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초의 24시간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 ESPN을 아들과 함께 만든 빌 라스무센이 93세로 별세했다.
AP통신은 19일(한국시간) 라스무센이 미국 플로리다주 자택에서 파킨슨병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시카고에서 태어난 그는 공군에서 복무한 뒤 광고 서비스업체를 창업하고, 1960년대에는 방송인으로 일하는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1974년 세계하키협회(WHA) 뉴잉글랜드 웨일러스 홍보 담당으로 채용됐으나 1978년 구단 프런트가 전원 해고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아들 스콧과 함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9천달러를 밑천 삼아 스포츠만 방송하는 케이블 채널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람들은 ‘누가 24시간 동안 스포츠만 틀어주는 채널을 보겠느냐’고 비웃었으나 위성 중계를 사서 전국을 겨냥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판이 커졌다.
라스무센 부자는 석유 업체 게티 오일의 투자를 받아 중계권 계약에 성공했고, 지금도 ESPN의 본부가 있는 코네티컷주 브리스틀에 스튜디오를 지었다.
그렇게 ESPN은 1979년 9월 7일 첫 전파를 탔고, 이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그룹이 됐다.
라스무센은 생전 “누군가 당신은 할 수 없다고 말하면, 그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진다”며 “많은 이들이 24시간 채널을 채울 만큼 스포츠가 많지 않다고 했지만, 나는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라스무센 부자는 오래 머물지 못했다.
지분 85%를 쥔 대주주 게티 오일에 의해 개국 1년 만인 1980년 축출됐다.
이후 라스무센은 1999년 ESPN 개국 2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으면서 관계를 회복했고, 2019년 40주년에는 전국을 돌며 강연하고 스포츠 방송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지미 피타로 ESPN 회장은 “라스무센은 스포츠에만 전념하는 네트워크를 구상한 혁신가였다”며 “1970년대 후반 그의 열정과 기업가 정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도 없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ESPN 간판 앵커 크리스 버먼은 “라스무센은 우리의 조지 워싱턴이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