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바나나를 껍질째 제공하거나 신선한 과일을 직접 깎아 주는 것이 규제 장벽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내 많은 어린이집이 가공된 과자나 포장 식품은 쉽게 제공하면서도 바나나나 오렌지 같은 신선 과일은 ‘식품 조리’로 분류되어 엄격한 위생 규정을 따라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워싱턴주 시뷰(Seaview)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신선한 과일을 먹이기 위해 시설 허가를 받는 데만 수개월을 소모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주 정부와 카운티 관리 당국 간의 상충하는 규정이었다. 결국 해당 시설은 세면대와 싱크대를 규정에 맞춰 설치하는 과정에서 총 10개의 싱크대를 설치해야 하는 등 과도한 행정 비용과 시설 투자 압박을 받았다.
텍사스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상업용 주방 시설이 없는 소규모 어린이집의 경우, 칼질이 필요 없는 ‘포장된 완제품’ 식품만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어린이집이 건강에 좋은 신선 과일 대신 영양가가 낮은 가공식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현장 운영자들은 “바나나 껍질 하나 벗기는 절차를 고민하느라 아이들과 상호작용해야 할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얇은 이익 구조로 운영되는 소규모 어린이집이나 농촌 지역 시설에는 이러한 행정 절차가 생존을 위협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가 지속되자 미국 하원은 최근 ‘저위험 식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초당적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껍질을 벗긴 과일이나 채소 등을 ‘위생상 위험이 적은 식품’으로 분류해, 이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을 처벌하거나 과도한 시설 투자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을 주도한 마리 글루센캄프 페레즈(Marie Gluesenkamp Perez) 하원의원은 “의도치 않게 아이들이 신선한 과일보다 치즈 과자를 더 쉽게 접하게 만드는 현 상황은 보이지 않는 위기”라며, 불필요한 관료적 절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어린이의 건강 và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식품 위생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운영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리카 필립스(Erica Phillips) 전국가정보육협회(NAFCC) 상임이사는 “운영자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제는 규제 당국이 어린이집 운영 현실을 반영해 실효성 없는 요구사항을 과감히 정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