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자동차 산업에는 오랜 ‘닭과 달걀’ 딜레마가 존재해 왔다. 완성차 조립 기업은 국산화율을 높이고 생산을 최적화하기 위해 역량 있는 부품 공급업체를 필요로 하지만, 공급업체 측에서는 설비·기술·생산라인 투자의 전제 조건으로 충분한 규모의 발주가 선행돼야 한다는 구조적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빈패스트(VinFast)의 성장은 이 고리를 끊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대형 고객사 한 곳의 출현이 곧 산업 생태계의 형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도 기업이 공급업체들에게 추가 발주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역량 강화와 상호 연계를 지원하며 공급망 내 고부가가치 공정으로의 도약을 이끌 수 있느냐가 다음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선도 기업의 역할, ‘가장 빠르게 달리는 것’에 그쳐선 안 돼
지난 10월 16일 빈그룹(Vingroup)이 주최한 공급업체 생태계 발전 회의에서 부교수·박사인 응우옌 홍 선(Nguyễn Hồng Sơn) 前 중앙정책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러기 편대 비행 이미지를 활용해 선도 기업의 역할을 설명했다. 가장 앞서 날아가는 기러기가 뒤따르는 무리 전체를 위한 기류를 만들어주듯, 산업 선도 기업 역시 자국 공급망 생태계 전체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빈패스트 측은 현재 베트남 국내 공급업체 수십 곳과 협력 중이며, 국산화율 제고를 위한 공급망 현지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품 공급망의 현지화는 생산 비용 절감과 함께 대외 공급망 충격에 대한 완충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베트남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급업체들이 단순 하청 구조에 머무르지 않고 자체 기술력을 축적해 더 높은 부가가치 공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도 기업과 공급업체 간의 기술 이전, 인력 양성, 품질 표준화 등 구체적인 협력 체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베트남 자동차 부품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빈패스트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공급망 생태계가 일회성 발주 관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 클러스터로 발전할 수 있을지, 베트남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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