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현지시간) 레오 14세(Leo XIV) 교황이 알제리 방문을 위해 전용기에 몸을 싣고 이동하던 중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전혀 두렵지 않다”고 선언하며 소신 행보를 이어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문제 등 외교 정책을 두고 교황을 맹비난한 데 대한 정면 반박으로 풀이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2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황을 겨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태생인 레오 14세 교황에 대해 “범죄에 약하고 외교 정책은 최악”이라며 “미국인을 위해 일하지 않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신이 없는 좌파 성향의 인물”이라고 공격했다. 특히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교황은 필요 없다”며 교황의 평화 중재 노력을 비하했다.
이에 대해 레오 14세 교황은 알제리로 향하는 기내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유감스럽지만, 나는 교회에 주어진 사명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며 “복음의 메시지는 평화를 구축하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말하며, 이는 결코 특정 개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쟁을 피하고 화해의 다리를 놓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갈등은 이란 및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군사적·외교적 태도를 교황이 ‘권능에 대한 망상’이라며 공개 비판하면서 격화됐다. 미 가톨릭 주교회의(USCCB) 의장인 폴 S. 코클리 대주교는 “교황은 정치인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진실을 말하는 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반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측은 “신의 이름으로 이란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어, 세계 최대의 도덕적 권위자와 강대국 수장 간의 긴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