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사를 하거나 음식을 생각하기만 해도 뺨이나 관자놀이, 귀 뒷부분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매운 음식을 먹어서 생기는 생리 현상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는 ‘프레이 증후군(Frey syndrome)’이라 불리는 희귀 신경계 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프레이 증후군은 귀 밑샘(이하선) 부근의 신경이 손상된 후 회복되는 과정에서 신경 섬유가 엉뚱한 방향으로 연결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만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정리했다.
◇ 침샘으로 가야 할 신호가 땀샘으로… ‘신경 배선 오류’가 원인
정상적인 상태에서 우리 몸의 ‘이이신경(Auriculotemporal nerve)’은 음식을 먹을 때 귀 밑샘을 자극해 침을 분기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귀 밑샘 수술(이하선 절제술), 안면 외상, 턱관절 골절 등으로 이 신경이 손상되면 재생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침샘으로 연결되어야 할 신경 가지들이 인근의 땀샘이나 피부 모세혈관으로 잘못 연결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뇌가 “침을 내보내라”는 신호를 보낼 때, 침 대신 뺨에서 땀이 나고 혈관이 확장되어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 주요 증상과 자가 진단법
가장 전형적인 증상은 식사 중 또는 식후에 나타나는 안면부의 발한과 홍조다. 매운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음식을 먹을 때 발생하며, 때로는 음식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시작된다.
뺨, 관자놀이, 귀 주변의 국소적 발땀
해당 부위의 피부가 붉어지거나 열감이 느껴짐
음식을 씹을 때 느껴지는 뺨 부위의 통증이나 불편함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마이너 테스트(Minor test)’라 불리는 요오드 전분 검사를 시행한다. 얼굴에 요오드 액을 바르고 그 위에 전분을 뿌린 뒤 음식을 먹게 하면, 땀이 나는 부위가 전분과 반응해 청흑색으로 변하며 신경의 이상 범위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치료의 핵심은 ‘보톡스’… 수술보다는 시술 선호
증상이 가벼운 경우 약 5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증상이 심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이고 보편적인 치료법은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주입술’이다. 마이너 테스트로 확인된 땀 배출 부위에 보톡스를 소량씩 주입하면, 신경 말단에서 땀샘으로 전달되는 신호를 차단해 증상을 억제한다. 한 번의 시술로 대개 6개월에서 1년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이외에도 바르는 항콜린제나 발한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으나 효과가 일시적이고 구강 건조, 시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수술적 방법은 재발 위험과 추가 신경 손상 우려로 인해 최근에는 거의 시행되지 않는 추세다.
전문의들은 “과거 귀 주변 수술이나 사고 경험이 있는 사람이 식사 시 안면 다한증을 겪는다면 프레이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부끄러움 때문에 치료를 미루면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안과나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