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국민 10명 중 7명이 위암의 주요 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 균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위암 신규 발생률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8일(현지시간) 팜응옥탁(Pham Ngoc Thach) 의과대학 후아 티 투 아인(Hua Thi Tu Anh) 박사는 탐찌 사이공(Tam Tri Sai Gon) 종합병원 과학 회의에서 베트남의 HP 균 감염률이 70.3%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HP 균은 감염 시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만성 위염(70%)으로 시작되나, 15~20%는 위십이지장 궤양으로 발전하고 약 1%는 위암으로 이어진다. 특히 감염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위장에 지속적인 염증 상태가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암연구소(GLOBOCAN) 자료에 따르면 위암은 베트남에서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5대 암 중 하나로, 2022년에만 1만 6,277건의 신규 사례가 보고됐다. 위암은 베트남 남성암 중 3위, 여성암 중 4위를 차지하며 매년 1만 2,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 간암과 폐암에 이어 암 사망 원인 3위에 올라 있다. HP 균은 소화기 질환 외에도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위험을 높이고 철분 및 비타민 B12 결핍성 빈혈, 만성 두드러기 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P 균의 주요 감염 경로는 분변-구강, 구강-구강 경로다. 특히 찌개나 반찬을 함께 떠먹거나 아이에게 음식을 씹어서 먹이는 베트남 특유의 식문화가 가족 내 감염률을 80% 이상으로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어머니가 감염된 경우 가족 구성원에게 전파될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은 치료 후 재감염률도 매우 높다. 치료 12개월 후 재감염률은 23%로 선진국(12%)의 두 배 수준이며, 치료 첫해에 재감염되는 비율은 최대 75%에 달한다. 특히 클라리스로마이신(Clarithromycin)과 레보플록사신(Levofloxacin)에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률이 57%를 넘어 치료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전문의들은 HP 균 감염 예방을 위해 개인별 식기 사용, 음식 씹어 먹이기 금지, 식사 전 손 씻기 등 위생 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특히 상복부 통증, 소화불량, 구역질 등 증상이 지속되거나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는 경우 호흡 검사나 내시경을 통한 조기 검진이 필수적이다. 확진 시에는 항생제 내성을 방지하기 위해 처방된 약을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끝까지 복용해야 하며, 치료 기간 중 음주와 흡연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노이(Ha Noi)와 호찌민(Ho Chi Minh)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식습관 개선 캠페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