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에서 민간 부문 근로자들의 법정 근로시간을 공공 부문 수준인 주 40~44시간으로 단축하자는 제안이 나오면서 근로시간 감축과 생산성 향상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베트남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손라(Sơn La)성 내무국이 최근 노동법 개정안 관련 입법 서류에서 민간 부문 근로자의 기본 근로시간을 기존 주 48시간에서 주 40~44시간으로 줄이는 로드맵을 제안했으나, 주무 부처인 내무부는 이번 개정안에 해당 제안을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노동총연맹(VGCL)을 비롯해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지속해서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2019년 베트남 노동법상 정규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국가 차원에서 주 40시간 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반면 공공기관 및 사회정치단체 임직원 등은 1999년부터 주 40시간 근무제가 적용되어 왔다. 베트남조국전선 전략정책연구소의 냑 판 린(Nhạc Phan Linh) 박사는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의 휴식과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린 박사는 유럽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디지털 전환 및 숙련도 향상이 병행된다면 근로시간이 줄어도 생산성이 유지·증가할 수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내 선진국 시장 수출을 위해서도 적정한 노동 환경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엇갈린 반응과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닌빈(Ninh Bình)성의 의류업체 남앤코 런던(Nam&Co London)은 일과를 일찍 마무리하도록 공정을 개선하고 작업 환경을 개선해 월평균 1,200만~1,300만 동(VND)의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하노이에 위치한 토토 베트남(TOTO Vietnam)의 아사다 교지 총괄이사는 2030년까지 휴일을 늘리는 로드맵에 따라 2026년에 연간 4일의 휴일을 추가 지정하고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캐논 베트남(Canon Vietnam)은 구인난과 근로자들의 소득 증대 희망을 이유로 현행 연간 200~300시간인 잔업(초과근무) 한도를 연간 400~500시간으로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우려하며 단계적인 로드맵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호찌민시 틱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쩐 응옥 틱(Trần Ngọc Thích) 대표변호사는 전자, 의류,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이 잔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유예기간 없이 근로시간을 줄일 경우 기업들이 잔업을 최대로 늘리거나 생산 기지를 이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찐 티 투 아인(Trịnh Thị Tú Anh) 국회의원 역시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등과의 국제 경쟁력을 고려할 때 강제적인 즉시 단축은 기업에 ‘비용 쇼크’를 줄 수 있으므로 장기적인 자율 로드맵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 성공을 거두려면 세제·금융 지원을 통한 기술·자동화 투자 확대와 함께, 잔업 없이 정규 근로시간만으로도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역별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