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ning Out – 베트남 직장인을 향한 슈퍼마켓 점심 전쟁

어느 슈퍼 마켓이 먹을 만 한가?

점심 한 끼가 5만 동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하노이와 호찌민시 사무직이 하루 점심에 쓰는 돈은 5만~8만 동, 22일 근무 기준으로 월 110만~176만 동에 이른다. 증권사 SSI가 식대 비과세 한도를 최소 180만 동으로 올려달라고 건의했을 정도다. 밥값이 세금 문제로 번진 것이다.
올해 들어 호찌민시 식당들은 일제히 가격을 올렸고, 되돌린 곳은 아직 없다. 보반떤(Vo Van Tan) 거리의 한 백반집은 한 그릇 4만9000동을 5만5000동으로 조정했다. 재료비와 인건비, 운송비를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F&B 업계 조사에서는 업체 60% 가까이가 가격 인상을 인정했다.
문제는 오른 가격이 내려올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새 가격대를 받아들이는 대신 외식 횟수를 줄였다. 그리고 그 빈자리로 슈퍼마켓 델리 코너가 들어왔다.

조리식품 코너, 부속에서 주력으로

베트남 대형 유통망에서 조리식품 코너는 더 이상 곁다리가 아니다. 생선조림, 고기조림, 계란장조림, 뜨거운 국, 볶음요리, 도시락이 당일 조리돼 트레이나 무게 단위로 팔린다. 겨냥하는 손님은 분명하다.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 1~2인 가구, 부엌에 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다.
체인마다 전략이 갈린다. 사이공쿱(Saigon Co.op)이 운영하는 꿉마트(Co.opmart)와 꿉엑스트라(Co.opXtra)는 식품 코너 안에 ‘뜨거운 주방’을 따로 두고 하루 종일 조리한다. 윈커머스(WinCommerce)의 윈마트(WinMart)와 윈마트플러스(WinMart+)는 껌펀(Cơm Phần) 소포장과 반찬 트레이를 밀고 있다. 사기 쉽고 들고 가기 쉬운 형태다. 롯데마트(Lotte Mart)는 베트남 음식과 한식을 한 트레이에 섞어 담거나 즉석에서 조리한다. 센트럴리테일(Central Retail)의 고!(GO!)와 빅씨(Big C)는 ‘빨리 사서 바로 먹는’ 모델로 대중 가격대를 지킨다.

가격표가 만든 사다리

이온(AEON)의 벤또 코너는 이 경쟁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온몰 빈떤(Aeon Mall Binh Tan)의 소고기, 연어, 돈까스 벤또는 2만4000~4만4000동에 팔린다. 식당 백반 한 그릇 5만5000동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하다.
할인이 붙으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온몰은 매월 5일과 20일 앱 회원에게 전 품목 5%를 깎아주고, 매일 저녁 8시가 지나면 조리식품과 컷팅 과일, 빵을 30~50% 내린다. 당일 판매가 원칙이라 할인 상품도 갓 만든 것이다. 빈떤점은 오후 9시 이후 절반 값으로 떨어지고 남은 것은 폐기한다. 롯데마트 매장에서 저녁 8시 30분 이후 조리식품 1+1이 걸린다는 이야기는 소비자들 사이에 널리 퍼진 요령이다.

승부처는 점심시간

지금까지의 델리 코너는 저녁 손님을 보고 설계됐다. 퇴근길에 들러 저녁상을 채우는 구조다. 조리 시점도, 할인 시점도 모두 오후에 몰려 있다.
그러나 밥값이 오르면서 무게중심이 낮 12시로 옮겨가고 있다. 사무실에서 걸어 나가 5만 동을 쓸 것인가, 마트 델리 코너에서 3만 동대로 해결할 것인가. 이 선택이 매일 반복된다.
문제는 점심시간이 델리 코너에 유리한 시간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전에 만든 음식이 정오에 가장 좋은 상태인 매장이 있고, 그렇지 않은 매장이 있다. 진열 회전이 빠른 곳과 느린 곳의 차이도 이때 드러난다. 저녁 할인은 점심 손님과 무관하다.
결국 판가름은 매장에서 난다. 12시에 무엇이 남아 있고, 어떤 상태이며, 얼마인가. 기자가 호찌민시 안푸(An Phu)와 10군, 7군의 네 개 매장을 직접 돌며 점심 도시락을 사 먹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속도로 승부한다 — 윈마트(WinMart) 10군점

10군 빈컴센터(Vincom Center) 바탕하이(3 Thang 2)점 2층.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길에 목이 말라 들렀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쇼핑몰 자체는 크지 않고 2층 윈마트도 중간 규모다.
델리 코너의 강점은 차슈 계열 육류와 고이꾸온(goi cuon) 같은 베트남식 롤, 그리고 도시락으로 포장된 껌펀(com phan)이다. 문제는 껌펀의 반찬 구성이다. 생선과 고기를 함께 담고 야채를 조금 곁들이는 방식인데 궁합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짧은 시간에 허기를 해결한다는 목적 하나만 놓고 보면 유효한 선택지다.

