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부 고원 지대인 지아라이(Gia Lai)성의 험준한 산속 동굴에서 소를 치던 한 청년의 끈기 있는 제보와 정성이 묻혀있던 순국선열 24인의 유해를 세상 밖으로 인도했다. 전쟁의 상흔이 깊게 패인 추파(Chu Pa)산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전사한 병사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낼 준비를 마쳤다.
2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아라이성 이야리(Ia Ly)사에 거주하는 바나(Ba Na)족 청년 A 하이(A Hai, 32) 씨는 약 8년 전 우기, 추파산 기슭에서 소를 치다 우연히 산 중턱의 거대한 동굴을 발견했다. 박쥐를 잡기 위해 동굴 깊숙이 들어간 그는 약 2m 깊이의 구덩이 아래에서 낡은 천 조각과 녹슨 수저, 고무신 밑창, 그리고 세월에 풍화된 유골 조각들을 목격했다.
◇ “누구도 믿지 않았던 동굴 이야기”… 청년의 홀로 된 성묘
당시 하이 씨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험한 산속에 ‘비밀 동굴’이 있다는 말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하이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튿날 향과 꽃, 과일을 챙겨 홀로 동굴을 다시 찾아 유해 조각들을 정성껏 수습해 인근 나무 밑에 묻어주었다. 이후 수년간 그는 소를 칠 때마다 이름 모를 영웅들을 위해 홀로 향을 피우며 자리를 지켰다.
◇ 2020년부터 시작된 발굴… 4월에만 유해 18구 추가 발견
이 사연은 지난 2020년 군단 34 소속 유해발굴단이 인근 지역에서 활동하던 중 마을 주민의 전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하이 씨의 안내로 현장을 확인한 군 당국은 추파산 일대가 과거 전쟁 당시 혁명군의 주요 거점이었음을 확인했다.
발굴단은 험난한 지형과 우기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끈질긴 수색을 이어갔다. 특히 올해 4월 집중 발굴 기간 동안 동굴 깊은 곳에서 유해 18구를 추가로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이 구역에서만 총 64구의 유해가 수습됐다. 유해와 함께 발견된 해진 군용 그물침대, 칫솔, 철제 밥그릇, 통신선 등은 당시 병사들의 절박했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어 발굴 대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 “단 한 분도 남겨두지 않겠다”… 서부 고원 전선의 증언
군단 34 유해발굴단장 지앙 레 상(Giang Le Sang) 상령은 “추파산 동굴은 지형이 복잡하고 습해 발굴 대원들이 밧줄과 전등에 의지해 목숨을 걸고 진입해야 했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군 기록에 따르면 추파산 지역은 1966년부터 1969년까지 서부 고원 전선(B3) 부대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군 당국은 하이 씨의 제보가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는 한편, 인근 도치(Doch) 1마을 주변 숲속에 여전히 남아있을지 모를 순국선열들을 끝까지 찾기 위해 수색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