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환자실(ICU)에서 사투를 벌이는 중증 환자의 생체 신호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직관적인 시각적 아바타로 구현해 주는 기술이 도입됐다. 이를 통해 의료진이 복잡한 수치 대신 그래픽 화면만으로 환자의 위급 상태를 단 몇 초 만에 파악해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면서, 중환자 치료 효율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필립스(Philips)가 최근 개최한 ‘이노베이션 서밋’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보건 의료 전문가들은 중환자실 내 실시간 데이터 연계 및 시각화를 골자로 한 스마트 모니터링 솔루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보건 의료 시스템은 수요 급증과 인력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시각(직면)해 있다. ‘미래 건강 지표(Future Health Index)’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환자의 66%가 전문의 진료를 받기 위해 장시간 대기하고 있으며, 의료진의 76%는 분산되고 불완전한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 때문에 환자 상태 파악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더욱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100만 명 이상의 의료 인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4분의 1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고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HIMSS(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 아시아·태평양 자문위원인 아우렐 K. 첸(Aurel K. Qian) 교수는 행사에서 “환자 모니터링은 이제 단순히 모니터 화면의 수치를 관찰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라며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이 시스템 처리 시간을 줄이고 오롯이 환자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직해(해석)가 용이한 실시간 데이터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공개된 통합 케어 솔루션은 개방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환자 침대 옆의 각종 생체 모니터링 장비와 병원 중앙 통제 시스템, 전산망을 실시간으로 동기화한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AI를 활용해 심장 박동, 호흡, 혈압, 혈중 산소 포화도 등 복잡한 활력 징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를 인간 형태의 단순한 그래픽인 ‘환자 아바타(Patient Avatar)’ 모델 위에 시각적으로 시각(표시)해 주는 기술이다.
만약 환자의 특정 생체 지표에 이상이 생기면 아바타의 해당 신체 부위나 그래픽이 즉각적으로 변형되어 경고를 보낸다. 기존처럼 수많은 화면과 복잡한 그래프 수치들을 일일이 대조하며 확인하지 않아도, 의사는 단 몇 초 만에 환자의 ‘전체적인 상태’를 한눈에 직관적으로 간파할 수 있다. 필립스 관계자는 “1분 1초가 급박한 ICU 환경에서 이 같은 직관적 접근은 의료진의 대응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해 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배후의 AI 알고리즘은 활력 징후의 미세한 흐름 변동을 끊임없이 추적해 증상이 겉으로 발현되기 전 단계에서 미리 위험 징후를 예측해 낸다. 위급성 정도에 따라 알람의 우선순위를 분류해 주기 때문에, 불필요한 기계 경고음으로 인한 ‘알람 피로’를 줄이고 정작 긴급한 처치가 필요한 환자에게 의료 자원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선 모니터링 장비와 모바일 연동을 통해 의사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인터페이스로 환자 상태를 원격 점검할 수도 있다.
필립스 측의 집계에 따르면, 이 스마트 솔루션을 도입한 의료 기관들은 실제로 중환자실 내 오작동 및 불필요한 알람 건수를 40% 감소시켰으며, 환자의 평균 ICU 입원 치료 기간을 69%나 단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중환자실 내 심정지 발생률은 무려 8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AI의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했다.
스테파니 시버스(Stephanie Sievers) 필립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대표는 “수십 년간 축적된 임상 혁신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들과 협력해 의료진이 대규모 중환자들을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케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라며 “향후 장기적인 목표는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사전에 합병증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연결형 예측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