■ 베트남 백반의 정수 – 꿉마트(Co.opmart) 펄플라자점

씬짜오베트남 사무실 바로 옆 펄플라자(Pearl Plaza)에 있는 사이공꿉(Saigon Co.op) 매장이다. 베트남 백반의 정석을 맛볼 수 있다.
선택권은 넓지 않다. 기자처럼 12시 30분을 넘겨 가면 남아 있는 메뉴가 몇 안 된다. 이곳은 점심시간에 맞춰서만 껌펀을 만든다. 뒤집어 말하면 그래서 신선하고 맛이 좋다. 베트남 직장인의 밥상인 껌펀 본연의 맛을 보고 싶다면 꿉마트가 답이다.

■ 한국 급식의 기억을 불러내는 곳 – 엠엠메가마켓(MM Mega Market) 안푸점

태국계 유통 양대 축의 하나다. 독일 메트로(Metro) 캐시앤캐리를 인수해 출범한 창고형 대형 매장으로, 호찌민시 투득시 안푸(An Phu)에 자리 잡고 전자기기부터 각종 상품까지 취급한다.
규모는 압도적이지만 델리 코너는 의외로 작다. 계산대 바깥에 있고 매장 크기를 감안하면 더 작아 보인다. 그런데도 꿉마트에 뒤지지 않는 신선한 음식으로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지난 화요일 찾은 이곳의 껌펀은 한국 학교 급식이나 군대 급식에서 쓰던 철제 식판에 담겨 나왔다. 대형 매장이라 종류가 많으리라 기대했지만 반찬 가짓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현지 아주머니들이 직접 만들어서인지 맛은 괜찮았다. 밥과 달짝지근한 돼지고기조림, 배추볶음의 균형이 점심 한 끼의 원형에 가까웠다. 껌펀 외에 비빔국수 계열과 조리한 새우도 팔아 전반적으로 질이 좋다.

■ 선택권은 넓은데 손이 안 간다 – 톱스마켓(Tops Market) 안푸점

빅씨(Big C)로 알려졌던 매장이 2022년 무렵 상표 사용권 계약이 끝나면서 톱스마켓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베트남에서는 엠엠메가마켓과 함께 태국계 유통의 양대 축으로 꼽힌다.
음식 종류는 대단히 다양하다. 로티세리 치킨부터 돼지고기를 쓴 각종 베트남 반찬, 야채, 국수류까지 폭이 넓다. 점심시간이 지나 팔리지 않은 반찬을 묶어 파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그런데 위생과 보존을 염두에 둔 조리 때문인지 다른 곳보다 짠맛이 강하다. 선택지가 눈앞에 늘어서 있는데도 정작 집어 들 것이 마땅치 않은 인상이 남았다.

■ 최상의 음식이 모였다 – 이온(AEON) 크레센트몰점

일본 슈퍼마켓에 가면 다양한 스시와 도시락이 눈길을 끈다. 일본 전역에서 벌어지는 이 풍경을 그대로 옮겨 온 만큼, 베트남에 진출한 일본계 이온이 경쟁력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호찌민시 7군 크레센트몰(Crescent Mall) 지하에 자리 잡은 매장이다.
메뉴가 다양하다. 여러 종류의 스시는 물론이고 베트남 전통 요리, 일본식부터 베트남식, 한국식까지 준비된 닭 요리가 있다. 하이라이트는 베트남 국수다. 베트남 쌀국수의 대명사 퍼(pho)부터 분보후에(bun bo Hue), 후띠에우남방(hu tieu Nam Vang)까지 갖췄고, 결제하면 직접 국물로 토렴한 뒤 국물을 부어 준다. 맛이 기가 막힌다.
베트남 전통 요리를 맛보러 식당을 찾느니 이곳으로 데려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 간단한 점심 미식 – 안남고메(Annam Gourmet)

베트남 최고급 슈퍼마켓 가운데 하나다. 점심값은 비싼 편이지만 건강을 생각하고 단백질을 제대로 챙기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없다.
이곳의 점심은 프로틴박스(Protein Box)라 불린다. 연어와 치킨, 오리 등 질 좋은 단백질 재료를 서양식으로 조리하거나, 동양식일 경우 밥을 더한다. 흰쌀밥 대신 흑미가 나올 때도 있다.
다른 매장이 베트남적이거나 일상적인 음식으로 손님을 맞는다면, 이곳은 식당에서 먹는 듯한 음식을 8만~20만 동 사이에서 내놓는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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