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국익을 앞세워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유럽 동맹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의 북극항로 시범 운항, 지난 7∼8월 한국에서 러시아로 총 17만6천t 이상의 석유제품이 수송됐다는 최근 보도 등이 유럽 외교관들의 우려를 키웠다고 전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로 인해 일부 유럽 외교관은 경제·안보적 이해관계를 공유한 유사입장국으로 여겼던 한국에 대해 계속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주재 유럽 외교관은 FT에 “(한국은) 사실 (유럽과) ‘뜻을 함께하는’ 유사입장국이 아니다”라며 “그들의 태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며, 전쟁이 끝나자마자 러시아와 곧바로 다시 거래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북극항로 시범 운항의 경우에도 러시아 측의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유럽 외교관들은 이를 한국이 외교·상업적 측면에서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보는 분위기다.
특히 유럽은 이재명 정부 이전 시절부터 한국의 대러 기조를 우려해왔다고 신문은 짚었다. 예를 들어 군수품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컴퓨터 수치 제어(CNC) 기계의 대러 수출 통제가 허술하다는 점이 유럽 측의 불만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일부 관측통은 이런 유럽의 우려가 현 정부 출범 이후 커졌다고 FT에 밝혔다.
한국외대의 메이슨 리치 국제정치학 교수는 FT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가을 이후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조용히 개선돼 왔다”고 말했다.
신문은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 유관기관이 러시아 싱크탱크와 비공개회의를 연 것과 이 대통령이 과거 러시아 특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을 최근 평화외교특별보좌관으로 위촉한 것을 이런 맥락에서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는 FT에 보낸 성명에서 “한국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기울고 있다는 일부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지지하고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러 정책을 이념보다 국익을 앞세우는 실용 외교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산정책연구원의 김세미 연구원은 이재명 정부가 “소위 ‘가치 기반 외교’에서 벗어나 보다 실용적이고 이익 중심의 접근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또 한국 정부의 대러 접근법이 러시아를 무시하거나 적대시할 수 없는 강력한 이웃으로 보는 오랜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외교 정책은 역사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4대 강국’의 틀을 통해 구상돼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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