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쿄의 현대적인 빌딩 숲 사이에 자리 잡은 한 고대 신사가 전 세계 아이돌 팬들의 ‘티켓팅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곳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티켓을 구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모이는 이색적인 장소가 됐다.
10일 일본 관광업계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도쿄 니혼바시 구역에 위치한 ‘후쿠토쿠 신사(Fukutoku)’는 최근 콘서트 티켓 당첨을 기원하는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9세기에 창건된 이 신사는 본래 풍요와 수확의 신인 ‘이나리’를 모시는 곳이지만, 현재는 ‘티켓 운’을 가져다주는 영험한 곳으로 더 유명하다.
이 신사가 ‘행운의 상징’이 된 것은 1590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방문해 보호를 약속하면서부터다. 과거 신사 재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 판매 권한을 부여받았던 역사가 있어, 예부터 복권 당첨을 기원하는 참배객이 줄을 이었다. 이것이 현대에 와서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콘서트 티켓 추첨’ 당첨 기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일본의 공연 티켓 예매 시스템은 공정성을 위해 온라인 추첨제(로또 방식)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진인사대천명(mưu sự tại nhân, thành sự tại thiên)”의 심정으로 신사를 찾아 1%의 확률이라도 높이려는 문화가 정착됐다. 특히 팬데믹 이후 공연계가 정상화되면서 인파가 몰려 경찰이 인근 도로를 통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사 내 나무판(에마)에는 방탄소년단(BTS)부터 제로베이스원(ZB1)까지 유명 그룹의 이름과 함께 “제발 공연장에 가게 해주세요”라는 간절한 문구가 빼곡히 적혀 있다. 한 장에 500~1,000엔(약 8만 5천 원~17만 원) 하는 이 나무판에는 당첨을 향한 팬들의 절실한 소망이 담겨 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한 기복 신앙 이상의 의미로 보고 있다. 베스 카터 오하이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교수는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마음의 평화는 깊은 영적 경험을 선사한다”고 분석했다. 오사카 핫토리 텐진구 신사의 가토 타이시 신관 역시 “인간에게 기쁨을 주는 기도라면 신들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