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파랑새는 어디에 있나요? –
아이를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키우다보니 하나 걱정되는 것이 아이의 한글 실력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자라는 아이들보다 영어나 베트남어 등 다른 언어에 더 익숙해 질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외국인들을 대하는 모습이 보다 자연스럽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아이가 읽기, 쓰기에서 깊이 있는 한글을 구사하지 못한다면 다 큰 어른이 되었을때 어떤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을 하곤 합니다. 2000년도에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GOD의 육아일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재미교포 출신 GOD 맴버 박준형씨가 한글로 된 동화책을 뛰엄뛰엄 읽던 모습은 재밌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충격을 주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맨날 야근한다, 접대한다, 모임간다고 아이에게 아빠 역할을 잘 못했는데, 요즘 마음을 좀 고쳐먹고 집에 일찍 들어오기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배드민턴도 치고 대화도 많이 나누다가, 아빠와 함께 한글 책읽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책은 아이가 고르고, 아이가 읽으며 모르는 단어나 사자성어 같은 어려운 문구가 나오면 아빠가 설명해주고, 발음을 어색하게 읽으면 수정해주는 그런 프로젝트입니다. 쉬운 동화책부터 시작했는데, 아이가 첫번째로 고른책이 ‘파랑새’라는 동화책이었습니다. 프로젝트 특성상 무슨책이 되었건 책내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데, 아이가 읽어주는 파랑새 동화책의 내용에 오히려 제가 빠져버리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여운이 크게 남아 따로 이 책에 대해 더 알아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제가 알게된 내용들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파랑새>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토록 찾아다녔던 파랑새가 결국 우리집에 있었듯이, 행복은 바로 우리 옆에 있다’라는 파랑새 이야기의 교훈도 왠만한 성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아시는 분은 ‘더 나은 미래나 이상만을 꿈꾸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심리적 상태’를 뜻하는 ‘파랑새 증후군(Bluebird Syndrome)’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있을것입니다. 어렸을때 동화책을 읽었건, ‘어린이 명작 동화’란 TV 만화를 통해 봤든, 어떤 영화를 통해 봤던 간에 어린시절 한번은 ‘찌르찌르’와 ‘미찌르’ 남매의 파랑새를 찾는 모험 이야기인 ‘파랑새’란 이름의 작품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독일 그림 형제의 다소 으스스한 내용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 과도 내용이 헷갈리는 <파랑새>의 작가는 ‘모리스 마테를링크’라는 벨기에의 작가입니다. 저도 제 아이에게 파랑새 작가가 ‘안데르센’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했다가 체면을 구겼었는데, 1908년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연극으로 초연된 순수 창작 희곡입니다. 당시에 큰 인기를 끌어 1909년 프랑스에서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발음도 어려운 생소한 이름의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다채로운 상상력과 시적 환상으로 가득찬 문학적 활동’이라 표현되는 그의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1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파랑새>의 성공이 그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게 문학계의 평가입니다. <파랑새>가 일종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 당시에는 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수상을 했던것으로 보입니다)이란 것도 놀라웠고, 찌르찌르와 미찌르로 알았던 주인공들의 이름이 실은 ‘틸틸(Tyltyl)’과 ‘미틸(Mytyl)’인데 일본어 번역판을 한국어로 다시 번역하는 과정에서 チルチル(치루치루), ミチル(미치루)가 찌르찌르, 미찌르가 되었다는 사실도 새로 알게된 사실입니다.
어린이용으로 쉽게 각색된 동화책만 보아도 이 책은 단순한 어린이 동화로 넘기기에는 놀라운 상징과 환상, 인생의 교훈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기조차 어려운 가난한 집 아이들인 찌르찌르와 미찌르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갑자기 집에 찾아온 요술쟁이 베리뉴느 할머니의 요청에 따라 ‘파랑새’를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할머니에게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수 있는 마법의 모자를 받은 남매는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숲속, 공동묘지, 행복의 정원, 미래의 나라를 1년동안 여행하며 파랑새를 잡게 되지만 왠일인지 그곳에서 잡은 파랑새들은 다른 곳으로 가는 순간 다른 색깔의 새로 변해 있거나, 죽거나, 날아가버립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병에걸린 딸을 고쳐주기 위해 파랑새를 찾겠다고 마음먹은 착하고 용감한 남매는 본인들의 의지로 떠난 여행속에서 세상을 떠난이를 그리워함으로써 다시 만나는 방법, 고난과 고통에 대해 용기를 갖고 맞서는 방법, 자연을 존중하는법,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 물질적 탐욕의 한계와 일상의 행복, 모든 인간은 저마다의 목적과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돌아온 집에서 ‘파랑새’를 만나게 됩니다. 파랑새는 억지로 잡을 수 있는 새가 아니라,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만이 만날수 있는 새라는 것, 마치 행복이 그런것처럼. 그것이 <파랑새>라는 이야기가 주는 인생의 교훈입니다.
인생의 반정도를 살아보고, 다시 보게된 파랑새 이야기는 어렸을때 보았던 파랑새 이야기와는 또 다른 울림을 주었습니다. 많은 파랑새를 쫓아 살아왔습니다. 파랑새를 잡았다고 믿었던 순간도 있었고, 안타깝게 놓쳤던 파랑새도 있고, 지금도 어떤 파랑새를 쫓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인것은 지난 반생의 여행과 모험을 통해 ‘나의 파랑새’를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은 얻었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 한국에 계신 어머니, 건강, 내가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재력과 능력과 힘, 세상을 떠날때까지 읽어야할 책.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런것들이 저의 파랑새 입니다. 여러분들의 파랑새는 어디에 있나요?
장연 – 칼럼리스트
씬짜오가 함께 운영합니다 — 베트남 살이 실전노트 비자·환전·교통 실전 정보·vnkorlife 업소록·구인·부동산
베트남 살이 실전노트 — 최근 글
- 나트랑공항에서 시내 가는 법, 내가 직접 골라본 깜란공항 이동 4가지
- 베트남 이심 먼저 살까? 내가 써보며 정리한 유심 차이·통신사·개통 순서
- 다낭 날씨 월별, 언제 가야 안 덥고 안 젖을까? 내가 겪고 정리한 여행 시기
- 호치민 2군 골프장 어디로 갈까? 내가 직접 고를 때 쓰는 5곳 실전 기준
- 베트남 운전하기, 한국 국제면허 인정과 면허 전환 방법
- 베트남 카드 준비, 트래블카드와 환전 내가 써보니 뭐가 더 나았을까
- 베트남 비자 뭐로 들어가야 할까? 45일 무비자부터 E-visa·DN1·DN2·TRC까지
- 호치민 한 달 생활비 얼마 들까? 내가 살아보니 2,300만~4,200만동이 현실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