동 씨는 “옷에 해진 자국, 칼날의 이 빠진 흠집, 이끼 낀 벽 같은 작은 요소가 어설픈 대형 장면보다 관객을 더 설득한다”고 말했다. 까오비엣응우옌 씨는 “시대와 무관하게 단역 배우를 늘 이마에 두건을 두른 모습으로 분장하는 것은 전통 째오 문화의 영향일 뿐 순수한 베트남적 특징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젊은 세대가 문자보다 이미지로 역사를 접한다는 점도 기회이자 위험으로 언급됐다. 응우옌응옥프엉동 씨는 “만화와 영화, 게임 같은 시각 예술이 젊은이에게 역사에 대한 흥미를 심어줄 큰 기회”라면서도 “근거 없는 작품은 잘못된 이미지를 각인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 시대를 골라 미술 세계를 구축한다면 어느 때를 택하겠느냐는 물음에 까오비엣응우옌 씨는 문화·생활 기록이 가장 충실한 여중흥 시기를, 응우옌응옥프엉동 씨는 아직 조명받지 못한 근대 이전 과학기술사를 각각 꼽았다.

‘설득력 있는 베트남 사극’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 달라는 요청에 응우옌응옥프엉동 씨는 “반드시 웅장하거나 제왕이 등장할 필요는 없지만, 반드시 진실해야 하며 그 시대 베트남인의 삶과 문화를 관객이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답했다. 까오비엣응우옌 씨는 “반드시 웅장할 필요는 없지만, 반드시 문화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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