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2월 발발한 이란과의 전쟁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이란을 ‘일본 이슬람 공화국’으로 잘못 부르는 메가톤급 말실수를 저질렀다. 일본 현지에서는 분노와 실망감이 뒤섞인 거센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10일 국제 외교가 및 일본 현지 여론 종합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미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언급하며 “우리는 일본 이슬람 공화국으로부터 111발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발언했다. 동맹국인 일본을 졸지에 미국에 미사일을 퍼붓는 적대적 이슬람 국가로 둔갑시킨 셈이다. 일본은 입헌군주제 국가로 이슬람교와는 교리적·법적 연관성이 전혀 없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주도로 정교분리 원칙이 확립된 나라다.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음이 유사한 ‘이란(Iran)’과 ‘일본(Japan)’을 착각한 단순 오칭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쟁 중인 교전국의 국명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국 대통령의 자질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배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4년 반째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의 수장 이름을 따 “푸틴 대통령에게 질문이 있느냐”고 언급하는 연쇄 실언을 해 논란을 키웠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푸틴으로 잘못 부른 것은 과거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온라인 공간은 거센 충격과 허탈감에 휩싸였다. 일본 누리꾼들은 관련 영상과 기사 댓글을 통해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노망이 필수 조건이냐”, “연속으로 세 번이나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는 대통령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정치인들의 연령 제한 도입이 시급하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과거 1980년대 일본을 미국의 경제적 적대국으로 보던 인식이 뇌리에 박혀 있어 무의식중에 일본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 아니냐”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일 외교 정국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신조 아베 전 총리나 사나에 다카이치 현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도 1941년 진주만 공습을 자주 언급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실언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동맹국인 일본의 외교적 신뢰에 상처를 냈다는 평가다. 미 대선을 앞두고 고령 정치인들의 인지 능력 지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번 ‘일본 이슬람 공화국’ 발언은 국제 외교가에 커다란 파장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