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SPDR Gold Trust)가 최근 4일 연속으로 금을 대량 매집하며 국제 금 시세를 강하게 견인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 분위기 속에서도 금은 위험 자산으로서의 매력을 과시하며 역대급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20일 글로벌 금 시세 플랫폼 및 업계에 따르면, SPDR 골드 트러스트는 지난 17일 하루에만 7.7톤 이상의 금을 순매수했다. 이로써 이 펀드의 전체 금 보유량은 1,060톤을 넘어섰다. 특히 최근 4 거래일 동안에만 총 13.4톤의 금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고래’ 투자자의 귀환에 힘입어 국제 금값은 주요 심리적 마지노선을 잇달아 돌파했다. 18일(현지시간) 기준 키트코(Kitco) 데이터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8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에만 1.7% 올랐으며, 지난 3월 23일 기록한 저점(4,400달러)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만에 9%나 폭등했다.
최근 금 시장의 독특한 점은 금이 ‘안전 자산’을 넘어 ‘위험 자산’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금값이 지정학적 위기보다는 인플레이션 기대치와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중동 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이 다소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금값 상승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주 달러 인덱스(DXY)가 0.6% 하락하며 98포인트 선까지 내려앉은 것도 금값 상승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키트코 뉴스가 실시한 주간 금 가격 전망 설문조사에서 월가 분석가 10명 중 8명(80%)은 다음 주에도 금값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락을 예상한 전문가는 20%에 그쳤으며, 횡보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다음 주 예정된 미국의 3월 소매 판매 지표와 잠정 주택 판매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약화할 경우 연준(Fed)의 금리 정책 변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값이 다시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동 분쟁이 잠잠해지면서 시장의 시선이 다시 미국의 내부 경제 데이터로 옮겨가고 있다”며 “금 보유량을 늘리는 대형 펀드들의 움직임은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나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비한 선제적 방어 기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